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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역사여행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평점 :
방구석 역사여행
-역사, 숨을 쉬다
간접체험의 진수는 바로 여행과 관련된 책을 읽는 일이 아닐까싶다.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사진과 함께 저자가 풀어놓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은 책을 읽는 이에게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방구석 역사여행이다. 지은이 유정호는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동시에 역사와 관련해 이미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저력이 있는 작가다. 역사와 함께 호흡을 같이해온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으레 어떤 정해진 분위기를 일정부분 짐작할 수 있을 법도 하지만 이 책의 느낌은 좀 달랐다. 그의 책은 노련한 여느 역사가의 족집게 과외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그럴 것이다, 라고 예상했던 것들이 아니었기에 더욱 반가웠다고 해야할까.
유정호의 이야기는 역사에 대한 애틋함과 순수함이 진득하게 베어든 저자만의 시선이 찾아낸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책 ‘방구석 역사여행’은 7개의 지역으로 구분하여 지역마다 가보면 좋을, 혹은 꼭 가봐야 할 곳 등을 역사가의 시선에서 잔잔하게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도 그리고 강원도와 충청도, 전라도와 경상도 마지막에는 특이하게 제주도를 포함시켰다. 그의 책은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의의와 가치가 있는 곳들을 포함해 잘 알려지지 않는 숨겨진 비경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곳곳에 자리한 역사를 찾아내고 있었다.
예전에 역사를 소재로 한 여행기 몇 권을 접해본 기억을 소급해 다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지라, 견고하지 못한 기억력이 나이가 들수록 자신감 내지는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하는 불안한 요소로 자리하게 되는가보다. 그 간당간당하는 기억력을 붙잡는 방법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학습과 수행일 뿐이라는 생각에서 나는 이번 유정호의 책도 역시 멀어져간 기억을 되새기는 데 도움을 구하는 요긴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익숙하지 않았기에 새롭고 더 깊이 와 닿았던 내용 몇 가지를 이곳에 소개해보면 어떨까. 왜 백정 교회가 불렸을까? 라는 타이틀로 소개되고 있는 ‘승동교회’의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제일 먼저 이곳 지면에 소개하고자 한다. 승동교회의 역사적 배경과 3.1 운동을 비롯해 독립운동과 살아있는 교회의 역사를 소개하는 이 장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유튜브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제 1호 서양의사로 알려진 박봉출이다.( 그는 이후 박서양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물과의 깊은 인연으로 소개하는 ‘수종사’ 역사 내게는 낯설지만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각인된 곳이기도 하다. 상사병에 걸려 죽어 뱀이 되어서까지 공주에게 집착했다는 당나라 공주의 설화 이야기를 소개하는 ‘청평사’는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도 같으면서도 여전히 새롭게 다가온다.
더욱이 충청도 편에서 언급하고 있는 백제 역사에 대한 기록과 관련된 이야기들에 대한 소개는 유독 백제와 같이 한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 좋은 인상을 준 부분이기도 하다.
책은 삼국시대에서부터 시작해 통일신라, 고려, 조선, 그리고 시대와 세대를 훌쩍 건너뛰어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기쁨과 환희, 슬픔과 고통을 끌어안은 회환으로, 여전히 숨 쉬고 있는 우리의 역사를 담백하게 그려낸다.
역사를 제일 어려운 과목으로 치부해버리는 요즘 학생들에게 역사란, 딱딱한 암기과목이 아닌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어떤 관점의 변화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역사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과거로 회귀하여 돌아가지 못하기에, 오래전 어느 시기를 현재의 남아있는 유적과 유물 가까이로 감히 소환하는 것에서부터 역사는 다시 시작되고 그렇게 또 이어진다. 그리고 그 지나간 시간 안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들여다보고 의미를 생각하며 태어나 살아가며 사라져갔을 모든 삶의 이야기를 논하는 게 바로 역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때문에 역사는 지나간 과거의 것이 아닌 살아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책 ‘방구석 역사여행’은 어렵지 않게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는 책이다. 중학생 아들놈이 좀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시종 부모로서 갖는 사욕이지만 잠시라도 언급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