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의 엘불리 - 미슐랭★★★, 전 세계 셰프들의 꿈의 레스토랑
리사 아벤드 지음, 서지희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두 번째 서평

180일의 엘불리-리사아벤드지음 /서지희 옮김

 

 

 

 

 

 

화덕 위의 전사들

-엘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요리에 대해서 요리사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종일 몰입하고 일하는 곳 주방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처음 책을 읽고 싶었던 욕심 내지는 동기는 딱 한가지만은 아니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냄새가 진하게 풍겨나는 그런 주방이 보고 싶었다. 단순히 요리가 만들어지는 곳이라는 한정된 인식이 아닌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그들의 삶. 치열하고 뜨겁게 달궈진 삶의 터전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흔히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요리사들의 애환보다는 보다 깊이감 있고 생동감 있는 무엇보다도 진정한 인간미를 느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책장을 다 덮고 엘불리는 책상 한쪽에 비스듬하게 세워졌다. 이제 나는 어떤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걸까. 어떤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지 잠시 생각한다.

 

 

 

  엘불리는 스페인의 시골 어느 한적한 곳에 있는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외진 곳이기는 하지만 풍광이 아름답기에 관광객으로 늘 분주한 곳이라고도 했다. 책은 저자인 ‘리사 아벤드’라는 기자가 이곳 엘불리 레스토랑에서 같이 생활하며 직접 보고, 느끼고, 부딪쳐가며 체험한 일상에 대한 철저하고 생생한 기록일지다. 반년은 긴 시간일까 짧은 시간일까. 딱 6개월간의 기간동안 모든 일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그 중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계의 거장들 속에 이름을 올린 엘불리의 리더 ‘페란 아드리아’의 존재감이 우뚝 서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많은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실습생 명목으로 전 세계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엘불리의 문을 두드리지만 초대권을 받게 되는 이는 극히 일부분이다. 어디까지나 자의적인 희생과 봉사의 차원에서 무보수로 6개월간의 고된 실습생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모인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차분하다. 이 이야기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포함한다. 이것이 책 180일의 엘불리가 갖는 매력이다.

 

  책은 비단 요리를 매개체로 한 여느 책과는 분명 차별성을 갖는다.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느 때는 새벽까지 온종일 서서 일하는 실습생과 엘블리를 이끌어가는 직원들의 모습을 생생한 기록으로 담아내고 있다는데서 나는 처음 품었던 욕심 하나를 완벽하게 건져올렸다는 희열을 만끽한다.

  책을 써나가는 저자의 시선은 분석적이고 중립적이며 때로는 건조하다. 다만 저자 역시 엘불리의 간판인 페란에 대한 존경심은 뜨거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리계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요리장이라든지, 잘 나가는 유명한 요리사에 대해 얼마나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 나는 엘불리라는 레스토랑도, 페란도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그리고 책속에 등장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정과 의지를 들여다보면서 아무도 없는 빈 집의 하나뿐인 책상 의자에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그리고는 젊음과 열정이 요리와 어우러지는 연계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책 속에는 페란의 요리철학과도 같은 아방가르드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창조성과 아방가르드 그것이 엘불리가 지켜오는 철학인지도 모른다. 문득 요리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자주 언급되기도 했지만 어찌보면 요리는 과학이고, 나아가 예술의 범주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쯤되면 나도 어지간히 페란의 요리철학에 물들어가는 것일까. 어쨌든 엘불리의 실습생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실습기간을 종용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도 요리는 순수한 요리 그 자체가 더 좋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한다.

 

 

 

  반가운 것은 엘블리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이들 중에서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 루크와 서니를 만났다는 사실이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 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앞으로의 이들 두 젊음이의 앞길이 순탄하게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 한자락 풀어놓는다.

 

 

 

  바다건너 스페인의 어느 곳에 있다는 유명한 레스토랑의 이야기다. 한번도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가 치열하게 그러나 생생하게 탄력 있는 푸딩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구성면에서는 실습생들의 이야기와 엘블리 직원들의 이야기가 구분 없이 앞뒤로 실린 듯 해 다소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엘블리 그리고 페란을 찾는다고 했다. 그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엘블리의 정신을 배워가려는 이들의 강한 의지가 아닌가, 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묘하게 긴 여운을 남긴다.

