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 채식과 건강식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
이의철 지음 / 니들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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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준비된 비건을 위한 지침서

 


최근에는 채식주의자를 비건이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부르는 것 같다.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비건인들을 위한 식물성 고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가 싶다. 그만큼 주변에 비건을 실천하는 이들이 과거보다 많아졌다는 증거라고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그런데말이다. 요즘 같아서는 채소같이 워낙 올라서 비건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시기가 아닐까도 싶다. 우스갯소리로 어느 대파의 변명을 이야기하고 넘어가자. 대파가격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오른 현재 7000원대에서 최고 10000원대까지 고공행진을 만들어가는 대파가격 탓에 모 정육점에서 서 붙인 이런 멘트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고 한다.

‘대파 값이 안정되면 돌아올게요. 대파 올림.’ 대파를 좋아하는 일인으로 대파가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장바구니 물가야 어디 대파 뿐일까. 각설하고 이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의철의 책 ‘자연식물식’은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책인 동시에 차근차근 비건을 준비하려는 이들을 위한 알뜰한 지침서다. 의사인 그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생활습관의학 전문의 그리고 직업환경 의학센터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얼핏 봐도 익숙하지 않은 분야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직업적 배경이 그가 주창하는 비건을 위한 식생활에 대한 많은 정보와 다양한 예시를 소개하면서 그만의 이야기에 신뢰도를 더해주는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분명해보인다.

 


책은 왜 자연식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그 근거를 다양한 정보와 통계치를 들어 설명한다. 의사로서의 전문적 지식을 활용해 영양 생태학에 대한 이야기와 현대인들이 고통 받고 있는 다양한 만성질환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물론 그가 이야기하는 바는 오직 한가지이다. 자연식물식의 필요성과 당위성이다. 책 속에는 우리들이 평소 익히 잘 알고 있었던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정보와 지식의 오류를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의 식습관을 비교해서 질병의 원인과 진행방향을 보여주기도 하고 외국의 예시와 한국의 것들을 비교하며 분석하기도 한다. 딴은 잘못된 것들을 일일이 수정해가는 과정에서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다소 심각하게 와닿았던 부분인 ‘인슐린저항성’은 대부분의 질환과 관계가 있었다. 그런가하면 우유의 역설은 칼슘의 역설과 동시에 생각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가 말하는 우유의 본질을 알고나니 마트에서 우유 사기가 망설여지고 있다는 것도 쪼잔한 고백 중 한가지이다. 밀가루와 탄수화물에 대한 오해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최근에 유행을 하고 있는 ‘저탄고지’ 식의 다이어트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까지 언급하기도 한다. 유독 흥미로웠던 것은 등푸른 생선인 고등어의 콜레스테롤 수치에 대한 언급과 함께 멸치의 반격이었지 않나싶다. 멸치의 반격이란 표현은 개인적으로 만들어본 것이긴 한데, 믿고 있었던 멸치 너마져! 라는 탄식에서 나왔던 표현이었던 것 같다. 왜였을까. 왜 아무 힘도 없이 그냥 뼈째로 영양을 듬뿍 쏟아주고 가는 이 비리비리한 멸치에게까지 씁쓸한 기분이 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의철의 책에 담겨있다.

식물성 단백질과 현미를 중심으로 한 잡곡이 들어간 식단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저자는 몸소 자연식물식 식단을 지키며 사람들에게 그 방법과 장점을 설명하고 실천을 권장한다. 책은 장보기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 외식을 할 때의 방법이나 비행기 기내식 주문에 대한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소개한다.



한편으로 동물성 단백질에 의한 청소년기의 빠른 성장이 암을 불러온다는 것, 모유 속에 들어있는 환경 호르몬 이야기는 과히 불안하고 유쾌하지 않은 감정과 갑작스레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책은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또 자연식물식을 준비하는 예비 비건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지 싶다. 그러나 한가지 스트레스는 내려놓고 편하게 읽기를 권한다. 비건을 위한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실천으로 옮겨도 뭐라 할 사람은 없어보이니까. 그냥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먹지 말라고 하는 음식을 먹는 내 자신한테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할까. 어쨌든 뇌가 생각하는 것과 몸이 따라가는 것과의 부조화는 분명 일종의 스트레스로 작용하는가 싶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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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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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회한 그리고 그리움

 



양장으로 된 작은 책이다. 겉을 감싸는 컬러가 마음에 든다. 차분한 듯하면서도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색이다. 이런 색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짙은 회색? 아니다. 단순히 짙은 회색만은 아닌 듯하다. 코발트의 푸른색이 들어갔을까. 아니면 그린 그도 아니면 붉은 색이 살짝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단순한 회색의 빛깔은 아닌 게 분명해보인다. 그렇기는 해도 이 역시 무채색임에는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갑자기 색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해지는 중이다.

