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김은영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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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마흔 일곱 번째 서평

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마이클 모피고

 

 

함께 하는 힘.

 

 

  전쟁을 소재로 한 동화 같은 이야기에 마음이 자꾸 부산스러워진다. 남편의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심심해하던 아이들에게 나는 드레스덴 마을에 사는 코끼리 이야기를 해줬다.

코끼리의 이름은 마를렌이야. 동물원에서 살다가 드레스덴 주변으로 폭격이 시작되면서 엘리자베스, 칼리 남매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지.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늘 키워왔던 엄마가 엘리자베스의 생일 선물로 코끼리를 데리고 왔단다.

 

 

  전쟁은 모든 것을 깊은 수렁 그 너머로의 나락으로 가라앉힌다. 높은 건물과 다리는 물론이고,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자존감이나 무의미한 어떤 희망까지도 가장 낮은 곳으로 끝간데 없이 가라앉히는 습성을 지닌다.

  많은 이들이 죽고 다치고 도시는 파괴되고 불에 타는 상처를 남기지만,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재기와 희망을 꿈꾼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지니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능력 때문이 아닐까.

 

 

  세계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마이클 모피고의 동화 같은 아기자기한 이 이야기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거나,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차원에서 머물지 않는다. 누구 한 사람, 어느 한 곳에서도 감정의 골로 격한 모습을 드러내보이지도 않는다.

 

  작가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순수하게 표현하려 했다. 전쟁 그리고 사람과 코끼리. 어쩌면 이 조합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쟁으로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코끼리의 존재감은 특별하게 느껴졌던 가 보다. 적군도 아군도 어른도 아이도 코끼리를 바라보는 순간 그 눈과 마음은 순수함으로 뜨거워진다. 전쟁이 변화시켰던 사악한 인간미마저도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사심 없이 순수함과 설레임으로 모든 사람들의 의식을 전쟁 이전의 평온함의 순간으로 데려다주곤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코끼리 우리의 ‘마를렌’은 끝과 끝을 이어주는, 이를테면 사면으로 내몰린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안전한 곳으로 한데 모아주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셈이다.

  폭격을 받은 드레스덴을 뒤로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현실. 그리고 적군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도와가며 사랑하며 위해주는 이야기는 전쟁의 시발점이 되는 그 어떤 정치적 이념 따위조차 다 떨쳐버리고 오직 존엄하고 순수한 인간 대 인간을 생각하게 하는 순간을 선물한다.

 

 

  전쟁 영화 중에 ‘쉰들러 리스트’와 ‘인생은 아름다워’ 두 작품을 두고 어느 영화 비평가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두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동일하다. 그러나 그 시대를 읽어내는 감독의 시선은 매우 다르다. 똑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전쟁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우회적으로 표현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작품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어느 비평가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대목이었다.

 

 

  어쩌면 마이클 모피고도 전쟁의 우회적 표현을 상기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이면 충분히 이해하고 같이 생각하며 이야기를 교감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이다. 더불어 어른의 시각에서 대면하는 전쟁과 그 너머의 것들에 대한 무언가에 갈망 역시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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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이제 걱정하지 마 - 엄마가 쓴 어린이를 위한 심리 치료 편지
강선영 지음 / 생각을담는어린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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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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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마흔 여섯 번째 서평

괜찮아. 이제 걱정하지마-강선영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어떻게 시작을 하면 좋을까. 겉치레 없이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적어보고 싶어진다. 엄마이고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껴안아주는 일을 하는 상담치료사 강선영의 책은 어딘지 모르게 살짝 절절한 느낌이 감돈다.

그것은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동시대의 부모 그리고 엄마라는 같은 포지션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자 강선영은 아들 예준에게 대화하듯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 잦은 전학으로 급우들 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어려움을 경험하는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엄마이면서 동시에 상담치료사의 자세로 아들과의 거리감을 조금씩 좁혀 대화하고 마음의 교감을 이어간다.

