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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회한 그리고 그리움
양장으로 된 작은 책이다. 겉을 감싸는 컬러가 마음에 든다. 차분한 듯하면서도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색이다. 이런 색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짙은 회색? 아니다. 단순히 짙은 회색만은 아닌 듯하다. 코발트의 푸른색이 들어갔을까. 아니면 그린 그도 아니면 붉은 색이 살짝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단순한 회색의 빛깔은 아닌 게 분명해보인다. 그렇기는 해도 이 역시 무채색임에는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갑자기 색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해지는 중이다.
책의 겉표지에 실린 흑백 사진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인물은 이브 생 로랑이라는 사람이다. 책을 접하기 전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두 명의 남자들 피에르 베르제와 이브 생 로랑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전부했다고 봐야한다. 패션에는 절대적으로 문외한인 내가 오로지 책을 통해서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된 것 또한 어찌보면 행운이 아닐까. 패션계에서 유명했다는 이 사람 이브. 그리고 그의 연인이자 동반자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피에르.
어찌어찌 살다보니 책 속에 등장하는 디자인을 한두 번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통해 본 것 같기도 하다.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무늬 같기도 하고, 이집트 상형문자 같기도 한 디자인의 의미를 이제야 나는 깨닫고 있다. 그 무늬(디자인)가 의미하는 게 바로 이브 생 로랑의 이름을 상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은 이브 생 로랑의 동성연인으로 50년동안 함께 해왔던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의 사후에 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기록을 담고 있다. 날짜의 기록은 2008년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오랜 연인의(이브) 죽음을 맞으며 낭독했던 내용도 함께 실렸다. 얼핏보면 어느 지명도 있는 동성연인들의 기록물로 치부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책은 그 너머의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고 봐야한다. 또 한편으로 더 깊이 들어가 들여다본다면, 책은 일종의 작은 숨은그림찾기처럼 다가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이들이 서로 함께 한 정신적 교감에서 사랑이라 명명하는 것들의 깊이감과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이 글을 써내려간 피에르 베르제가 진정 하고 싶었던 내면의 소리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다소 많은 감정들을 찾을 수가 있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사랑의 감정은 단순히 이성과의 평범한 그런 사랑은 아니다. 피에르 베르제가 기억하는 이들의 사랑은 본능적인 사랑이라기보다는 정신적 사랑의 의미가 더 커보인다. 그 안에는 존경과 애틋함. 그리움. 때로는 질투심과 분노, 그리고 원망이 함께 꿈틀대는 그런 감정들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복잡한 감정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면서 정작 피에르 베르제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에 자꾸만 겉표지의 사진을 들여다보게 된다.
처음 만났을 때, 사업이 잘 됐을 때, 혹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의 연인에게 다른 연인이 생겼을 때,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하는 순간 그를 붙잡고 그를 포기하지 않았을 때, 이브의 마지막 순간 눈을 감겨주었을 때처럼 매 순간순간 피에르는 그의 연인인 이브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함께 있으므로 행복했고, 만족했으나 때론 힘들었고, 좌절했지만 서로의 능력을 인정했고, 자랑스러워했던 배려심 많은 이 남자 피에르 베르제와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이브에 대한 기억들은 한편의 순애보 같이 아름답게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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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는 사업가와 이브 생 로랑의 연인으로서, 평생 이브의 곁을 지킨 친구로서 그는 지나간 추억의 모든 것을 회한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그리움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점철되는 것은 회한과 그리움이었다.
“인생이라, 삶은 지나갔네. 도무지 산 것 같지도 않은데.” 오늘, 이 연극이 막을 내리고 조명은 꺼졌어. 서커스단의 천막은 해체되고, 나는 나의 모든 추억과 함께 홀로 남았지. 어둠이 내리고, 먼 곳에서 음악이 들려와. 그러나 그곳에 갈 힘이 없네. -p146
"저는 늙고, 저는 혼자이며, 제 육신 위로 밤이 내리고, 그리고 주님, 목마른 소의 이마가 물 쪽으로 기울 듯, 제 영혼은 무덤을 향해 기웁니다.-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