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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항재 옮김 / 에디터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백번 째 서평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이항재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위해
-매일매일을 위한 잠언집
책이 갖는 성격은 뒷부분에 실린 해설 부분에 잘 드러난다.
“<성경>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역사, 민담, 우화, 전설, 실화 등을 읽고 그것을 보통사람의 눈높이와 러시아의 현실에 맞게 풀어쓴 것이다- p430"
몽당연필과 노트를 유난히 좋아했던가 보다. 그 사람 톨스토이 말이다. 순간적인 인상과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동서고금의 성현들의 글과 내용을 발췌해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는 나이 많은 작가 할아버지가 요즘 들어 더 멋.있.어 보인다. 흔히들 그에게 러시아의 대문호라는 수식어를 쓰고, 그의 죽음마저 국가에서 치루는 국장의 격으로 이행했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는 아주 오래된 동화를 접하는 듯 그럴수도 있었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에 빠지곤 했던가. 막연한 생각은 안일함으로 옮겨가곤 했다.
톨스토이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었던 욕심이 작용했다. 하지만 예상은 조금 빗나갔다. 실질적으로 이번 책은 톨스토이의 사생활보다는 작가가 그 내면에 담고 있는 사유의 깊이와 그 폭을 포괄적으로 접할 수 있는 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거나 또는 분명한 한계점을 드러내지 않는다. 분명한 한계점이란 표현이 좀 어색하다. 그렇긴 한데 어느 한 가지 정의를 내리고 거기서 급하게 마무리를 짓는 형식의 격언집과는 조금은 다른 성격을 지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책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문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톨스토이 그 역시 기억의 방에 저장해두고 싶은 문구를 모아 옮겨온 것이기에 특별히 작가 본인이 문장의 수식을 보태거나 빼지는 않았을 법한데, 다소 냉정하면서도 위엄성을 포함하고 있는 분위기의 글들이 하나둘 어깨를 옆으로 나란히 하면서 발산하는 이 유연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은 비슷한 내용의 반복성에서 특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 실린 내용을 읽고 있으면 마치 책이 쉬지 않고 끊임없이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기처럼 일년 열두달 달월과 날짜를 기록하면서 써나갔던 이야기는 아무런 규칙과 형식이 없이 생각나는대로 자유롭게 기록된 듯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일종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작가 톨스토이가 평생 그의 문학작품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그만의 이상적인 사상과 삶의 모습이 갖는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출판사와 옮긴 이 이항재의 해설에서도 확인이 되고 있지만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이론과 이념? 또는 사상은 그 범주에 있어 무척 다양하다.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성경과 탈무드를 비롯해 다양한 학자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으며 동시에 동서양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개방적 사유를 엿보게 된다. 신과 인간, 종교, 선과 악, 그리고 삶과 죽음, 이성, 사랑, 그리고 침묵과 행동, 인간과 인간의 관계와 더불어 한 단계 더 나아가 삶의 원숙미라든지, 사소함으로 외면하기 쉬운 부분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이한 점은 앞에서도 언급한바 있듯이 이러한 다양한 내용들이 달마다 표현의 다양성을 선물로 한 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 6월 어느 평범한 날에 작가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9월 어느날에 다시 들을 수 있고, 잊었던 것을 환기할 수 있으며 재차 기억의 저장소에 꼭 꼭 넣어둘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책은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며, 어찌보면 단순한 잠언집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법하다. 단순히 이 잠언집이 톨스토이가 정성스레 한자 한자 옮겨와 맨 처음 구성의 틀을 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기를 끌어간다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책 속에는 현자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고 있다. 현명한 사람이란 뜻 정도 되지 않을까. 삶의 지침을 알리는 자만이 현자일리는 없다. 좋은 책을 가려 읽는 이도 현자가 아닐까.
말 그대로 책 속에는 성현들의 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보고 느끼고 내 안에서 걸러낸다면 나름대로 겸손함 가운데 조금은 달라진 하루하루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존 러스킨’. 그의 관한 책을 당장 사서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싶은 글을 기록을 남긴다.
<4월 5일>
가장 좋은 생각은 보통 아주 쉽게,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게 떠오른다 -러스킨 p122
<4월 29일>
무지를 두려워하라. 그러나 거짓 지식을 더 두려워하다. 기만의 세계에 눈길을 돌리지 말고, 자신의 느낌을 믿지 마라. 느낌은 거짓말을 한다. 그러니 바로 너 자신 속에서 너 자신을 초월한 영원한 인간을 찾아라. -부처의 가르침 p146
<6월 1일>
네가 원했던 좋은 일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마라.
네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면 다시 위로 올라가도록 노력하다. 삶의 시련을 겸허히 견뎌야만 하고, 흔쾌히 그리고 의식적으로 너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p186
<7월 20일>
진정한 삶은 찰나적이거나 가볍지 않고 결코 사라지지도 않는다. 모든 고결한 삶은 항상 세상일과 얽혀 있다. 튼튼한 뿌리와 하늘로 더 높이 올라가는 가지를 가진 인류의 힘은 이렇게 더욱더 강화된다. -러스킨 p242
<11월 9일>
우스꽝스런 인형을 조종하는 것처럼 당신을 조종하는 욕망, 소심함, 허영보다 더 고결한 신성이 당신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p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