책은 비교적 어려운 심리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대화를 이어감에 있어(글을 써 나가는 데 있어) 아들을 비롯한 또래 아이들 내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표현과 문체를 비교적 쉽게 풀어쓰고 있다. 무엇보다도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경험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서 이론적으로만 무장한 딱딱한 분위기 보다는 친근함이 먼저 와 닿는 듯싶다.

  책속에서는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대상을 작가의 아들 예준으로 설정을 했지만 기실 책은 우리 주변에서 함께 호흡하는 모든 아이들을 함께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에게까지 손을 내밀어준다.

  아동과 청소년의 문제는 비단 그들만의 국한된 문제성향으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문제의 발단 원인과 동기를 살펴보면 가족 구성원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데, 따라서 가족 구성원중 한 사람이라도 심리치료를 받게 되면 다른 가족들도 한두번 쯤은 상담을 받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서 기인한다.

우울증, 열등감, 왕따, 따돌림 가슴에 상처가 되어 화인처럼 흔적으로 남는 건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그것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중 받기 원하는 존엄한 인격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통해. 지나간 시절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고 또 한편으로는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앞으로의 시간의 어떤 모습을 상기하게 된다. 예민하기 그지없는 아들은 자존감이 낮고 늘 불안해하며, 수도꼭지처럼 흐르는 눈물은(녀석의 별명은 수도꼭지다) 진정하기 까지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찬은 예민하고 너무나도 쉽게 상처 받곤 한다. 그것을 성격이라 하고 그 아이만의 성향이라고 위로받고 있기는 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나는 내 아이가 앞으로의 생활을 나름대로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양육과 관련해서 아동 심리책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일정부분 반성하는 마음 한 구석에 안도의 심정을 담아내곤 한다.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내성적인 성격이라 하더라도 그 내면에는 그들만의 개성이 있고,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만의 개성을 알아내 끄집어 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이야기를 나는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진다. 이젠 더 이상 엄마를 닮아 내성적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강선영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부드럽다. 엄마라는 자리에서 늘 외롭게 힘들어하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혹은 부모의 이름으로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자 강선영은 나직하게 말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혹 있을지 모르는 숨겨진 상처까지도 찾아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그 변화를 꾸준히 감지하며 아이가 힘들어할 때면 언제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주세요... 라고.

 

 

  빈말이지만 나를 늘 중얼거린다. 사람이 사람노릇 하면서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가.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부모의 위치에 서야 하는 일이며,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기본권 중에서 행복추구권이라는 게 있다. 혹 그 누구에게도 비난받지 않고, 그 누구에게서도 상처받지 않을 권리도 포함 가능할까. 설사 상처받았다고 하더라도 단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연기하듯 그렇게 살라고 주문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있지만 솔직히 그러기에는 이놈의 인생이, 조금은 불쌍한 내 내면이, 안쓰러운 내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이 정말 매몰차게 장외로 내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어디에서 쉴 수 있을까 하는 딴지가 생겨나는 거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많았지만 결국은 한가지로 집약된다. 상처가 있으면 스스로 인정하고, 극복해내라 한다. 가족과 함께. 부모와 함께. 엄마라는 존재감과 함께. 그리고 ‘언제나 네편’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라는 것이다.

 

 

  집으로 향하기를 갈망하는 도로시가 구두 뒤축을 부딪히며 외웠던 주문처럼, 간절한 염원을 담아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그러니 힘내라’ 라는 말을 언제까지나 들려주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 찬.. 린....

엄마는 언제나... 언제까지나... 너희들 편이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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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2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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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마흔 다섯 번째 서평

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프랑수아 플라스

 

환상 속에서 더 빛나는 인간미 2.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의 두 번 째 책이다.

