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부터 시작하는 서울대 공부병법 38계 - 서울대 출신 21인의 공부 제대로 하는 38가지 방법
윤경환 지음 / 마리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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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서른 두 번째 서평

중학교부터 시작하는 서울대 공부병법 38계-윤경환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길’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말이 틀린 것 같다. 공부에는 왕도가 있어 보인다. 앙드레 지드의 작품 중에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좁은 문’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는 성경구절(누가복음 13:24)에서 빌려온 문구이긴 하지만, 사실상 대학입시를 논할 때 우리는 너무나 뻔한 인용의 한 예로 이 ‘좁은 문’ 이야기를 거론한다.

  윤경환의 ‘서울대 공부병법 38계’를 읽고 있으면 ‘공부의 왕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더불어 불가침으로 규정되어 온 성경구절 앞에서마저 일정부분 인식의 전환을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 그러나 조금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라는 식의 새로운 인식의 전환 말이다.

 

  저자 윤경환의 이력도 이력이지만, 사실 그만의 이력과 스펙에는 집중하지 않았다. 공부 방법 내지는 입시와 관련해서 이미 많은 책이 소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저자들이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양하고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독자들은 무조건 저자의 이력과 스펙만을 보고 책을 선별한다는 식의 착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사실 이러한 관점이 아주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책에 대한 개개인의 기대치와 함께 무엇보다도 대학입시와 연관되고 있는 까닭이다.

  때문에 좋은 대학을 나온 이들의 저서가 보편적인 면에서나 전문성에서나 더 신빙성을 갖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지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윤경환 역시 서울대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에서 대학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튼튼한 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책은 비슷한 부류의 여느 책과는 살짝 그 느낌이 다르다.

  여기에서 새로운 재미가 발동한다. 이를테면 책 속에는 나 잘난 이도 있고, 너 잘난 이도 있지만 어쩐지 밉지가 않더라는 말이다. 왜일까. 솔직 담백한 모습과 특유의 당찬 이미지가 묘하게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하다.

 

  책은 공부에 대한 선입견과 전략 및 전술로 살펴보는 내신, 논술과 컨디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면서도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서 제시한다. 쉽게 말해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특별과외인 셈이다. 내신을 위한 각 과목별 공부방법과 대학입시에 주요 관문인 수능에서 논술까지 실질적으로 수험생에게 갈등과 번민을 던져주었던 실제 출제된 문제를 예로 들어 소개한다. 또한 문제를 읽고 해석하는 방법과 노트 필기에 이르기까지 알짜배기 핵심 공부비법을 속 시원하게 풀어놓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이십여 년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 옛날에 윤경환의 특별 과외를 받았더라면 어중간한 내신 성적이 좀 올라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이야기하는 시험대비 공부비법 중, 실제로 학생 때 내가 해왔던 방법이 소개되어 괜히 기분이 좋았던 것은 잠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고등학교 때보다 대학교에 가서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변명이겠지만 그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하곤 하는데, 고등학교와 대학교 각각의 학교에서 요구하는 답안지의 형식라든지 교수들이 의도하는 공부방법이 고등학교의 그것과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었던 까닭이다.

 

  저자 윤경환은 그의 책에서 대학에만 가면 성적이 곤두박질 쳐도 상관없다는 식의 인식을 비판한다. 그의 생각에 공감한다. 대학에 가서도 전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은 지당하신 충언의 말씀인 동시에 고마운 잔소리이다.

 

  미래의 수험생이 될 어린 아들을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는 생각에 잠기게 되는가 싶다. 

  노력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 본다. 이론으로 가득 찬 책이 아닌, 실제 경험과 예시문이 담겨 있어 공감과 함께 응용과 유추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윤경환 식의 특별과외가 주는 느낌은 시종일관 유쾌함과 발랄함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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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사용설명서 - 우리 집에 꼭 필요한 약과 영양제 똑똑하게 선택하는 법
김정환 지음 / 지식채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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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서른 한번 째 서평

약 사용 설명서-김정환

 

약. 잘 아세요?

 

  가끔은 약이 백해무익이라는 말을 전해듣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약을 남용하는 이들에게는 뜨끔한 일침으로 뇌 언저리에 꼭 박히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정확한 정보 없이 진행되는 남용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새겨듣고만 싶어진다.

