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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의 비밀과외 - 무조건 통하는 전교 1등의 합격 루틴
소린TV(안소린) 지음 / 다산에듀 / 2023년 3월
평점 :
서울대생의 비밀과외
자기주도 학습의 늪에 빠진 아들이 있다. 부모 역시 어려서부터 학원에 보내는 걸 선호하지 않았고, 본인도 갈 생각도 없었던가 싶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 가을쯤. 외사촌 형이 다닌다던 학원에 일 년도 채 안 되는 기간을 거쳐 나갔었다. 바야흐로 팔자에 없던 학원생이 되었던 셈이다. 그런데 심사숙고 끝에 시작했건만 녀석의 학원 생활은 사소한 헤프닝을 겪으면서 시들해졌다. 학원에서조차 시샘의 대상이 되어 교재를 뺏기고 와서는 울던 녀석. 원장 선생님께 전화를 하고, 교재를 가져간 아이의 엄마와 전화를 해서 정중히 돌려줄 것을 부탁해야만 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 학원들은 정신적 혼란에 빠졌으며, 학원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전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렵. 정말이지 팔자에 없던 아들의 학원 생활은 종지부를 찍었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녀석의 자기주도 학습의 늪은 그렇게 깊어만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나는 나의 의지가 아닌 채로 살아가면서 곧 수험생의 엄마라는 딱지를 달 예정이다. 아는 것도 없고, 엄마들 사이의 교류도 일절 없는 나 역시 아들아이와 똑같이 지독한 내성적 성향의 소유자다. 아들이 늘 중얼거리는 것처럼, 나 역시 학교 다닐 때 늘 혼자 있는 것이 편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그 엄마의 그 아들이지 어디 엄한 곳에서 갑자기 등장했을까.
이번 책은 어쩌면 혼자 공부하는 아들보다도, 오로지 혼자 고민하는 예비 수험생 엄마인 내게 더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안소린의 책 ‘서울대생의 비밀과외’를 읽었다. 많은 부분이 입시와 공부에 관련한 입시관련 책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책은 그녀 자신의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긴 에세이의 성격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던 그녀의 학생시절. 교회 청탑 아래 작은 옥탑방에서 네 식구가 함께 생활하면서도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용기를 내고 목표를 다잡을 수 있었다는 그녀의 고백은, 공부의 최종적인 목표를 갖는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목표를 세우고,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 책 가득 쏟아내고 있는 그녀만의 학습 노하우는, 사실 그녀 스스로 버텨내게 해준 치열한 몸부림의 일면이 아니었을까. 많은 이들이 제목에 끌려 과연 안소린만의 학습 노하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라는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들었을 법도 하다. 물론 내게도 아들아이도 그런 면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괜시리 그녀 안소린,이라는 한 사람에게 초점이 멈춰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일등만을 기억하는 삭막한 사회가, 한 사람을 이처럼 강인하게 변화시켜냈던 것일까.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도 같다. 그녀는 강했다. 스스로 세운 목표를 끝까지 해내고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수십 년 전 나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아마 똑같이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학생들이 늘 갖는 생각 중에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성적이 오를까. 라는 질문 앞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인 답안지의 성격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예비 고1부터 고3까지 학년에 맞게 적절하게 설계된 학습 진도와 교재 선택. 각 과목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라는 명제에 맞게 접근방식을 설명하는 것도 그렇고 그녀는 매우 체계적이면서도 학생들에게 부담되지 않는 단계적 공부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많은 부분이 학습자의 자기 관리이다.
또한 다그치기만 하는 것이 아닌,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실예를 들어 어려운 시기를 먼저 건너간 이의 끈끈한 동질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아들아이의 책장을 찾아봤었다. 그녀가 과목별마다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교재들을 내 아이도 활용하고 있을까? 라는 호기심 반 걱정 반의 복잡한 감정들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소소한 다행스러움인지 아들아이의 책장에는 그녀가 언급한 교재들 몇 권이 꽂혀있었다. 물론 없는 교재도 있었다. 그렇다고 득달같이 이런저런 교재를 사야겠다,라고 아이에게 강요는 하지 않는다.
녀석이 충분히 혼자 고독하고 혼자 힘든 과정을 걸어가고 있기에, 나는 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저자가 그랬듯이 혼자 공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에도 같은 반 서른 한 두 명의 친구들 중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가 오직 두 명 뿐이었다. 학교에서 가열차게 준비하고 시작하겠다던 방과 후 수업도, 나라에서 다시 진행하겠다던 야간 자율 학습도 지원자가 많지 않아 시작도 못하는 실정이다. 참 많이 씁쓸하다고 해야하나.
상황이 그렇다. 이러한 때에 ‘서울대생의 비밀과외’는 신선하면서도 기특한 책으로 다가온다. 물론 혼자 공부하면서 성과를 내는 데 있어, 저자 안소린의 치열한 열정과 목표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할 전제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내 아이에게는 참 부족한 면면들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안소린의 책을 식탁 위에 두기도 하고, 거실 앉은뱅이 책상에 두기도 하면서 아이의 시선을 끌만한 곳으로 옮겨 두기를 하는 중이다. 대놓고 아이의 책상 위에 올려두기에는 어쩐지 조심스럽고 안쓰러워 주변 언저리에 둘 생각이다. 녀석이 언젠가 관심이 있으면 책장을 열어보지 않겠는가. 다만 책의 핵심이 되는 요소들은 아무렇지 않게 흘려주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안소린의 책 ‘서울대생의 비밀과외’는 공부하는 아이들. 특히 혼자 공부하는 친구들. 그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마음 쓸어내리는 부모님께 긍정의 의지로 다가설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