 

책의 겉표지에 실린 흑백 사진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인물은 이브 생 로랑이라는 사람이다. 책을 접하기 전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두 명의 남자들 피에르 베르제와 이브 생 로랑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전부했다고 봐야한다. 패션에는 절대적으로 문외한인 내가 오로지 책을 통해서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된 것 또한 어찌보면 행운이 아닐까. 패션계에서 유명했다는 이 사람 이브. 그리고 그의 연인이자 동반자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피에르.

어찌어찌 살다보니 책 속에 등장하는 디자인을 한두 번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통해 본 것 같기도 하다.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무늬 같기도 하고, 이집트 상형문자 같기도 한 디자인의 의미를 이제야 나는 깨닫고 있다. 그 무늬(디자인)가 의미하는 게 바로 이브 생 로랑의 이름을 상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은 이브 생 로랑의 동성연인으로 50년동안 함께 해왔던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의 사후에 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기록을 담고 있다. 날짜의 기록은 2008년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오랜 연인의(이브) 죽음을 맞으며 낭독했던 내용도 함께 실렸다. 얼핏보면 어느 지명도 있는 동성연인들의 기록물로 치부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책은 그 너머의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고 봐야한다. 또 한편으로 더 깊이 들어가 들여다본다면, 책은 일종의 작은 숨은그림찾기처럼 다가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이들이 서로 함께 한 정신적 교감에서 사랑이라 명명하는 것들의 깊이감과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이 글을 써내려간 피에르 베르제가 진정 하고 싶었던 내면의 소리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다소 많은 감정들을 찾을 수가 있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사랑의 감정은 단순히 이성과의 평범한 그런 사랑은 아니다. 피에르 베르제가 기억하는 이들의 사랑은 본능적인 사랑이라기보다는 정신적 사랑의 의미가 더 커보인다. 그 안에는 존경과 애틋함. 그리움. 때로는 질투심과 분노, 그리고 원망이 함께 꿈틀대는 그런 감정들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복잡한 감정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면서 정작 피에르 베르제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에 자꾸만 겉표지의 사진을 들여다보게 된다.

 

처음 만났을 때, 사업이 잘 됐을 때, 혹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의 연인에게 다른 연인이 생겼을 때,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하는 순간 그를 붙잡고 그를 포기하지 않았을 때, 이브의 마지막 순간 눈을 감겨주었을 때처럼 매 순간순간 피에르는 그의 연인인 이브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함께 있으므로 행복했고, 만족했으나 때론 힘들었고, 좌절했지만 서로의 능력을 인정했고, 자랑스러워했던 배려심 많은 이 남자 피에르 베르제와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이브에 대한 기억들은 한편의 순애보 같이 아름답게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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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는 사업가와 이브 생 로랑의 연인으로서, 평생 이브의 곁을 지킨 친구로서 그는 지나간 추억의 모든 것을 회한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그리움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점철되는 것은 회한과 그리움이었다.

 

 

 

“인생이라, 삶은 지나갔네. 도무지 산 것 같지도 않은데.” 오늘, 이 연극이 막을 내리고 조명은 꺼졌어. 서커스단의 천막은 해체되고, 나는 나의 모든 추억과 함께 홀로 남았지. 어둠이 내리고, 먼 곳에서 음악이 들려와. 그러나 그곳에 갈 힘이 없네. -p146

 

"저는 늙고, 저는 혼자이며, 제 육신 위로 밤이 내리고, 그리고 주님, 목마른 소의 이마가 물 쪽으로 기울 듯, 제 영혼은 무덤을 향해 기웁니다.-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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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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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선을 넘나드는 해박함

 

책은 도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6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툼한 분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 읽히는 장점을 지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사람 벤 윌슨은 정말이지 박학다식하지 않은가. 광대한 역사적 사료와 더불어 그만의 논리적이면서 동시에 분석적인 사유가 무엇보다 책 안에 가득 들어차있음은 무언가 다가가 알고 싶어하는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해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 저자는 무게를 잡거나 어려운 수식을 쓰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서술과 설명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장점으로 어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책이 지니는 긍정적 요소로 자리한다.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예전에 읽었던 사피엔스나, 총균쇠와 같은 책들을 잠시 떠올렸던 것도 사실이다. 전자의 두 권이 인류의 탄생과 발생, 생존을 위한 대자연과의 적응 및 순응, 현대사회와 미래사회에서 인류가 마주해야 할 부분 또 끊임없이 변해가는 인자에서 도전받게 될 부분들을 언급했다고 한다면, 이 책 메트로폴리스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그 방향성이 다르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유발 하라리나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그들의 책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는 조금은 다른 벤 윌슨만의 이야기. 그만의 이야기가 갖는 장단점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자.