  ‘약 사용설명서’의 저자 김정환은 약을 다루는 약사다. 누구보다도 약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녔다. 책을 펴내게 된 동기를 찾는다면 무분별한 약의 남용과 그에 따른 부작용 실태를 구별해서, 다양한 약의 올바른 사용지침을 알려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책 속에는 친숙한 이름의 반가운 약 이야기들이 실렸는가 하면, 수능을 앞둔 수험생인양 머리를 쥐어짜며 하나씩 둘씩 살펴볼만한 이야기들도 실렸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내가 국가고시를 봐야 하는 약대생의 신분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저자는 약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영양소와 그 영향력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상비약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평범한 가계에서 보유하고 있는 일반적인 약들을 소개하고, 약의 형태를 비롯해 각각의 성분과 절적한 쓰임 정도까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약을 복용함에 있어 그 대상을 포괄적으로 단순히 연령층에만 한정하여 규정하기 보다는, 세부적으로 나누어 임산부 혹은 고령자 측면까지 배려해 구분하고 있다는 데서 친절한 배려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 외 영양제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와 각 증상에 맞게 맞춤 영양제를 소개하기도 한다. 특히 이 부분은 마치 보험 설계사가 일일이 개인의 재정 상태와 건강상태를 분석하며 보험을 설계해주듯, 꼭 필요한 약과 또는 부족한 영양소를 감안해 보충해야 할 것까지 추천해주는 일대일 맞춤 정보를 제공해주는 예시를 들고 있어 눈에 띄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약 사용설명서’는 한마디로 약에 대한 일반인을 위한 가이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보는 전문서적에 비하면 분명 그 내용이 간단하게 요약되어 있을 법하지만, 기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조금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체적이고도 전문적인 정보와 자료의 소개는, 저자의 저술이 갖는 의학적 지식의 신빙성을 더욱 강조하는 듯하다.

  친숙한 약제를 대상으로 각 제약회사별로 성분비교를 하는 대목이라든지 증상에 따른 영양제 소개와 추천 및 가족에게 꼭 필요한 맞춤 영양제 이야기는, 기초적인 약과 영양소의 이론적인 정보제공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더 유용한 부분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아이를 키우는 까닭에 아이들 약과 어른들 약이 마구 뒤섞여 있는 약통에도 이쯤 와서 시원한 바람을 양껏 불어넣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즐겨 사용하던 약에 주요성분에 카페인 성분이 들어있음을 확인하는 일을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약을 알고 내 증상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소박한 욕심은 계속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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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 호스피스 의사가 먼저 떠난 이들에게 받은 인생 수업
김여환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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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서른 번째 서평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김여환

 

마주 볼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죽음 앞에서 의연해질 수 있을까. 죽음과 관련해서 호스피스와 환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 할 수 있을까. 책을 통해서 나는 배운다. 죽음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죽음의 과정은 두렵거나 고통스럽거나 서러운 것이 아닌, 평온하고 따뜻하며 부드러운 하나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그 길은 특정한 이들만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똑같이 나 역시 걸어가게 될 단 하나의 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의 인식에 남겨져 있는 죽음은 아직까지도 여전히 회색빛이다. 두려움 그 자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모든 것이 멈춘다는 것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호스피스 의사인 김여환의 책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를 읽는 내내 나는 아주 많은 생각 속에서 헤매야 했다. 저자가 아무리 조곤조곤 부드러운 음성으로 죽음이 갖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도 역시 마지막 순간이 분명히 올 것이며 그 순간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를 이따금 생각한다.

  이 책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났던 많은 인연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저자는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은 누구나 공통적이라는 말을 남긴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고비고비를 넘기고 나면 정말 의연해 질 수 있을까.

 

  김여환의 노력에 의해 호스피스의 정의 내지는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있기를 희망한다. 말기 암 환자들이 찾아가게 되는 곳 호스피스는 단순히 죽어가는 이들이 마지막 터를 잡기 위해 찾는 곳이 아니다. 호스피스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육체적 통증과 정신적 상처 속에서도 여전히 존중받아야 하는 이들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곳이다. 적어도 내가 김여환의 책을 읽고 내린 호스피스의 정의는 그러하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느낌은 온화하고 따뜻한 위로 그 자체로 가득했었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음정을 연주하는 피아노처럼 죽음의 의미를 부드럽고 온화하며 평안하다고 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한편으로 깊이 공감하면서 눈물도 흘렸건만 또 한편으로는 무언지 모를 작은 분노가 꿈틀댔다. 왜 모두 좋다고, 좋은 거라고만 하는 걸까. 왜 자꾸 미화시키려고 하는 걸까.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건 분명한 반감이다. 어쩌자고 나는 이런 반감을 품었을까. 세상 인심이 각박해서 딴은 인식이란 것이 너무 건조해서 나 같은 반감을 들이대는 사람이 많은 까닭에 김여환 그녀가 이 책을 쓰지 않았나 싶다.