 

 

 

  성실함, 노력, 인내, 그리고 창조성, 무엇보다도 도제제도를(상하복종에 의한 계급인정)수용하는 동시에 개인에게 기회를 주는 분위기. 그러나 의외로 극히 의외로 페란의 폐쇄적 사고의 일부분을 접할 때 만나는 혼란조차 흥미롭다.

 

 똑같은 일상과 변화 없는 반복성이 주는 지루함과 이 지루함이 몰고 오는 불온한 기운인 나태함을 극복하고 난 자만이 저 유명한 레스토랑 엘블리 실습생이었다는 하나의 자격을 얻게 된다. 그들이 선택한 길을 걸어감에 있어 각자 어느 자리에서 서게 되던지, 한때 열정을 바쳤던 그 곳에서의 시간을 반추하며 스스로 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 속에는 화덕위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실렸다. 어디서나 의견과 의견은 충돌하기도 하고 교류하기도 한다. 어디 비단 요리계 뿐인가 말이다. 중요한 것은 화덕 위에서 몰입할 수 있는 진정한 전사로 살아남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만의 세계가 완성된다면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일절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해봤다는 데서 오는 충족감은 크다. 더군다나 생전 보지도 못하고 먹어보지도 못한 특이한 요리가 가득한 곳 바로 엘블리의 주방이 아닌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가 잘 먹는 채소반찬
채남수 지음 / 미디어윌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백 한번째 서평.

아이가 잘 먹는 채소반찬- 채남수 지음

통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먹다

 

  음식에는 별 소질이 없다. 그래도 자존심은 강한 편인가보다. 어렵사리 공들여서 내놓은 음식이 식구들에게 외면 받는 건 또 못 보겠더라.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느새 자동적으로 영양이나 체질을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들이 더 잘 먹고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가 잘 먹는 채소반찬은 제목만 들어도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두팔 벌려 반겨 맞이할 만한 기특한 제목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연년생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저자의 프롤로그가 함께 실렸다. 우리 집에 사는 악동들도 연년생인데, 두 녀석 중 하나도 고기만 좋아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책을 쓴 저자와 내가 엇비슷한 환경에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한가지 차이점은 노력하는 자의 성실함과, 음식물 쓰레기양을 줄이면서 쉬운 길로 쉽게 가려고 꾀를 내는 허접함의 대립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작부터 슬슬 자괴감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어찌됐든 간에 나는 ‘엄마가 해준 음식이 최고야!하며 두 녀석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잘 먹는 채소반찬은 아주 귀여운 이미지다.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요리책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편집, 구성 그리고 완성된 요리의 디스플레이까지 따뜻한 파스텔 계열의 색감이 눈에 띈다. 책이 주는 첫 느낌은 부드러움이다.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을 정도로 귀여운 음식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면 요리도 예술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요리는 ‘온전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저 문득 생각난 표현이긴 하지만, 사실 책은 요리로 구체화되고 있는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음이 가득 들어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도입부분에 나오는 각종 채소의 특성과 보관법,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곁들여 먹으면 좋은 다양한 소스에 관련된 정보는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약방의 감초역할을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들자면 단연코‘굿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싶다.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요리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성인들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유난히 시각과 미각 청각, 그리고 후각과 촉각으로 대변되는 오감으로 요리를 느낀다.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고민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거쳐 요리를 개발하고 있는 작가의 수고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은 개인적으로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책은 무를 시작으로 시금치, 양파, 버섯, 당근, 콩, 브로콜리, 파프리카, 파 등등의 다양한 채소가 등장한다. 연극으로 비유하자면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좋은 인상의 주인공들이 너무 많아 하나같이 외면하기 어렵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인공은 콩핫도그, 시금치초코볼, 양파치즈컵, 콩떡꼬치와 당근주먹밥, 완자꼬치라고 말하고 싶다. 욕심 같아서는 데친 시금치를 잘게 다져 찹쌀가루와 반죽한 속을, 초콜릿으로 옷을 입힌 시금치초코볼에게 대상을 주고 싶어진다.

