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백 스무 번째 서평

어린이를 위한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원작/최영희 옮김

 

  같이 읽어보실래요?^^

 

  오래전에 한번 ‘우동 한 그릇’이라는 책을 읽었던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우동에 얽힌 잔잔한 이야기라는 것은 기억해낼 수 있다. 조각조각 나누어진 기억을 소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멀어진 듯한 기분이 들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하더라도 도입부분 밖에는 알려줄 수가 없을 듯해서였는지, 복습하는 의미에서 딴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핑계거리 몇 개를 들이대고 나는 료헤이 원작의 우동 한 그릇을 다시 만났다

 

  어린이를 위한 ‘우동 한 그릇’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편집과 구성 자체가 어린이 책에 맞게 큰 활자와 간간이 들어간 아기자기한 그림. 고유명사나 어려운 어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 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어린이를 위한’ 이라는 연령규제가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전 연년층을 모두 껴안을 수 있는 보편적이면서도 인간의 가장 순수한고 깨끗한 정감을 그려내고 있는 감정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욕심을 냈다. 일곱 살 아들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아직 미취학 아동이기 때문에 한글을 떼고 책과 친한 아이라고는 하지만 문장을 비롯한 글의 양에 있어 조금 힘겨워 하는 게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읽을 수 있을 만큼만 읽도록 하고 아이가 읽어낸 부분까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은 ‘우동 한 그릇’과 ‘산타클로스’와 ‘마지막 손님’이라는 세편의 단편이 실렸다. 먼저 유명한 이야기 ‘우동 한 그릇’을 들여다보자. 섣달 그믐날. 어느 우동 가게를 찾아온 남루한 옷차림의 부인과 어린 두 사내아이의 이야기가 바로 우동 한 그릇의 이야기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한 그릇밖에 시키지 못한 우동이긴 하지만, 주인 내외는 늘 조금씩은 더 베풀며 그들을 대했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재회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는 내용이다. 그 외 불치병으로 투병중인 겐보오와 이 작은 친구의 산타클로스가 되어준 료헤이 아저씨의 이야기를 다룬 ‘산타클로스’는 어딘지 모르게 오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와 그의 작품 ‘크리스마스 선물’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이 짧은 단편에서 등장하는 료헤이라는 인물의 이름이 무척 익숙하다. 료헤이는 저자 구리 료헤이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 것일까. 어쩌면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 안에 동참하기를 더 깊이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와 그 스스로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이 같다는 점에서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생각이 많아진다.

  마지막에 실린 ‘마지막 손님’은 과자점을 운영하는 소녀와 죽음을 앞둔 노모를 위해 먼길을 달려온 노모의 아들인 중년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한번도 보지 못한 고객(손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장례식까지 찾아가는 인간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보편적 인간이 갖는 ‘예’라는 측면과 더불어, 일본사회 특히나 상인이라는 특수한 계층이 갖추고자 하는 ‘상인의 예’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돈보다도 더 귀중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정의 할 수 있을까.

 

  나는 우동 한 그릇을 읽으면서 아들에게 물어본다. 왜 이 아주머니는 세 그릇이 아닌 한 그릇을 시켜 나눠 먹었을까. 아이의 대답에 연신 기대치를 갖고 기다리던 내게 아들은 정말 아들다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건 말이지. 너무 많이 시키면 남으니까 아까워서 그런 것 같아요.”

 

  아들은 아니다. 아들 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인식코드는 확실히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일탈을 일삼고 있어 보인다.

  나는 아들에게 명확한 답을 알려줄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아들에게는 아직 개념이 확실하게 서지 않은 것뿐이다. 적어도 그렇게 위로를 받아야겠지. 뭐가 없으면 뭐를 먹어라 했다던 근거 없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그렇고 그런 시대가 아닌가 말이다.

 

  가난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보다 더 따뜻하고 순수한 인간의 정서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큰듯하다. 그런 뜻에서 밉지 않은 재촉을 시작해야 할까보다

 

  우동 한 그릇.. 같이 읽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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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xc 2014-06-23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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