 

  작고 소박한 에피소드 모음과도 같은 이 책이 갖는 힘은 진정성일 것이다.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혹은 죽음 너머의 그 무엇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어느 순간 나타날 죽음의 실체를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는 용기를 나눠주는 듯하다. 누구나, 나 또는 우리가 모두 마주하게 되는 그 순간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끝나가는 마무리에 저자의 속 깊은 철학이 담긴 내면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야기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그녀만의 성찰이 가득 담겼다.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둘려 책을 외면하고 멀리 도망을 다녀야 했다. 어쩌면 스스로 너무 근접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나는 여전히 두렵다. 부드러운 손길로 어김없이 위로하고 달래주는 책을 앞에 두고서도 속 좁은 나는 여전히 어렵다. 무엇이 그렇게도 어려운 걸까.  법구경에 호희품 2장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착하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 걱정이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또한 걱정이기에.]

 

  예전부터 이 문구를 좋아했던 나는 회의론자인지도 모른다. 인연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의 종착지가 바로 죽음이다. 사실상 인연을 맺지 않는다하더라도 죽음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렇긴한데 인연이 없다면 더 홀가분하지 않을까, 라는 삐딱하면서도 회의주의적인 내 사고에 저자 김여환은 절대 그렇지 않다, 고 이야기한다. 인연이 만들어주는 사랑과 애정이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 거대하고도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내는지 저자는 그녀 스스로가 봐왔던 많은 순간들을 증거로 확인해주고 있었다.

 

시종일관 차분한 저자의 책에서 위로와 용기를 서로 나누어 주는 귀한 시간을 많은 이들이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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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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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스물 아홉 번째 서평

악당들의 섬-브루스 디실바

 

스릴러에 살짝 안긴 느와르

 

  학교 다닐 때 시나리오 관련 수업을 들었다. 수업에 집중하고 싶었고, 좋은 학점을 받고 싶어서 비디오 대여점에서 문제의 비디오를 빌려오기도 했지만 결국 가지고 다니다가 비디오 한 귀퉁이를 깨먹는 사고를 쳤다. 그다지 큰 비용을 내지는 않았지만 대여료 외에 얼마를 더 내야했기에 김이 빠진 나는 학교 근처에 있는 비디오방을 아침 아홉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전부 뒤져 교수가 내준 숙제로 문제의 그 비디오를 접수하는데 성공했다. 요즘 누가 이런 오래된 영화를 찾느냐는 핀잔이 날아왔지만 금덩어리라도 얻은 것처럼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뻔뻔했었던가 보다. 우리는 열시부터 시작했을 수업을 당당하게 빼먹고, 어둡고 좁은 방에 들어앉아 과자 부스러기와 탄산음료를 마셔가면서 영화 내용을 분석해야만 했다.

  2학기가 되고 나는 문제의 시나리오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얼마나 홀가분했는지. 어중간한 단발머리의 깐깐한 인상을 주던 시나리오 교수는 학생들을 들들 볶는다는 소문이 있었고, 나는 슬슬 교수를 피해다녔다. 하지만 한때 그녀의 수업을 들었던 것을 감사한다.

 

  평생을 기자로 살아온 브루스 디실바가 노년에 세상에 내놓은 걸작이 ‘악당들의 섬’이라고 한다. 표지에 찍힌 여러 개의 수상 이력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반신반의했었다. 광고가 갖는 과장의 형식과, 알면서도 다시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묘한 심리적 반응에 대해 굳이 딴지를 걸 필요는 없어보였다.

  소설은 기본적으로는 탐정소설의 형식을 갖췄다. 형식적인 틀은 탐정소설처럼 보이는데 그 안에는 영화로 치자면 느와르라는 조금 장르가 섞여 있다. 조직폭력 집단과의 복잡한 관계가 그것이다. 주인공 리엄 멀리건은 저자가 그랬듯이 신문사 기자로 등장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에서나 발전 면에서 많은 부분 낙후된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 이 곳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연이어 일어나는 화재 사건을 조사하는 주인공 멀리건은 소설 속에서 무기력하고 무능한 공권력과의 뻣뻣한 대립을 이루며 혼자 사건을 따라다닌다. 그러면서도 일정부분 그들과의 야합?을 이루기도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영원한 아군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멀리건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로 사진기자 ‘글로리아’와, 멀리건에게 기자 수업을 받기를 원하며 스스로 자청한 신문사 지주의 아들 ‘메이슨’, 주인공 멀리건과 애정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인물 ‘베로니카’와 그 외 멀리건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인물들로 구성되고 있다.

