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에게 묻는 심리학
김태형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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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스물 여덟 번째 서평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김태형

 

심리학. 잔존하는 오류의 극복

 

  미안한 말이지만 심리학은 어렵다.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겠지만 심리학이 어렵다는 말은 다분히 개인적인 발상인 동시에 치기어린 과장이 묻어나는 표현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학문적으로 볼 때 심리학은 매력적이다,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단 너무 심취하려다 보면 이번처럼 위장병이 도질 위험이 잔존하기도 한다.

  낡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의 제목은 지나치게 명료하다. 정확한 곡명과 작곡가를 인터넷으로 찾으려고 한다면 바로 찾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는가, 라는 묘한 회의감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적극적이면서도 능동적인 행동을 거부한 셈인가.

 

  음악은 영화 ‘올드보이’에서 여 주인공 ‘미도의 테마’로 유명한 곡이다. 음악의 도입부분에서는 가녀린 여성의 목소리가 삽입되어 있다. 사랑해요. 아저씨!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

  영화에 나오는 미도라는 인물은 주인공 오대수의 딸로 등장한다. 근친상간의 관계로 더욱 자극적이었던 것일까. 영화 올드보이와 함께 인간의 심리 내지는 정신 분석을 비교해 생각한다면 과연 그 끌림이 어느정도일까.

  미도의 테마로 유명한 이 음악의 제목은 'Last Waltz' 라고 한다. 새하얀 눈으로 둘러싸인숲, 알 수 없는 이름의 나무가 거무스름하게 서 있는 것이 묘하게도 흰 눈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고 생각했었다. 마지막 왈츠. 음악은 낮고 조용하게 시작되고 점점 깊이감 있게 번진다.

  한 인물이 경험했던 이야기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으며 아름답지 않았다. 그런데 감독은 왜 마지막 장면을 설원을 택했던 것일까. 최면을 걸 듯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여자의 이야기처럼 인식된 것이었거나, 인식의 흐름을 벗어난 그 어떤 것이든 간에 모든 상처는 영원히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고, 상처받은 인간은 순수하고 깨끗한 순백의 처음 순간으로 회귀하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제일까.

 

  김태형의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은 쉽게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프롬과 매슬로에 이르기까지 쉬어 읽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라는 유치한 고백을 하고 싶어진다. 왜 단숨에 읽어내지 못했던 것일까. 어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깊이 내려가기를 원했던 것일까. 여하간에 길고도 긴 항해는 끝났다. 이제 김태형의 심리학 개론을 덮었다. 정리할 일만 남았는데 이 역시 쉽지가 않다.

  프로이트에 대해서는 이드, 에고, 슈퍼에고로 무척 친숙하면서도 그의 ‘꿈의 분석’은 나름 흥미롭게 접했던 부분이다. 에릭 프롬의 책 역시 교양서로 너무 익숙한 책이지 않은가.

 

  김태형은 이번 책에서 네 명의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한다. 그의 책이 갖는 구성은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먼저 제시하고 어려운 부분은 김태형 그 자신이 쉬운 해설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 다음은 어떨까. 저자는 숨 돌린 틈도 주지 않은 채 분석과 비교 과정을 통해 기존의 심리학자들의 오류를 지적하고 비판한다. 여기서 비판의 기준은 김태형이 갖는 심리학 이론의 기저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각각의 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심리와 정신분석에 관한 이론들은 일정부분 서로 관계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동떨어져서 갑자기 등장했다기 보다는 기존의 이론을 다시 재해석하거나, 부정과 비판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이론을 구축하는 식으로 서로간의 관계를 교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 김태형은 이들 학자들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력을 주고받은 과정과 그 관계를 자세하게 분석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은 저자가 제일 먼저 앞자리에 자리를 내준 인물인 ‘프로이트와 그의 이론’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융의 이론이 이어지고 다시 프롬의 이론 역시 프로이트의 기본적인 이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김태형은 이야기한다. 매슬로 역시 기존의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과 행동주의 이론에서 더 나아가 매슬로만의 이론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학자들의 이론을 설명함에 있어 익숙한 이론과 익숙하지 않은 이론들이 줄기차게 등장하는데, 표현이나 문장 자체만으로도 난해한 부분도 없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일정부분 김태형의 해설과 풀이가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따라가다가 쉽게 말해 노선을 달리한 융의 이론을 저자 김태형은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이론들의 정당성을 떠나서 이러한 이론의 발전 내지는 변형과정을 포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는 데 의의를 갖게 되는가 싶다.

 

  저자 김태형은 프롬의 이론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심리학자들에게서는 드물게 마르크스주의와 관련한 정치적인 색을 지닌 프롬의 성향을 소개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번 책에 등장하는 프롬의 이론에서 마르크스주의 성향의 소개는 길지 않았다. 프롬의 이론이 갖는 의미와 그 내용 면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일정부분 영향력을 주고받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김태형의 이번 책에서 마르크스 이론과 프롬의 이론이 갖는 관계도는 그다지 치밀해보이지는 않는다. 이것을 심리학자가 주체가 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마르크스주의 이론과의 접근성이 가져오는 한계일까. 라고 고민해본다.

 

  어쨌든 프롬의 이론에서 엿볼 수 있는 마르크르주의 내지는 사회주의 사상은 딱히 그의 사상이 그렇다기보다는 프롬만이 만들어갔던 그만의 심리학적 이론의 구조 안에서,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잠시 차용의 형식으로>이미지를 빌려온 결과라는 생각을 해본다. 형식보다는 이론이 추구하는 본래의 이상적인 이미지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자기애와 나르시시즘에’ 대한 프로이트와 프롬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각설하고 저자 김태형의 비교와 분석은 상당히 객관적인 동시에 날카롭고 이지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기존의 이론들을 하나둘씩 펼쳐놓고 잘못된 점을 일일이 지적하면서 오류를 찾아 수정하고, 이상적인 새로운 이론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렇다한들 김태형 그가 기존의 이론들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점이 아마도 김태형의 이번 책이 주는 느낌. 그것은 어쩌면 밀고 당기는 듯한 팽팽한 신경전과 비슷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이론을 이해하고 정리하기에도 도량이 부족한 아줌마가 무려 네 명의 심리학자들을 따라다니면서 공부하려니 진땀깨나 쏟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딘지 모르게 여전히 프로이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여전히 프로이트를 깊이 숭상하는 듯 보이는 저자 김태형의 글쓰기 앞에서 뭣도 모르는 아줌마는 생각한다. 김태형이 갖는 이론의 오류는 과연 전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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