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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잘 먹는 채소반찬
채남수 지음 / 미디어윌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백 한번째 서평.
아이가 잘 먹는 채소반찬- 채남수 지음
통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먹다
음식에는 별 소질이 없다. 그래도 자존심은 강한 편인가보다. 어렵사리 공들여서 내놓은 음식이 식구들에게 외면 받는 건 또 못 보겠더라.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느새 자동적으로 영양이나 체질을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들이 더 잘 먹고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가 잘 먹는 채소반찬은 제목만 들어도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두팔 벌려 반겨 맞이할 만한 기특한 제목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연년생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저자의 프롤로그가 함께 실렸다. 우리 집에 사는 악동들도 연년생인데, 두 녀석 중 하나도 고기만 좋아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책을 쓴 저자와 내가 엇비슷한 환경에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한가지 차이점은 노력하는 자의 성실함과, 음식물 쓰레기양을 줄이면서 쉬운 길로 쉽게 가려고 꾀를 내는 허접함의 대립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작부터 슬슬 자괴감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어찌됐든 간에 나는 ‘엄마가 해준 음식이 최고야!하며 두 녀석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잘 먹는 채소반찬은 아주 귀여운 이미지다.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요리책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편집, 구성 그리고 완성된 요리의 디스플레이까지 따뜻한 파스텔 계열의 색감이 눈에 띈다. 책이 주는 첫 느낌은 부드러움이다.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을 정도로 귀여운 음식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면 요리도 예술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요리는 ‘온전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저 문득 생각난 표현이긴 하지만, 사실 책은 요리로 구체화되고 있는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음이 가득 들어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도입부분에 나오는 각종 채소의 특성과 보관법,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곁들여 먹으면 좋은 다양한 소스에 관련된 정보는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약방의 감초역할을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들자면 단연코‘굿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싶다.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요리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성인들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유난히 시각과 미각 청각, 그리고 후각과 촉각으로 대변되는 오감으로 요리를 느낀다.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고민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거쳐 요리를 개발하고 있는 작가의 수고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은 개인적으로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책은 무를 시작으로 시금치, 양파, 버섯, 당근, 콩, 브로콜리, 파프리카, 파 등등의 다양한 채소가 등장한다. 연극으로 비유하자면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좋은 인상의 주인공들이 너무 많아 하나같이 외면하기 어렵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인공은 콩핫도그, 시금치초코볼, 양파치즈컵, 콩떡꼬치와 당근주먹밥, 완자꼬치라고 말하고 싶다. 욕심 같아서는 데친 시금치를 잘게 다져 찹쌀가루와 반죽한 속을, 초콜릿으로 옷을 입힌 시금치초코볼에게 대상을 주고 싶어진다.
이들 요리를 굳이 선별했던 까닭은 좋은 아이디어가 우선적으로 돋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시각적으로 눈을 상큼하게 만들어주는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먹는 재미를 유발하는 식감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긍정적 호기심을 유도해낼 수 있는 음식들이라는 생각에서 선별조건을 정리하고 싶다. 그러나 특별하게 주연과 조연이 구별되지 않게 조화를 이뤘던 흥미 있는 연극이었고, 아이들을 위한 좋은 요리책이라는 점에서 나는 이번 책이 주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다만 몇몇의 요리가 엄마들의 인내심과 수고를 부단히 이끌어내는 단계를 거치는 까닭에, 조리과정이 다소 번거롭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요리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요리책이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정도는 읊어줘야 한다 했던가. 실력도 없고 성실성도 부족하지만 이런저런 요리과정을 따라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백점짜리 엄마의 자리로 등극하지 않을까, 작은 희망사항 하나를 적는다. 각설하고 적어도 내게 있어 값지고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