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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평점 :
메트로폴리스
-선을 넘나드는 해박함
책은 도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6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툼한 분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 읽히는 장점을 지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사람 벤 윌슨은 정말이지 박학다식하지 않은가. 광대한 역사적 사료와 더불어 그만의 논리적이면서 동시에 분석적인 사유가 무엇보다 책 안에 가득 들어차있음은 무언가 다가가 알고 싶어하는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해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 저자는 무게를 잡거나 어려운 수식을 쓰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서술과 설명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장점으로 어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책이 지니는 긍정적 요소로 자리한다.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예전에 읽었던 사피엔스나, 총균쇠와 같은 책들을 잠시 떠올렸던 것도 사실이다. 전자의 두 권이 인류의 탄생과 발생, 생존을 위한 대자연과의 적응 및 순응, 현대사회와 미래사회에서 인류가 마주해야 할 부분 또 끊임없이 변해가는 인자에서 도전받게 될 부분들을 언급했다고 한다면, 이 책 메트로폴리스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그 방향성이 다르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유발 하라리나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그들의 책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는 조금은 다른 벤 윌슨만의 이야기. 그만의 이야기가 갖는 장단점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자.
우선 책은 시대별로 구분하여 각각의 시기에 주목할 만한 대도시를 언급한다. 더불어 대도시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과 문화, 사회, 역사적 사건에 주목하는 특성을 보인다. 예를 들면 기원전2000-539년에 에덴동산과 죄악의 도시(하라파와 바빌론), 기원전30-537년에 목욕탕 속의 쾌락(로마), 1666-1820년 카페인 공동체와 사교(런던)과 같은 식이다.
모두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익히 잘 알고 있는 대도시부터 익숙하지 않은 과거시대의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다 사라진 어느 도시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아우르며 보여주고 있다.
개인의 취향이 여기에서도 작용되는지라 기억하고 싶은 부분도 어쩐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누어지는가도 싶다. 많은 도시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공동 목욕탕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정치, 경제, 사회, 당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로마편과 파리 증후군을 언급했던 파리편, 그리고 폴란드 바르사뱌를 언급했던 섬멸이라는 제목아래 전쟁의 참담함과 생존의 가치를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들이 기억난다.
그런데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딴지걸기 좋아하는 내가 이런 자리에서 하는 말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니 무심해도 괜찮겠지만서도 그렇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가자. 뭐랄까. 아쉬움의 근거는 아마도 저자의 박학다식에서 오는 방대한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자는 그게 무슨 단점인가, 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그 박학다식함이 주는 다소간의 번잡함이 책의 중심을 흔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는 말이다.
아무리 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고는 하나 , 어느 하나의 주제를 잡아 다양한 많은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틀어지지 않는 중심. 그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가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벤 윌슨 역시 크게 봐서는 그 중심을 지켜가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이상하게 기원전 이야기나, 그 안팎의 시기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나름 거부감이 없이 다가오는 데 말이다. 파리증후군에서 보이는 저자의 예술작품에 대한 분석과 깊은 조예. 폴란드 바르사뱌와 유대인, 독일군과 소련군, 히틀러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는 각각 따로 떨어트려 봤을 때는 괜찮겠지만, 다른 내용들과 함께 생각하고 읽어가기에는 약간의 음이탈적인 성격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내가 깐깐한 편인가.
도시의 재상산성. 도시의 생명력 즉 유기체와 같은 도시의 특성을 언급하기 위해 필요했던 기본적인 정보의 전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리 또 너무 깊이 에돌아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각각의 장마다 언급되고 있는 영화나 책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도 이 책이 풍기는 이채로움의 장점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중심에서 흔들리는 듯한 단점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인가 싶다.
이런 요소들이 어떤 단점 혹은 장점으로 비춰지든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정말이지 ‘도시를 통해서 본 세계사’라 총칭할 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곁가지로 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미래지향적인 도시와 그 뱡향성’을 언급하며 제자리로 돌아와 정리하는 벤 윌슨식의 글쓰기도 익숙해지면 적응되지 않을까도 싶다.
딴지 같지 않은 딴지를 늘어놓기는 했지만 ‘메트로폴리스’. 이번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저자의 노력은 선을 넘나드는 해박함일 것이다. 그에게 ‘해박한 지식인’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