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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 - 조선 엘리트 파워
안승일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4월
평점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열 아홉 번째 서평
(조선 엘리트 파워)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안승일
개혁과 혁명 그리고 사람들
안승일의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은 여느 역사 교과서보다 훨씬 재미가 있다. 책은 순서에 맞게 시대적 흐름과 사건의 발단을 쫒아간다. 그리고 사건의 전개과정과 그 결과를 비롯해서 결과 후에 어이지는 상황변화까지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그리고 갑오개혁 이외에도 책 속에는 역사적 사건과 사건이 연이어 소개되고 있는데, 크게 봐서는 갑신정변과 개혁이라는 타이틀로 역사스페셜 모음을 활자로 보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에는 미세한 틈 하나 없이 마치 빼곡하게 꽉 들어차있는 솔숲을 보는 듯했다. 그만큼 책은 많은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책이 갖는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배경은 조선 후기 쇄국의 정치가 불어오는 폐단에서부터 기인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제적인 분위기속에서 개방의 물꼬를 터가는 조선의 한 시점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갑신정변이 일어나기까지의 개혁파와 수구파의 분리, 더욱이 개혁파 가운데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두 그룹인 급진 개혁파와 온건 개혁파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당대의 혁명과도 같았던 갑신정변의 시대적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김옥균을 중심축으로 구성된 급진개혁파와 그들이 꿈꾸었던 신개념의 유토피아를 위한 혁명은, 아쉽게도 3일천하로 수포로 돌아갔지만 결과적으로 이 원대하고도 이상적인 혁명이 불발됨으로 해서 가져온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책 속에는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어떤 관계에 속하든지 김옥균과 그의 동료들과 크고 작은 관계들을 형성한다. 스승과 제자,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 주종관계, 그리고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동료의 관계와 대립의 각을 세우는 수구파를 포함한 적의 이름으로 소개되는 인물들까지 다소 광범위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이들에 대한 평가는 당대의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서, 조선은 물론이고 각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다분히 이중적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이를테면 쉽게 말해서 토사구팽인 셈이다.
그렇긴 한데 저자 안승일은 무엇보다 정변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옥균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서 몇몇의 주동자 가운데 저자는 유독 김옥균에 포커스를 맞춘 격이다. 전면에 김옥균을 세우고 나서 저자는 그와 뜻을 같이 했던 인사들의 행보를 쫒는다. 박영효와 서광범, 서재필이 우선 급진세력으로 김옥균과 함께 소개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대표적으로 유길준 김홍집 김윤식과 같은 인물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변 실패 이후 시기와 곧이어 이어지는 망명기간 동안 그와 비슷한 행보를 걸었던 박영효에 대한 저자 안승일의 시선이 김옥균에 향하는 시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다소 엉뚱한 질문 하나를 갖는다. 혹 박영효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갑신정변에 관한 책은 없는 것일까?
비교적 상세한 기술을 자랑하는 이번 안승일의 책을 앞에 두고 나는 몇 가지 아쉬운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책이 갖는 장점은 분명하고도 명확하다. 이를테면 강대국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이리저리 서로 얽혀있었기 때문에, 더욱 날카롭게 대립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조목조목 분석하면서도 쉽게 풀어쓰고 있는 안승일의 이번 책은, 비단 김옥균을 대표하는 갑신정변의 주동자와 그들의 위상을 논함에 있어 그 가치와 의의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책은 19세기 이후 조선이 처한 전반적인 시대흐름을 파악하기에 좋은 텍스트라고 본다. 적어도 쇄국정치와 개혁정치를 사이에 두고 흔들리는 마지막 조선왕조의 서글픈 현실과, 개혁을 꿈꾼 이들의 치열했던 삶을 가까이 접해볼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도 괜찮다 싶겠다. 그러나 중간중간 객관성 보다는 주관이 개입한 서술이 눈에 띄었던 점. 유독 러시아 ‘10월 혁명’과 ‘트로츠키’에 연연해하는 저자의 시선에서는 의아심을 넘어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을 느끼곤 했다. 트로츠키와 러시아 혁명이 갑신정변과 갑오개혁과 어느정도 비슷한 요소를 갖는다하더라도 세 번에 걸쳐 인용하고 강조하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 (저자는 실제로 p160. p190. p221에 트로츠키를 재차 거론한다.)앞부분 어딘가에서 읽은 내용이 뒷부분에서 다시 나오기도 해서 다소 중언부언의 느낌을 받기도 한다.
책은 다양한 사료와 증거자료를 각주를 통해 기록하고 있다. 한가지 특이한 사항은 저자가 기존에 자신이 출간한 책에서도 각주인용을 자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뭐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묘한 생각이 드는 것까지 어이하랴.
다른 어떤 장르의 책보다 역사를 다루는 책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저자의 역사관이며 저자의 시선이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시선이 중립에서 미세하게 일탈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책은 재미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정한 주인공의 자리에서는 벗어났지만 어쨌든 뜨거웠던 역사를 살아내야 했던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불행한 임금이었던 고종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며 인정하는 김옥균과 그의 일행은 곁에 두고 하필 책에서는 그저 지나가는 행인처럼 등장하는 ‘고종’에게 시선이 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국충절을 다짐하는 젊은 그들의 거사가 시종일관 고종의 정치적 위치와 위세에 기인하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두고 고종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보기에는 고종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한 데서 온 희생이자 상처라고 자위할 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의 흐름은 책 속에서 저자가 그려낸 고종에 대한 의미지에 물들었기 때문이겠지만 일절하고 우유부단하고 다소 변덕스럽게 그려지고 있는 ‘고종’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조선 후기 개화기 특히나 정변과 개혁의 주동자들의 정보가 알차게 들어있는 책이다. 한번쯤 읽어보면서 당대의 시대적 흐름을 익혀두면 좋을 듯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