 

  이들 요리를 굳이 선별했던 까닭은 좋은 아이디어가 우선적으로 돋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시각적으로 눈을 상큼하게 만들어주는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먹는 재미를 유발하는 식감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긍정적 호기심을 유도해낼 수 있는 음식들이라는 생각에서 선별조건을 정리하고 싶다. 그러나 특별하게 주연과 조연이 구별되지 않게 조화를 이뤘던 흥미 있는 연극이었고, 아이들을 위한 좋은 요리책이라는 점에서 나는 이번 책이 주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다만 몇몇의 요리가 엄마들의 인내심과 수고를 부단히 이끌어내는 단계를 거치는 까닭에, 조리과정이 다소 번거롭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요리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요리책이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정도는 읊어줘야 한다 했던가. 실력도 없고 성실성도 부족하지만 이런저런 요리과정을 따라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백점짜리 엄마의 자리로 등극하지 않을까, 작은 희망사항 하나를 적는다. 각설하고 적어도 내게 있어 값지고 고마운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항재 옮김 / 에디터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백번 째 서평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이항재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위해

-매일매일을 위한 잠언집

 

 

 

책이 갖는 성격은 뒷부분에 실린 해설 부분에 잘 드러난다.

“<성경>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역사, 민담, 우화, 전설, 실화 등을 읽고 그것을 보통사람의 눈높이와 러시아의 현실에 맞게 풀어쓴 것이다- p430"

몽당연필과 노트를 유난히 좋아했던가 보다. 그 사람 톨스토이 말이다. 순간적인 인상과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동서고금의 성현들의 글과 내용을 발췌해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는 나이 많은 작가 할아버지가 요즘 들어 더 멋.있.어 보인다. 흔히들 그에게 러시아의 대문호라는 수식어를 쓰고, 그의 죽음마저 국가에서 치루는 국장의 격으로 이행했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는 아주 오래된 동화를 접하는 듯 그럴수도 있었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에 빠지곤 했던가. 막연한 생각은 안일함으로 옮겨가곤 했다.

 

 

 

  톨스토이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었던 욕심이 작용했다. 하지만 예상은 조금 빗나갔다. 실질적으로 이번 책은 톨스토이의 사생활보다는 작가가 그 내면에 담고 있는 사유의 깊이와 그 폭을 포괄적으로 접할 수 있는 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거나 또는 분명한 한계점을 드러내지 않는다. 분명한 한계점이란 표현이 좀 어색하다. 그렇긴 한데 어느 한 가지 정의를 내리고 거기서 급하게 마무리를 짓는 형식의 격언집과는 조금은 다른 성격을 지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책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문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톨스토이 그 역시 기억의 방에 저장해두고 싶은 문구를 모아 옮겨온 것이기에 특별히 작가 본인이 문장의 수식을 보태거나 빼지는 않았을 법한데, 다소 냉정하면서도 위엄성을 포함하고 있는 분위기의 글들이 하나둘 어깨를 옆으로 나란히 하면서 발산하는 이 유연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은 비슷한 내용의 반복성에서 특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 실린 내용을 읽고 있으면 마치 책이 쉬지 않고 끊임없이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기처럼 일년 열두달 달월과 날짜를 기록하면서 써나갔던 이야기는 아무런 규칙과 형식이 없이 생각나는대로 자유롭게 기록된 듯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일종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작가 톨스토이가 평생 그의 문학작품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그만의 이상적인 사상과 삶의 모습이 갖는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출판사와 옮긴 이 이항재의 해설에서도 확인이 되고 있지만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이론과 이념? 또는 사상은 그 범주에 있어 무척 다양하다.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성경과 탈무드를 비롯해 다양한 학자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으며 동시에 동서양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개방적 사유를 엿보게 된다. 신과 인간, 종교, 선과 악, 그리고 삶과 죽음, 이성, 사랑, 그리고 침묵과 행동, 인간과 인간의 관계와 더불어 한 단계 더 나아가 삶의 원숙미라든지, 사소함으로 외면하기 쉬운 부분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이한 점은 앞에서도 언급한바 있듯이 이러한 다양한 내용들이 달마다 표현의 다양성을 선물로 한 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 6월 어느 평범한 날에 작가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9월 어느날에 다시 들을 수 있고, 잊었던 것을 환기할 수 있으며 재차 기억의 저장소에 꼭 꼭 넣어둘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책은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며, 어찌보면 단순한 잠언집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법하다. 단순히 이 잠언집이 톨스토이가 정성스레 한자 한자 옮겨와 맨 처음 구성의 틀을 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기를 끌어간다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책 속에는 현자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고 있다. 현명한 사람이란 뜻 정도 되지 않을까.  삶의 지침을 알리는 자만이 현자일리는 없다. 좋은 책을 가려 읽는 이도 현자가 아닐까.