 

  소설 후반부에 살짝 등장하는 가벼운 반전이 없었다면 어쩌면 소설은 아주 평이하게 흘러가서 종점을 찍었을 법하다. 솔직히 살짝 드러나는 반전은 너무 힘이 약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쨌든, 소설에 대한 느낌은 안정감이라고 말해야 할 듯하다. 소설이 갖는 안정감, 문장과 문맥이나 등장인물의 대사 혹은 사건과 사건의 밀접한 관계와 그 전개과정에서 특별하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부분이 없이 빠르게 잘 읽혔던 것 같다.

 

  주인공들의 특성을 똑 부러지게 그려내고 있는 각 인물들의 대사가 작품 속에서 시원스럽게 잘 살아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탁구공 주고받듯 생동감 있는 대사가 오고 가면서 동시에 전반적인 소설의 전개 역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재미를 더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어떤 보통의 예상을 뒤엎을만한 사건 내지는 반전의 부재가 아쉬웠던 것 같다. 탐정소설이긴 한데 탐정소설을 큰 범주에 떠안고 있는 스릴러라는 장르와는 반걸음 떨어져 있는 듯 하고, 또 느와르 장르와의 관계도 어딘지 모르게 끈끈하지가 않다. 작가가 조금 조심스러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각설하고 소설은 소설로 읽고 만족해야 하는 법인가. 그렇다면 만족한다. 어느 면에서 갖게 되는 아쉬움은 밀어두고, 새벽 두시 반에 누워서도 미련을 못 버린 채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삼십분을 더 읽다 잠이 들었다. 자주 등장하는 야구 이야기에는 그다지 큰 공감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소설 속 인물 중에 멋진 소방대장으로 등장하는 ‘로지’가 막 좋아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왜 자꾸만 그 옛날 냉랭한 강의실에서 봤던 영화 ‘양들의 침묵’이 생각나는 걸까. 그 영화처럼 속이 후련한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 건 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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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에게 묻는 심리학
김태형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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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스물 여덟 번째 서평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김태형

 

심리학. 잔존하는 오류의 극복

 

  미안한 말이지만 심리학은 어렵다.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겠지만 심리학이 어렵다는 말은 다분히 개인적인 발상인 동시에 치기어린 과장이 묻어나는 표현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학문적으로 볼 때 심리학은 매력적이다,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단 너무 심취하려다 보면 이번처럼 위장병이 도질 위험이 잔존하기도 한다.

  낡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의 제목은 지나치게 명료하다. 정확한 곡명과 작곡가를 인터넷으로 찾으려고 한다면 바로 찾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는가, 라는 묘한 회의감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적극적이면서도 능동적인 행동을 거부한 셈인가.

 

  음악은 영화 ‘올드보이’에서 여 주인공 ‘미도의 테마’로 유명한 곡이다. 음악의 도입부분에서는 가녀린 여성의 목소리가 삽입되어 있다. 사랑해요. 아저씨!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

  영화에 나오는 미도라는 인물은 주인공 오대수의 딸로 등장한다. 근친상간의 관계로 더욱 자극적이었던 것일까. 영화 올드보이와 함께 인간의 심리 내지는 정신 분석을 비교해 생각한다면 과연 그 끌림이 어느정도일까.

  미도의 테마로 유명한 이 음악의 제목은 'Last Waltz' 라고 한다. 새하얀 눈으로 둘러싸인숲, 알 수 없는 이름의 나무가 거무스름하게 서 있는 것이 묘하게도 흰 눈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고 생각했었다. 마지막 왈츠. 음악은 낮고 조용하게 시작되고 점점 깊이감 있게 번진다.

  한 인물이 경험했던 이야기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으며 아름답지 않았다. 그런데 감독은 왜 마지막 장면을 설원을 택했던 것일까. 최면을 걸 듯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여자의 이야기처럼 인식된 것이었거나, 인식의 흐름을 벗어난 그 어떤 것이든 간에 모든 상처는 영원히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고, 상처받은 인간은 순수하고 깨끗한 순백의 처음 순간으로 회귀하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제일까.