전체적인 분위는 1권에서의 그것과 비슷하다. 모두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실렸고, 특이하게 공간적 배경이 추운 지방을 하고 있는 소설이 등장하고 있다. ‘에스메랄다 산’, ‘얼음 나라’, ‘거인들의 섬’, ‘웅갈릴들의 나라’, ‘인디고 섬’ 이야기까지 비교적 길지 않으면서 에피소드 위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오르배 섬 사람들 시리즈가 지니는 매력은 문장이 지니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오래전 영화에서 나왔던 어느 인디언의 이름이 생각난다. ‘주먹 쥐고 일어서’, 아니면 ‘헤픈 웃음’ 이었던가. 그런가하면 일전에 인터넷상에서 급작스럽게 유행을 했던 인디언식 이름 짓기에 맞게 찾아냈던 내 이름이 자연스럽게 입술에 걸려든다. 흰말이라는 표현보다 조금은 부드럽게 하얀 말로 바꿔 놓고 보니 이름이 멋있어 보이더란 말이다. ‘하얀 말의 그림자’ 이 얼마나 분위기 있고, 그윽한 센시티브의 바람이 풀풀 날리는 이름일까하는 거다.

 

  책 속에는 묘한 매력으로 시선을 붙잡은 표현들이 보인다. ‘꿈을 여는 풀’ ‘걸어서 하늘까지’ ‘잠의 방’과 같은 어휘적 표현들은 있는 그대로를 풀어서 명명하는 것이기에 글자 그대로만 본다면 색다른 느낌은 없다. 다만 화려하고 눈부신 겉치레에 둘러싸인 그 무엇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듯한 것만큼은 이 모든 순수함을 대표하는 표현들의 숭고하고 독특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객관적으로 기승전결의 탄탄한 스토리가 이어지는 작품은 드물다. 특별하게 주제를 상기하면서 뜯어보기보다는 신비스럽다거나, 익숙하지 않은데서 오는 낯설음이 가져오는 설레임 따위를 생각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좋을 듯한 이야기 같다.

 

  1권과 2권을 동시에 볼 때, 책은 부족과 부족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감이 있다. 싸움과 투쟁 혹은 조화라는 차원에서 해석 가능한 문제일까. 또 한편으로는 대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그려내는 듯한 작품도 있어 보인다. 무속신앙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이 공존하는 사회의 이야기 구성은 1권과 2권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찌보면 이러한 작품의 배경 안에서 주인공들의 선택 내지는 행동의 결과에 더 중점을 주고 읽게 되는가 싶기도 한데, 1. 2권을 접하고 나서 느끼는 프랑수아 플라스가 만들어내는 인물들이 추구하는 성향은 언뜻 보기에 양자간의 특성을 골고루 지니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자연에 순응하는 인간상에 더 가깝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화 같은 이야기에서 풍겨져 나오는 비현실감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에 결국 인간으로서, 인간만이 추구하고자하는,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찾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가 싶다.

개인적으로 ‘H. 웅갈릴들의 나라’ 와 ‘I. 인디고 섬’이 기억에 남는다. 전자는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스토리의 전개이긴 하지만 순간만을 위한 환상보다는 현실적인 리얼리티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엿보이는 듯 해 정감이 간다고 중얼거리는 중이다. 또한 ‘인디고 섬’은 이를테면 열린 결말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전체적인 구성에서 본다면 이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결국 앞으로 계속 이어지게 될 이야기들에 대한 암시를 품고 있다는 면에서 ‘인디고 섬’은 열릴 결말인 동시에 후기작에 대한 예고편이라고 볼 수 있다.

 

  자.. 이제 더 솔직해볼 일이다.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시리즈는 분명하게도 독특한 개성과 특성을 지닌 좋은 책이다. 그렇긴 한데 1.2권을 접한 지금에서 나는 책이 지니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뜯어본다면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 주제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소소하게는 인물의 심리변화까지도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쯤되면 딜레마에 빠지는 걸 느낀다.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내가 보고 싶은 것과 느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늘어난다.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매달려야 할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말 가슴이 뛸 만한, 정말이지 먼 우주에서부터 지구로 떨어지는, 이글이글 붉게 타들어가는 운석 하나쯤 맨 가슴으로 받아내고 싶은 정도로 그런 무엇인가를 그런 자극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욕심일까. 이런 허망함이라니... 감각이란 것에 너무 심한 오염의 흔적이 가해진 탓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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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바꾸는 성격의 비밀 - EBS 다큐프라임 3부작 『당신의 성격』을 재구성한 자녀양육 지침서
김현수 지음 / 블루앤트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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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흔 네 번째 서평

우리 아이를 바꾸는 성격의 비밀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

(내 아이의 성격과 기질)

 

 

  두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성향을 지닌 것을 알 수가 있다. 첫째 아이는 사내아이지만 대체로 첫째아이들이 보이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를테면 어떤 일을 시작함에 있어 약간의 뜸들이기 내지는 주저함과 조심스러움이 있으며 조금은 소심해보이고 의심이 많아 보이기도 한다. 반면 둘째 아이는 딸아이지만 그 성향이 맹목적으로 보일만큼 대범하고 거침없다.

