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너머 그대에게 - 세상 속 당신을 위한 이주향의 마음 갤러리
이주향 지음 / 예담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스물 한 번째 서평

그림 너머 그대에게-이주향

 

보고 싶은 것과 보아야 할 것에 대하여

 

  이주향 교수가 쓴 그림 이야기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그림과 관련한 책이 처음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빨리 읽혀지지 않는다. 왜일까. 단순하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 저자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그저 물 흐르듯 귀로 듣고, 눈으로만 보고 넘어가면 뭐가 어려울까도 싶은데 나는 자꾸만 숨이 막힌다. 100미터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넘어가더란 말이다. 그 어떤 무게감 때문에.

 

  저자는 그림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서 깊이감으로 무장한 삶의 철학, 인간내면과 관련한 성찰과 자자한 여운을 그려내는 진솔한 이야기를 최전방에 세워 진두지휘 한다. 책은 겉으로 드러나는 웅대함이나 화려함 보다는 부드럽고 잔잔하며 일종의 고백서와 같이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각각의 그림이 담고 있는 주제는 다양하다. 마찬가지로 그 그림 안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꼭 보아야 하는 것 그리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것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저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에 대해서까지 두루두루 손을 뻗어 매만진다. 그것을 일종의 초월이라는 의식의 세계로 동참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이주향 교수가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데 뜯어보고 보태보고 다시 봐도 책은 전체적으로 철학만을 강요하지 않더란 말이다. 그림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인간적인 모습과 화가의 이야기. 혹은 화가가 그려내고 있는 그림 속 주인공들의 평범하면서도 딴은 비범한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을 저자는 친절하게도 먼저 귀띔해주는 듯하다.

 

  비유를 하자면 그녀가 이끄는 길은 비교적 잘 포장된 길이다. 그렇긴 해도 걸어가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한여름 땡볕이라면 목도 마르고 땀도 나며 이따금 푸념도 늘어놓을 만한 길이다. 그럼에도 계속 그 길을 걸어가게 되는 까닭은 저자가 보내주는 미풍 때문이 아닐까.

  여기 한 점의 그림이 있다. 저자는 우리가 봐야 할 것과 혹 간과해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가려내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지금까지 걸어왔던 이 길을 끝까지 갸야 하는 이유와 그 방향성을 슬그머니 부는 미풍과 함께 제시하는 듯하다.

 

  기억에 남는 작품을 열거해보자.「완벽한 키스와 흰 보자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사랑의 금기를 깨는 등불」로 소개된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잠든 에로스를 지켜보는 프시케>’ 소망합니다.「그대 내 사랑이 되기를」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장 레옹제롬의<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와 그리고 마지막 작품으로「동굴의 시간」으로 소개된 ‘조지 프레더릭 와츠의<희망>’등을 꼽아보고 싶다. 물론 이외에도 주제와 관념이라든지 작품이 내재하고 있는 작품성과 더불어 작품을 해석하는 저자 이주향의 철학이 있는 해설이 돋보였던 글이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주제와 관념이라는 표현에 저절로 숨이 멎는다. 저자 역시 이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슬쩍 들이밀게 된다. 고뇌한 흔적이 보이지만 큰 감정의 동요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듯한 저자의 글쓰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거창한 이론으로 무장한 그림과 그 해설 보다는 삶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 더 반갑다. 자신의 시대를 어떻게해서든 살아가는 평범한 그네들의 모습과 그들의 크고 작은 자잘한 생각들은 분명 나름의 가치를 품고 있다. 시대를 초월한다 하더라도 그런 의미에서 삶의 가치는 큰 차이가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까지 사념의 꼬리가 가 닿는다.

 

  초파리 두 마리가 붙어서 날아다닌다. 살기 위한 몸부림인지 사랑의 표현인지 잘 모르겠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잡으려다가 주저한다. 꼭 붙어 다니는 모습에서 연민이라도 느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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