철학으로 읽는 옛집 -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왜 건축에 중독되었는가?
함성호 지음,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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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여든 아홉 번째 서평

철학으로 읽는 옛집-함성호 지음


역사를 살아낸 집 이야기


철학과 옛집의 조화라. 어딘지 모르게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차곡차곡 잘 개어 내놓은 반듯한 이불 호청처럼 이미지가 곱다. 책은 시인이자 건축설계 사무실을 운영하는 저자 함성호의 이력만큼이나 독특하다. 제목에서 나오는 철학은 어떤 철학일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옛집으로 운을 떼고 고즈넉한 우리네 전통 기와집과 나무가 있는 너른 마당이 한층 돋보이는 사진을 싣고 있으니 기실 서양철학은 아님에는 분명하다. 좁은 의미에서 문맥상의 철학을 책 속에서 찾으려한다면 어쩌면 금방 실증이 나지 않을까 싶다.

함성호 그가 말하는 철학은 삶의 철학이지 않을까. 그 삶의 철학이 오롯하게 서기까지 역사와 함께 긴 세월이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옛집은 저마다 사연이 있는 곳이다. 흔한 표현을 빌자면 유서 깊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부귀영화를 버리고 낙향해 지은 집, 가족을 위해 지은 집, 학문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지은 집처럼 각각의 건물은 사연도 많고 의미도 깊고 다양하다.

지은이는 각각의 건물과 함께 건물을 지어올린 인물 그리고 당대 사회 정치적 흐름을 총괄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의 큰 맥락일 것이다. 한마디로 역사를 살아낸 집 이야기다. 어느 시대건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현실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유려하고 실용적이기까지 한 집을 한 채 한 채 지어 올렸던 미묘한 이 상관관계에 대한 끌림이 작용 한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집의 구조를 설명함에 있어 건물과 자연의 조화 내지는 건물과 인간의 조화라는 측면을 생각했던 것 같다. 지은이의 설명을 쫒아 가다보면 옛사람들의 생활면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데, 허투루 지어낸 것이 없이 하나같이 꼼꼼한 판단과 사고에 의해 집을 지어냈다는 데 적잖이 놀랐던 것 같기도 하다. 책 속에는 정확히 기대승와 퇴계의 논쟁이 나오고, 몇몇의 크게 일어났던 사화를 소개하는 동시에 예송논쟁 같은 역사적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는 까닭은 역사와 인간의 삶 그리고 집이 서로 떼어낼 수 없이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 점에서 두 번째 생각했던 것이 두 마리의 토끼를 얼마나 잘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 책은 역사를 논하는 책은 아니다. 집과 건물을 논하기 위해 배경지식으로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긴 한데 결과적으로 역사와 집에 대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욕심을 내자면 전자가 아니 후자 즉 집과 건물에 심층적이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진다.

세 번째 흑백사진이 풍기는 두 가지 영향력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흑백사진이 주는 이미지는 무엇보다도 옛 것에 대한 감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란한 색의 조화보다는 무채색이 주는 안정감이, 보는 이의 시선에 잔잔한 느낌으로 다가오며 무엇보다도 세월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데서 책의 핵심인 옛것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흑백사진은 그러한 긍정적 요소를 갖는 동시에 지은이의 설명을 따라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일정부분 어렵다는 느낌을 갖게 했던 것 같다. 흑백사진이 주는 분위기와 함께 건물 자체의 그림자가 풍기는 어둠이 조금은 과하지 않았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딴지 하나를 더 걸고 넘어가려 한다. 이번 책은 개인적인 에세이의 측면보다는 공적인 교양서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개인적 사견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고지식한가. 어쩌면 글을 쓴 작가의 식견이 더 현대적이고 개성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대중을 위한 글이므로 조금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표현의 자유가 얼마만큼 가치를 인정받는가라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작가의 역량에 의해 달라진다. 하지만 책은 무엇보다도 읽는 이를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소 거친 문장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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