 

우선 책은 시대별로 구분하여 각각의 시기에 주목할 만한 대도시를 언급한다. 더불어 대도시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과 문화, 사회, 역사적 사건에 주목하는 특성을 보인다. 예를 들면 기원전2000-539년에 에덴동산과 죄악의 도시(하라파와 바빌론), 기원전30-537년에 목욕탕 속의 쾌락(로마), 1666-1820년 카페인 공동체와 사교(런던)과 같은 식이다.

모두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익히 잘 알고 있는 대도시부터 익숙하지 않은 과거시대의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다 사라진 어느 도시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아우르며 보여주고 있다.

개인의 취향이 여기에서도 작용되는지라 기억하고 싶은 부분도 어쩐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누어지는가도 싶다. 많은 도시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공동 목욕탕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정치, 경제, 사회, 당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로마편과 파리 증후군을 언급했던 파리편, 그리고 폴란드 바르사뱌를 언급했던 섬멸이라는 제목아래 전쟁의 참담함과 생존의 가치를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들이 기억난다.

 

그런데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딴지걸기 좋아하는 내가 이런 자리에서 하는 말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니 무심해도 괜찮겠지만서도 그렇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가자. 뭐랄까. 아쉬움의 근거는 아마도 저자의 박학다식에서 오는 방대한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자는 그게 무슨 단점인가, 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그 박학다식함이 주는 다소간의 번잡함이 책의 중심을 흔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는 말이다.

아무리 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고는 하나 , 어느 하나의 주제를 잡아 다양한 많은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틀어지지 않는 중심. 그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가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벤 윌슨 역시 크게 봐서는 그 중심을 지켜가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이상하게 기원전 이야기나, 그 안팎의 시기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나름 거부감이 없이 다가오는 데 말이다. 파리증후군에서 보이는 저자의 예술작품에 대한 분석과 깊은 조예. 폴란드 바르사뱌와 유대인, 독일군과 소련군, 히틀러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는 각각 따로 떨어트려 봤을 때는 괜찮겠지만, 다른 내용들과 함께 생각하고 읽어가기에는 약간의 음이탈적인 성격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내가 깐깐한 편인가.

 

도시의 재상산성. 도시의 생명력 즉 유기체와 같은 도시의 특성을 언급하기 위해 필요했던 기본적인 정보의 전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리 또 너무 깊이 에돌아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각각의 장마다 언급되고 있는 영화나 책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도 이 책이 풍기는 이채로움의 장점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중심에서 흔들리는 듯한 단점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인가 싶다.

 

이런 요소들이 어떤 단점 혹은 장점으로 비춰지든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정말이지 ‘도시를 통해서 본 세계사’라 총칭할 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곁가지로 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미래지향적인 도시와 그 뱡향성’을 언급하며 제자리로 돌아와 정리하는 벤 윌슨식의 글쓰기도 익숙해지면 적응되지 않을까도 싶다.

딴지 같지 않은 딴지를 늘어놓기는 했지만 ‘메트로폴리스’. 이번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저자의 노력은 선을 넘나드는 해박함일 것이다. 그에게 ‘해박한 지식인’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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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dy Clarke Ha Ha Ha (Hardcover, First Edition)
Viking Adult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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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디 클라크 하하하

-성장통 그리고 삶의 모습


책이 언제부터 집에 있었는지 기억하기 어렵다. 책값이 6000원으로 찍혀있다. 가격을 보면 아마 꽤 오래전에 구입한 책이 아닐까 싶다. 책값의 변천사를 생각해보면 짐작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저자는 로디 도일이며 더블린 출신이다.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몇 권 읽어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언제부터인지 더블린이라는 도시가 주는 묘한 끌림을 넘치게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아이랜드 그리고 더블린을 생각하면 늘 마음 한켠이 무겁고 음습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따뜻하다. 왜일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느 작품에서나 볼 수 있고, 사람들이 울며 웃으며 고통받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내는 모습을 담은 게 바로 문학이라고 하지만 왜 유독 나는 더블린에 꽂혔는지 모르겠더라.