  주변에서는 두 아이의 성향이 서로 바뀐 것 같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아들을 보고 있으면 아들의 성향이 엄마의 그것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무척 다양한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쳐 판단한다거나 그런 인식으로 고착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움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책은 아이들의 성격, 기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외향적과 내향적 스타일. 활발하게 잘 움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성향은 외향적 스타일이라고 정의하는 동시에 혼자 있기 좋아하고 사색하기 좋아하며 무슨 일을 하기 까지 약간의 나름대로 정리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필요로 하는 내향적 스타일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세부적으로 성격 또는 기질에 대해 다채로운 구분으로 나뉘고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이러한 정보는 어디까지나 쉽게 찾아보기 위한 방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한편으로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다양한 구별법에 의해 나와 혹은 내 아이의 성향을 미리부터 끼워 맞춰 가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성격이 좋은 것인가, 라는 질문에 책은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 라는 식의 답을 내어주지 않는다. 외향적 성향의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또 내향적 성향의 아이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인성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해 자신에게 향하는 문제들을 해결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흔히들 편견에 치우쳐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들은 또래집단에서 교우 관계라든지 일반적인 사회성을 잘 형성해가지 못한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많이 갖기 마련이다, 라며 걱정하는 일이 잦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러한 걱정들이 한편으로는 기우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향적 스타일의 아이들도 충분히 사회적 위치에서 우월한 위치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약간의 어색한 비약이 담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집중력과 판단력 혹은 이해력에 있어 월등히 뛰어난 결과를 보이는 내향적 성향의 아이들의 특징은, 외향적 아이들이 갖는 높은 할동 수준에 견주어볼 때 확실한 이점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책은 아이들이 지니는 성격과 기질이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대체적으로 환경이나 혹은 부모의 양육방식에 의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으로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에 명확한 수정을 요하고 있어 보인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 요인이라는 두 가지를 앞에 놓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나는 환경적인 요인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에 서 있다. 그것은 어떤 한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의 환경요인과 조화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은 말한다.

아이들의 성격과 기질은 타고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양육관과 주변 환경이 타고난 아이들의 성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에 맞게 잘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부모가 아이들의 성향을 잘 알아가는 일이다. 책에서는 부모나 학교 생활에 있어 선생님의 성향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한편으로 부모의 성향이 아동의 성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인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책 속에 담겨있다.

  유전성이 강한 아이들의 성향은 자신의 것을 간직해 가면서 주변 환경에 의해 위축되거나, 거칠 것 없이 쭉쭉 뻗어나갈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이 판단하는 결과물이 서로 다를 뿐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책속에 소개되어 있는 구분법으로 따지자면 내향적 성향의 소유자다. 물론 내 아이들을 볼 때도 내향적 성향의 요소를 가지고 잣대를 삼아 바라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한들 아이들은 엄마의 그것과 똑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지 않은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아이의 성향은 전문가들이 구별해놓은 여러 가지 성향의 총체적인 이미지를 지닌 듯 보인다. 그래도 정말 하나를 골라라 강요를 한다면 내향적 성향이 조금은 더 많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느 하나의 성향으로 내 아이의 성향을 규정짓고 싶지는 않은가보다. 어찌보면 성격과 기질을 일찍 파악한다는 것은 일종의 딜레마에 빠지는 지름길일 수도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성격이 있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내 자신과 내 아이의 성향을 알아두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라는 취지에서 책은 긍정적이면서도 매우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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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말라 -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래서 더 진실한 아프리카의 역사 이야기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 1
김명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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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마흔 세 번째 서평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김명주

 

아프리카를 느끼다.