  말 그대로 책 속에는 성현들의 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보고 느끼고 내 안에서 걸러낸다면 나름대로 겸손함 가운데 조금은 달라진 하루하루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존 러스킨’. 그의 관한 책을 당장 사서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싶은 글을 기록을 남긴다.

 

 

 

<4월 5일>

가장 좋은 생각은 보통 아주 쉽게,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게 떠오른다 -러스킨 p122

 

 

 

<4월 29일>

무지를 두려워하라. 그러나 거짓 지식을 더 두려워하다. 기만의 세계에 눈길을 돌리지 말고, 자신의 느낌을 믿지 마라. 느낌은 거짓말을 한다. 그러니 바로 너 자신 속에서 너 자신을 초월한 영원한 인간을 찾아라. -부처의 가르침 p146

 

 

 

<6월 1일>

네가 원했던 좋은 일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마라.

네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면 다시 위로 올라가도록 노력하다. 삶의 시련을 겸허히 견뎌야만 하고, 흔쾌히 그리고 의식적으로 너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p186

 

 

 

<7월 20일>

진정한 삶은 찰나적이거나 가볍지 않고 결코 사라지지도 않는다. 모든 고결한 삶은 항상 세상일과 얽혀 있다. 튼튼한 뿌리와 하늘로 더 높이 올라가는 가지를 가진 인류의 힘은 이렇게 더욱더 강화된다. -러스킨 p242

 

 

 

<11월 9일>

우스꽝스런 인형을 조종하는 것처럼 당신을 조종하는 욕망, 소심함, 허영보다 더 고결한 신성이 당신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p3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을 만든 여자 1
신봉승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아흔 아홉 번째 서평

왕을 만든 여자-신봉승

 

시대(時代)와 여인

 

  역사소설이다. ‘왕을 만든 여자’라는 제목만 본다면 여성을 한 축으로 그려낸 역사소설처럼 보인다. 세조의 며느리인 인수대비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앳된 여인의 모습이 강렬한 카리스마를 품어내듯 시선을 붙잡는다. 가채를 올리고 궁중예복인 당의를 걸친 여인의 모습을 유독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까닭과 그 뒤에 그림자처럼 흐물거리는 왕의 대조적인 모습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한 궤에 묶어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라 볼 수 있을까. 책이 주는 첫 느낌은 여성성이 돋보이는 유연함이다. 또한 그와 동시에 강렬한 카리스마가 품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의 조화가 은근히 긴 파장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저자의 이력도 가볍지가 않다. 33년생이니 올해로 여든 안팎의 이라는 숫자를 헤아려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노련한 작가의 번뜩이는 눈빛이 연상되곤 했던 까닭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의 이력은 그가 살아온 삶의 경험만큼이나 묵직하다. 역사와 관련해 다양한 소설을 집필하고, tv드라마와 시나리오 작업을 병행해왔다는 신봉승. 그를 만난 것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소설작품을 접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보다.

 

  책은 1부 2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권마다 대략 400페이지 정도의 결코 가볍지 않은 두께감을 자랑한다. 내용은 어떨까. 사실 표지에 여성을 등장시키면서까지 이번 책의 핵심인물이 여성이며 인수대비라는 것을 은연중에 어필하고는 있지만 신봉승의 책이 처음부터 세조의 며느리 인수대비인 한씨에게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단도직입의 힘을 빌리면 그렇다는 말이다. 인수대비를 논하기 위해서 역사의 흐름을 밝히기 위한 작업이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했던 부분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세종과 문종의 시대 이후 역사가 간직해야 했던 절절한 사연을 흐름에 맞게 한눈에 펼쳐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했음은 분명한 일이다.

  ‘왕을 만든 여자’의 스토리는 단종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세종의 장자 문종, 문종의 아들 단종과 세조 사이에서 벌어지는 왕위찬탈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를 다루는 매체에서 여러 번 소재로 가져 올만큼 이미 익숙한 내용이다.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전대왕에 대한 이야기를 기본으로 한 이후 세조시대와 덕종, 예종, 성종에 이르기까지 여러 왕대를 거론하고 있는데 그 까닭은 거두절미하고 베일에 가려진 듯하면서도 숨은 자리에서 강렬한 절대군주와 같은 힘을 발휘하는 이번 책의 진정한 주인공 인수대비를 등장시키기 위한 작가의 꼼꼼하고 딴은 깐깐한 배려가 아닌가. 역사 이야기는 익히 잘 알려진 부분이기에 잠시 접어두자.

