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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하루 10분 글쓰기
조이 캔워드 지음, 최정희 옮김 / 그린페이퍼 / 2020년 6월
평점 :
나를 찾는 하루 10분 글쓰기
-내면의 목소리에 몰입하기를...
장마다. 곧 후드득 빗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데 아직은 잔뜩 찌푸린 채 조용하기만 하다. 아이를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에어컨 대신 히터를 켰다. 장마가 시작된 이후 이상하게 한기로 추위를 타고 있어서 가을에 입는 카디건을 걸치고 앉아 생각한다. 차라리 비가 퍼부으면 따뜻해지려나?
책은 170페이지 정도의 얇은 두께로 가볍고 뻣뻣하지 않아 부드럽다. 어디든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정도의 적당한 크기다. 무엇보다 무겁지 않아서 좋은 책이다.
집중하고 몰입하기. 사실 모든 집중을 위한 몰입이 있기 전에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관찰하는 행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라고 했다. ‘나를 찾는 하루 10분 글쓰기’의 조이 캔워드는 자신의 책에서 집중과 몰입, 그리고 내면의 소리를 들어볼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면의 목소리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어쩌면 글쓰기란 내 안에 숨어있는 진정한 나를 찾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작가에게는 내면에 숨은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다”p10
캔워드의 ‘나를 찾는 하루10분 글쓰기’는 형식적이지 않으며, 너무 많이 들어서 익숙해져버린 지루한 이론을 거창하게 들먹이지도 않는다. 답답할 정도로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진지하다. 그런 까닭에 딱 그만큼 넉넉하면서도 사색적이라는 매력을 품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아주 조금씩 천천히 내면으로의 여행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 안내를 도와준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내면으로 침잠하며 글쓰기를 몸에 익힐 것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내면의 ‘생각 전환’과 같은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의 전환)내용과 함께 ‘내게 영감을 준 사람들’이나 ‘감정 기억하기’, ‘나만의 책갈피’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또한 외적인 것들 즉 구성과 형식적인 측면으로도 볼 수 있는 시(운문과 산문)와 소설(시점과 시제, 분위기) 쓰기를 소개하기도 한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일기를 쓸 수 있고, 여든이 넘은 어르신들도 한글을 배우셨다면, 시장에서 구입할 목록정도는 받침이 몇 개 빠진 글자라 한들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가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매일같이 쓰고 있지만 여전히 뭔가 모를 거대한 벽에 매일같이 머리를 들이박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 이번 책을 통해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낸 듯싶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가 글쓰기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이유가, 타인을 의식하고 그들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쓰기 때문이며, 평가만을 위한 글을 쓰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말을 넌지시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작가의 말에 마음 한 끝자락이 지잉 울리며 허탈감으로 돌돌 말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언제나 내 안으로의 몰입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것들과의 비교와 비판이라는 어설픈 무대에 먼저 올라섰던 것은 아니었을까.
책은 꼭 작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에 대한, 진지한 사색이 담긴 책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쓰는 일이 먼저다. 그리고 난 이후에 다듬고 고치는 과정(퇴고)을 통해 글쓰기를 이어간다면 작가의 말대로 우리는 분명 좋은 글을 쓰고 있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를 언급하고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을 기록으로 남긴다. 가장 좋았던 까닭은 아마도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내 신념과 엇비슷하게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감각으로 느끼기’ 라는 대목에 대한 이야기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 는 독자에게 어떠한 장면을 설명하는 대신, 독자가 그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이 기법을 구사하려면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늘 열어두어야 한다.-p28
캔워드는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지 말고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그의 이야기처럼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몰입해 구체적으로 표현해내는 연습을 반복하게 된다면, 언젠가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무늬(내용과 형식)를 갖춘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글을 쓰게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아끼는 책으로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여백과 사색이 오롯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그런 책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