이 책의 저자도 더블린 출신이라는 점에서 괜히 친근감이 느껴진 것일까. 아니면 이 책을 번역한 작가에 대한 일방적인 호감 때문일까. 번역 작업을 한 이는 소설가 김훈이다.

더블린. 그리고 김훈. 무엇보다도 하하하. 라는 단어가 나를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았던 것 같기도 하다. 웃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는 순간이다. 유쾌한 웃음.


책에 대한 느낌은 그랬다. 무겁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길 바랐다. 다 읽고 나면 나도 하하하, 까지는 아니더라도 크크크, 정도의 의성어 정도는 소리 낼 수 있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막상 책을 읽는 동안에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요 못된 꼬맹이들이 하고 다니는 망나니 짓거리들을 짐짓 태연하게 보고 있자니, 슬슬 감정의 밑바닥에서 부글부글 무언가가 끓어오르기도 하더란 말이다. 요즘 시대 같아서는 뉴스에 나올만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면서도, 아이들은 낄낄거리고 으스대기 좋아한다. 그렇게 이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위계질서를 잡아가면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폭력에 그들만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남의 물건을 훔치고, 친구를 때리고, 고문하며, 상처를 주고, 왕따를 시키는 일들이 이들 사내아이들의 생활에서는 너무나 흔한 일처럼 보여진다. 항거하거나 반기를 들면 무리에서 쫒겨나기 때문에 저항하기 어렵다는 것은 암묵적인 약속으로 정해져버렸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의 세계나 어른들의 비뚤어진 세계나 다를 게 없어보이는 순간들이기도 하다.


주인공 패디 그러니까 패트릭은 동생 신배드(프랜시스)와 두명의 여동생과 부모님과 함께 살아간다.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아버지와 늘 남편과 아이들 사이에서 희생하며 노력하는 어머니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일면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소설은 악동 기질을 타고난 패디와 단순히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기보다는 가족의 문제와 소년의 성장통을 그려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나의 단단하고 안정된 스토리가 중심을 잡고 자리를 잡아가는 형식이 아닌 단편적인 에피소드의 연계 형식인 이 소설은, 사실 형식면에서는 살짝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가족애와 성장통이라는 주제에 맞는 부분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소설 중반부 이후에서 두드러지는 부모의 잦은 싸움에서 그 맥락의 한 줄기를 찾아낼 수 있다. 부모님의 잦은 싸움을 곁에서 지켜보며 불안해하는 아이 패디가 느끼고 경험하는 혼자만의 고통에서 소년이 외로운 성장의 시기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은 아버지를 미워하고 어머니를 연민한다. 아버지의 폭력을 거부하면서도 아버지이기 때문에 그 사랑을 거부할 수 없다. 그는 ‘나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여러번 되뇌이기도 한다. 오로지 부모의 싸움을 말리고 싶은 소년은 잠을 자지 않는 불침번을 서기도 하고, 동생과 함께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괴로움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또 함께 몰려다니던 무리에서조차 떨어져나올 것을 선택하는 주인공 패디는 무리의 수장과 결판을 내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는 무엇보다 혼자이고 싶었다. 어머니와 아이들을 버리고 아버지가 집을 떠나가기 전에 먼저 자신이 집을 나가야만 했고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설의 마지막은 어떻게 펼쳐질까. 사실 기대했던 것만큼 강렬하지도 뜨끈뜨끈하지도 않지만 어쩐지 애잔하다. 그만하면 됐다. 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자 김훈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웃음의 익살. 슬픔의 페이소스’p381 그는 슬픔의 페이소스라는 표현을 남겼다. 무언가를 기대치에 맞게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읽지 말라했던 김훈의 속내를 알고나니 더 그 의미가 무겁게 다가오는 것만 같다.



지금부터는 온전한 사설의 시간이다. ‘혼돈의 시기는 곧 지나간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개개인의 고통과 어려움과 슬픔 등 모든 감정들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고 그러다보면 숨 쉬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순간들이 조금씩 나아지게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혼돈의 시기도 결국은 지나가준다니. 오래 산다는 것은 그만큼 가슴의 멍을 많이 간직하고 산다는 의미로 생각한지 오래다. 그렇지만 힘들어도 늘 그렇듯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성장통을 통해 경험하는 또다른 무언가를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결과의 빛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저마다 꿈꾸는 빛깔이면 되는 것이 아닐까싶다.