 

  소설 작품으로만 봤을 때 신봉승의 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다. 속도감이 느껴질 정도로 빠른 전개와 문장의 흐름은 인물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장면이 갖는 분위기를 충분히 살려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이 갖는 단 하나의 문제점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전지적 작가시점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인물과 사건 그리고 배경까지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작가인데, 그중 전지적 작가시점이 갖는 작가적 힘은 다른 시점에서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된다. 쉽게 말해서 모든 것을 작가가 움직이게 하는데서 오는 이를테면 월권행위의? 노출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점에 대해서 약간의 불만을 갖고 있는가보다. 작가는 일정부분 독자에게 그들만의 몫을 남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따금 전지적 작가시점이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는 부분까지 밀고 들어오는 경향이 있다. 한 인물의 행동을 두고 평가를 할 때마저 독자의 느낌까지 지나치게 관여해서 결과적으로 독자의 맥이 풀려버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는 작가 입장에서 이런 문제점을 거론하는 것 자체는 오히려 일정부분 흡족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소설이 갖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쩐지 작가에게 끌려가는 독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궤변이라면 궤변이고, 말 같지 않은 딴지라면 또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각설하고 독자의 몫이라는 그 한계점은 지켜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어찌보면 작가가 만들어놓은 놀이기구에 탑승해서 신나게 정신없이 한바탕 놀다 내려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객관적으로 볼 때 시대적 흐름을 순차적으로 기술했다고는 하나, 지극히 작가적 의도에 의해 배제된 부분 역시 알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어차피 뺄건 빼고 더할 건 더하는 것이 구성의 묘미가 아닌가. 그것만큼은 작가의 고유한 영역이 아닌가 말이다. 단종이 혜빈과 헤어진 이후 죽기 직전의 마지막 절정의 순간이라든지, 정인지의 심리적 변화에 대한 추이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후반부에 들어서 연산군이 갖는 폭정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자극적이었던 반면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유가 비교적 적었던 것은 아니었나 개인적인 사심이 늘어 간다.

  책에서 자주 반복되는 표현 ‘히히힐...’ 은 한명회의 웃음소리다. 히히힐이라는 표현만으로 한명회라는 인물의 특징을 대변해주는 장치로 쓰이고는 있지만 작가가 자주 썼던 표현 ‘통렬~~’이라는 표현만큼이나 너무 자주 등장하고 있어서 한명회가 갖는 이미지의 폭이 좁아진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책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생각을 끄집어낸다고 믿는다. 인수대비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읽어냈다면 이번 책은 인수대비의 파란만장한 서사로 볼 수 있다. 반면 역사의 전체적 흐름에 중심을 잡아 읽어나간다면 비단 인수대비라는 한 여인의 인생역정으로 한정지을만할 내용은 아닌 듯싶다.

각설하고 조금은 딱딱하고 건조한 역사평론으로 대하는 것보다 심리전을 방불케 하는 소설로 만나는 역사 이야기는 그만큼의 메리트를 충분히 갖고 있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천만이 좋아하는 오늘의 면 요리 - 네이버 최다 검색 면 요리 메뉴를 파워블로거 요안나가 쉽고 맛있게 4천만 요리책
이혜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아흔 여덟 번째 서평

4천만이 좋아하는 오늘의 면 요리-요안나 이혜영지음

 

면 요리 같이 드실래요

 

 면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책이지 않을까. 세상에 면 요리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던가 새삼스럽게 놀라게 된다. 그동안 내가 알고 만들어 먹었던 면이 들어간 음식은 손가락 다섯 개만 있으면 다 꼽을 정도로 그 종류가 적었다.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대부분의 요리책은 비슷한 패턴을 갖는다. 그나마 예전에 접했던 요리책이 잡다한 요리를 한꺼번에 소개하는 형식으로 질보다는 양을 우선으로 했던 분위기였다면, 최근에 출간된 요리책 몇몇을 접하고 느낀 점은 양보다는 질을 우선으로 생각했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사람들의 기호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서 전문적이면서도 깊이감 있는 요리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아직도 10년 전 신혼시절에 샀던 거대한 백과사전크기의 요리책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무게를 따지자면 한손으로 들기에 조금 벅찼던 묵직함과 내용면에서는 각종 찌개, 국, 반찬, 손님접대요리까지 그 종류를 총망라하고 있는 이 백과사전식의 요리책은 아직도 책꽂이에 누워있다. 문득 책에게 한번 물어나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최근에 나오는 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지?