 

  김태형의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은 쉽게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프롬과 매슬로에 이르기까지 쉬어 읽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라는 유치한 고백을 하고 싶어진다. 왜 단숨에 읽어내지 못했던 것일까. 어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깊이 내려가기를 원했던 것일까. 여하간에 길고도 긴 항해는 끝났다. 이제 김태형의 심리학 개론을 덮었다. 정리할 일만 남았는데 이 역시 쉽지가 않다.

  프로이트에 대해서는 이드, 에고, 슈퍼에고로 무척 친숙하면서도 그의 ‘꿈의 분석’은 나름 흥미롭게 접했던 부분이다. 에릭 프롬의 책 역시 교양서로 너무 익숙한 책이지 않은가.

 

  김태형은 이번 책에서 네 명의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한다. 그의 책이 갖는 구성은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먼저 제시하고 어려운 부분은 김태형 그 자신이 쉬운 해설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 다음은 어떨까. 저자는 숨 돌린 틈도 주지 않은 채 분석과 비교 과정을 통해 기존의 심리학자들의 오류를 지적하고 비판한다. 여기서 비판의 기준은 김태형이 갖는 심리학 이론의 기저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각각의 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심리와 정신분석에 관한 이론들은 일정부분 서로 관계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동떨어져서 갑자기 등장했다기 보다는 기존의 이론을 다시 재해석하거나, 부정과 비판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이론을 구축하는 식으로 서로간의 관계를 교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 김태형은 이들 학자들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력을 주고받은 과정과 그 관계를 자세하게 분석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은 저자가 제일 먼저 앞자리에 자리를 내준 인물인 ‘프로이트와 그의 이론’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융의 이론이 이어지고 다시 프롬의 이론 역시 프로이트의 기본적인 이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김태형은 이야기한다. 매슬로 역시 기존의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과 행동주의 이론에서 더 나아가 매슬로만의 이론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학자들의 이론을 설명함에 있어 익숙한 이론과 익숙하지 않은 이론들이 줄기차게 등장하는데, 표현이나 문장 자체만으로도 난해한 부분도 없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일정부분 김태형의 해설과 풀이가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따라가다가 쉽게 말해 노선을 달리한 융의 이론을 저자 김태형은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이론들의 정당성을 떠나서 이러한 이론의 발전 내지는 변형과정을 포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는 데 의의를 갖게 되는가 싶다.

 

  저자 김태형은 프롬의 이론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심리학자들에게서는 드물게 마르크스주의와 관련한 정치적인 색을 지닌 프롬의 성향을 소개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번 책에 등장하는 프롬의 이론에서 마르크스주의 성향의 소개는 길지 않았다. 프롬의 이론이 갖는 의미와 그 내용 면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일정부분 영향력을 주고받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김태형의 이번 책에서 마르크스 이론과 프롬의 이론이 갖는 관계도는 그다지 치밀해보이지는 않는다. 이것을 심리학자가 주체가 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마르크스주의 이론과의 접근성이 가져오는 한계일까. 라고 고민해본다.

 

  어쨌든 프롬의 이론에서 엿볼 수 있는 마르크르주의 내지는 사회주의 사상은 딱히 그의 사상이 그렇다기보다는 프롬만이 만들어갔던 그만의 심리학적 이론의 구조 안에서,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잠시 차용의 형식으로>이미지를 빌려온 결과라는 생각을 해본다. 형식보다는 이론이 추구하는 본래의 이상적인 이미지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자기애와 나르시시즘에’ 대한 프로이트와 프롬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각설하고 저자 김태형의 비교와 분석은 상당히 객관적인 동시에 날카롭고 이지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기존의 이론들을 하나둘씩 펼쳐놓고 잘못된 점을 일일이 지적하면서 오류를 찾아 수정하고, 이상적인 새로운 이론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렇다한들 김태형 그가 기존의 이론들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점이 아마도 김태형의 이번 책이 주는 느낌. 그것은 어쩌면 밀고 당기는 듯한 팽팽한 신경전과 비슷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이론을 이해하고 정리하기에도 도량이 부족한 아줌마가 무려 네 명의 심리학자들을 따라다니면서 공부하려니 진땀깨나 쏟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딘지 모르게 여전히 프로이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여전히 프로이트를 깊이 숭상하는 듯 보이는 저자 김태형의 글쓰기 앞에서 뭣도 모르는 아줌마는 생각한다. 김태형이 갖는 이론의 오류는 과연 전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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