개구쟁이. 말썽꾸러기. 아니 그냥 악동. 그런데 어쩐지 밉지 않고 안쓰럽고 곁에 있으면 꼭 한번쯤 안아주고 싶은 패디. 읽는 동안 마음의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쓰고 싶어진다.



-번역된 책 표지 사진이 없어 원서 사진으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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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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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방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따금 딸 아이가 와서 그런 말을 하고 가곤 했었다. 이 책 교과서 같아요. 사회 교과서? 왜 이렇게 무겁고 재미없는 책을 보나요?

책은 두껍다. 그래서 무겁다. 그런데 두꺼워서 무겁고 무거워서 꼭 책 받침대에 놓고 보지 않으면 힘들어지곤 했지만 나름 재미가 있었던 책이라는 말은 남기고 싶다. 인문학 책에서 이야기하는 재미는, 어쩌면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한 무한한 정보의 습득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한다면 좀 우스워지려나. 잘 모르겠다. 어쨌든 책을 읽고나서 조금은 괜히 똑똑해진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드는데, 이 우쭐한 기분을 어디에 어떤 방식의 수다로 풀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이런식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니다.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다

각설하고 무기와 병원균과 각종 기술과 지리적 환경과 과학적 원리와 초기 정주행?과 같은 집단형태의 무리등등. 혹은 가축과 곡식의 번식과 재배 및 관리 그리고 문자와 정치사회와 전쟁과 그 밖에 인간의 삶에 대한 많은 내용들이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두서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책은 상세하고 꼼꼼하며 대부분 매우 사실에 입각한 과학적이며 논리적인 의문과 질문들 그리고 이따금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잠시 끌고가던 저자만의 합리적 추론들이, 거대한 축을 이룬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도 또한 사실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어떻게 요약을 하는게 좋을지 고민이기도 하다. 일일이 다 언급하기도 그렇고, 핵심 내용을 잘 요약하는 것도 능력인데 쉽지가 않아보인다. 정리를 해야한다. 그것도 깔끔한 정리를. 그렇긴한데 역시나 한마디로 축약하기는 어려워보인다.

 

, , 쇠는 어떤 책인가.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아마도 저자가 했던 방식을 빌려와서 설명하지 않을까 싶다. 첫째. 둘째. 셋째...이런 식으로 몇 가지로 잘라서 말이다. 그럼 시작해보자. 첫째,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책은 인류의 탄생을 시작으로 유라시아 대륙과 그 외 지역마다 특성을 비교하며 각각의 번성과 쇠퇴를 서술한다. 둘째,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각종 무기와 전염병 그리고 쇠(통합적으로 인류가 발견하고 발전시켜왔던 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대국(구대륙)이 어떻게 신대륙으로 뻗어가게 되었는지, 구대륙과 신대륙의 차이는 왜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한다. 셋째, 동서로 이어지는 유라시아의 거대한 축. 남북으로 이어지는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또 다른 축이 가져오는 생존과 문화의 다양한 차이를 비교 분석해 각각의 특징과 시대적 흐름의 변이를 보여주고, 넷째, 지형의 차이와 환경의 차이가 인류가 발전 성장하는데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정의하면 좋지 않을까싶다. 요약하자면 책은 한권으로 인류를 시작으로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예술의 해박한 지식을 논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듯하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유독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이 전염병에 대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신대륙의 원주민들은 구대륙에서부터 넘어온 각종 전염병에 대한 면역이 전무한 상태였고, 그로 인해 무기에 의해 쓰러진 수보다도 병에 의해 죽어간 이들의 수가 더 많았다는 대목은 여전히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의 의문처럼 반대로 신대륙의 풍토병과 같은 질병들이 유라시아에서 온 이들이 정착하는데 적잖은 방해물이 되긴 했지만, 어쨌든 그들의 대륙에까지 피해를 주지 않은 점에 대한 질문도 흥미로운 대목이기도 했다. 사실 책을 읽고 있으면 그에 대한 해답은 어느정도 밝혀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있는 요즘이다보니 이 부분들에서 괜시리 더 생각이 많아지는가 싶다.

 

인류의 발전에 기인하게 되는 요소로 저자는 총, 균 그리고 쇠를 언급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받은 것은 아마도 지리적 환경, 측 생태적 환경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책을 읽고나서 내린 소심한 결론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말이다. 질병과 무기와 기술과 문자와 언어. 식량 등등. 모든 것을 함께 논하고 비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어느 지역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가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주제와 소재를 다룬 책을 너무 가볍게, 쉽게? 이야기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각설하고 책에 대한 선입견은 잠시 접어두고, 뒤따르는 부담은 내려놓고 가까이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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