 시대적 흐름에 의해 요리책에도 변화가 느껴지는 것까지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까닭에 나는 낡은 요리책도 끼고 사는가 싶다.

 

 4천만이 좋아하는 면 요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책은 곁들임 요리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그 종류만 백 가지가 훨씬 넘는 다양한 면 요리를 소개한다. 인터넷상에서 이미 저자의 요리가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현실이지만 정작 내 심중을 끌었던 부분은 프롤로그에서 만났던 저자만의 진정성과 성실함이었다. 오래전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써내려간 글의 느낌이 좋았다’고. 나는 색다른 요리재료를 가지고 눈에 번쩍 빛이 날 정도로 화사하게 꾸미기 좋아하는 요리보다, 내 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보다 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 요리를 더 좋아한다. 어설프고 낯선 것들과의 대면보다는 친숙하고 익숙한 요리를 만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요리책의 올바른 가치라고 믿는가보다. 요리책에까지 가치를 운운하기는 좀 어설픈가.

 

 각설하고, 이 책을 접하는 이들은 성실한 작가의 배려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면 요리를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이러한 요리책에서의 배려라 함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쉽게 접해왔던 부분이기는 하다. 때문에 어쩌면 꼭 들어가야 할 부분이 되었는지도 모르는 계량에 관한 것들과, 기본적인 양념과 소스, 육수내기 식의 내용은 약방의 감초처럼 여러 번 접하게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이혜영의 책은 약간의 업그레이드가 됐다. 주제가 면 요리다보니 다양한 면의 종류를 소개하고, 쫄깃쫄깃 면 삶는 법을 추가한 것이 그것이다.

 

 책은 4천만이 검색한 ‘베스트 면 요리’, ‘소면&칼국수 요리’, ‘우동면&생면요리’, ‘파스타 요리’, ‘라면요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별비 면 요리’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면 종류에 따라 삶은 물의 미세한 양까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요리tip과 요리과정에서 따로 알아두어야 할 사항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주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서 부담 없이 적극적으로 도전해볼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듯한 저자의 레시피가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한다. 김치를 활용한 국수와 칼국수 또는 김치가 들어간 파스타 같은 음식은 어딘지 모르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굴이 들어간 국수는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느껴지는 듯해서 유독 침을 흘렸던 음식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은 어디에 가든지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꼬맹이들을 위한 맵지 않은 국수로 소개된 ‘간장비빔국수’와 사골이 들어가 진한 국물이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사골칼국수’가 까다로운 녀석들의 구미를 당기지 않을까 싶다.

 

면의 종류에 따라 같은 재료를 써도 그 맛이 달라지는 걸까. 책을 두루두루 살펴보다보면 비슷한 재료를 부재료로 삼고 있으면서 면의 종류를 달리한 음식들이 눈에 보인다. 예를 들면 굴이 들어간 국수와 굴 우동과 같이 비슷하거나 동일한 부재료를 쓰면서 면의 종류를 달리한 요리가 제법 눈에 띈다. 스파게티 면을 사용한 다양한 크림 스파게티 요리와 라면을 사용한 크림소스라면도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다른 맛을 전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많고 많은 요리 중에서 나는 당연 ‘굴국수’를 꼽았지만, 아이들은 빵 속에 들어간 파스타 ‘파네파스타’를 꼽았다. 좋은 아이디어다. 식감의 다양성이라는 낙서를 별 모양의 표식과 함께 적어놓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빵 속에 크림스파게티를 넣었으니 다양한 식감을 선사하는 것과 함께 아이들 호기심도 자극할만한 좋은 요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단 그릇으로 써야하는 빵을 구하는 일이 일이긴 일이겠다.

 

게으른 자의 푸념일까. 사진 속에 뜨거운 김이 막 솟아오르는 듯한 음식을 바라보는 일은 흐뭇하다. 어느 마음씨 좋은 사람이 맛나게 한 그릇 만들어주었으면 참 좋겠다는 욕심내지는 허망한 푸념 한 자락이 늘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