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말라 -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래서 더 진실한 아프리카의 역사 이야기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 1
김명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마흔 세 번째 서평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김명주

 

아프리카를 느끼다.

 

 

  겉표지가 인상적이다. 검은 눈동자의 소녀가 무언가를 주시하는 사진이 완연한 어둠의 흑색과 어슴푸레 밝아오는 하늘인양 회색이 뒤섞인 배경에서 도드라진다. 무채색의 조화다.

곱슬머리를 촘촘히 땋은 머리가 거친 실루엣을 이루며 흘러내리고 시원스레 뻗어나온 얼굴윤곽을 따라 오뚝하게 솟은 콧날과 두툼한 입술 그리고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소녀의 얼굴이 표지 전면에 가득 차 있다. 검은 눈동자와는 유난히 대비되는 흰자위가 조금 충혈 되어 보인다.

 

  책은 한국인의 시선으로 본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아프리카 현지에서 원지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 김명주가 바로 책의 저자다. 처음 책장을 열고 느꼈던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달라져갔고 또 꼭 그래야만 했던 것을 느낀다. 무슨 말일까. ‘아담과 이브는 백인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던 말콤 X 의 언쟁을 소개하는 도입부분만 봤을 때 나는 자만?이 섞인 반가움이 만들어준 착각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책은 마치 달리기 출발선상에서 먼저 달려나가는 것 같았다. 마음 편히 보고 싶다는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어 저 멀리 먼저 뛰어가 버렸다. 김명주의 책은 우물쭈물 하고 있는 내게 왜 멍청하게 아직도 그곳에 서 있는가하며 끊임없이 힐책을 가했다.

 

  소재는 명료했으되, 주제는 다양했다? 라는 정의를 내려 볼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반대로 해석할 수 있을까. 주제는 하나지만 소재를 다양하게 끌어왔다고 할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한다. 어쨌든 책은 아프리카대륙, 그리고 그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흑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들의 역사, 인종의 시작점, 그들을 대하는 인종간의 편파적인 시각등등 이미 고착화된 인식의 편견을 바로잡고자 노려하는 저자의 모습이 절절하게 혹은 냉정하게 잘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의 조상을 대표하는 ‘루시’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 루시를 포함해 초기 인류의 전파경로라든지 어찌보면 이번 김명주의 책은 마치 인류학 전공서적과 같은 풍미를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아프리카와 연계되는 세계사의 사건과 사건, 그 안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대륙이 흘리는 눈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북극의 눈물, 남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만 회자될 일만은 아닌 듯싶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역사인류보고서와 같은 다소 딱딱한 느낌의 책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보인다. 그러나 그런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몇개의 둔턱을 잘 넘어가다보면 독자는 책이 진정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갖게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어찌보면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한 (이를테면 말콤X의 일화를 소개하는 것처럼) 스토리와 화자의 맛깔스러운 진행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치의 수정을 불가피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책이 갖는 분위기는 쉽게 풀어쓰되 진지한 접근을 목표로 한 세계사 이야기와 비슷하다. 다만 그 주체가 되는 것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시작된 흑인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서 현대사회에서나 강대국과 약소국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구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현실은 참 무겁고 갑갑함을 가져오는 주제다. 아이러니하게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틀에 박힌 구조 속에서 싹트는 인간 본연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시작되고 다시 소멸될 지언정 지치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진실된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가 싶다. 저자는 유럽열강에 의해 토막토막 분해되어가는 아프리카 대륙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인권을 유린하고 부를 착취하며 장기간 정권을 쥐고 있던 독재자들의 최후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서글픈 과거와 현재, 세계 강대국에 의한 식민시기를 거쳐 오면서 민주주의와 인간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위한 그들의 투쟁과 혁명이 고스란히 실린 책은, 아프리카에 대한 모든 것을 가득 담아내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많은 자료를 모으고, 준비했을 저자 김명주의 노력이, 그의 사고와 사상이, 그가 갖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넘치듯 담겨진 책이다.

개인적으로 독도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 무한 공감을 표하며 전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바이다. 머나먼 땅 아프리카. 잠시 곁으로 바짝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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