 

 

  겉표지가 인상적이다. 검은 눈동자의 소녀가 무언가를 주시하는 사진이 완연한 어둠의 흑색과 어슴푸레 밝아오는 하늘인양 회색이 뒤섞인 배경에서 도드라진다. 무채색의 조화다.

곱슬머리를 촘촘히 땋은 머리가 거친 실루엣을 이루며 흘러내리고 시원스레 뻗어나온 얼굴윤곽을 따라 오뚝하게 솟은 콧날과 두툼한 입술 그리고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소녀의 얼굴이 표지 전면에 가득 차 있다. 검은 눈동자와는 유난히 대비되는 흰자위가 조금 충혈 되어 보인다.

 

  책은 한국인의 시선으로 본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아프리카 현지에서 원지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 김명주가 바로 책의 저자다. 처음 책장을 열고 느꼈던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달라져갔고 또 꼭 그래야만 했던 것을 느낀다. 무슨 말일까. ‘아담과 이브는 백인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던 말콤 X 의 언쟁을 소개하는 도입부분만 봤을 때 나는 자만?이 섞인 반가움이 만들어준 착각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책은 마치 달리기 출발선상에서 먼저 달려나가는 것 같았다. 마음 편히 보고 싶다는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어 저 멀리 먼저 뛰어가 버렸다. 김명주의 책은 우물쭈물 하고 있는 내게 왜 멍청하게 아직도 그곳에 서 있는가하며 끊임없이 힐책을 가했다.

 

  소재는 명료했으되, 주제는 다양했다? 라는 정의를 내려 볼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반대로 해석할 수 있을까. 주제는 하나지만 소재를 다양하게 끌어왔다고 할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한다. 어쨌든 책은 아프리카대륙, 그리고 그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흑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들의 역사, 인종의 시작점, 그들을 대하는 인종간의 편파적인 시각등등 이미 고착화된 인식의 편견을 바로잡고자 노려하는 저자의 모습이 절절하게 혹은 냉정하게 잘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의 조상을 대표하는 ‘루시’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 루시를 포함해 초기 인류의 전파경로라든지 어찌보면 이번 김명주의 책은 마치 인류학 전공서적과 같은 풍미를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아프리카와 연계되는 세계사의 사건과 사건, 그 안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대륙이 흘리는 눈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북극의 눈물, 남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만 회자될 일만은 아닌 듯싶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역사인류보고서와 같은 다소 딱딱한 느낌의 책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보인다. 그러나 그런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몇개의 둔턱을 잘 넘어가다보면 독자는 책이 진정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갖게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어찌보면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한 (이를테면 말콤X의 일화를 소개하는 것처럼) 스토리와 화자의 맛깔스러운 진행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치의 수정을 불가피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책이 갖는 분위기는 쉽게 풀어쓰되 진지한 접근을 목표로 한 세계사 이야기와 비슷하다. 다만 그 주체가 되는 것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시작된 흑인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서 현대사회에서나 강대국과 약소국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구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현실은 참 무겁고 갑갑함을 가져오는 주제다. 아이러니하게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틀에 박힌 구조 속에서 싹트는 인간 본연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시작되고 다시 소멸될 지언정 지치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진실된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가 싶다. 저자는 유럽열강에 의해 토막토막 분해되어가는 아프리카 대륙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인권을 유린하고 부를 착취하며 장기간 정권을 쥐고 있던 독재자들의 최후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서글픈 과거와 현재, 세계 강대국에 의한 식민시기를 거쳐 오면서 민주주의와 인간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위한 그들의 투쟁과 혁명이 고스란히 실린 책은, 아프리카에 대한 모든 것을 가득 담아내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많은 자료를 모으고, 준비했을 저자 김명주의 노력이, 그의 사고와 사상이, 그가 갖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넘치듯 담겨진 책이다.

개인적으로 독도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 무한 공감을 표하며 전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바이다. 머나먼 땅 아프리카. 잠시 곁으로 바짝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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