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 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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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그 무엇

 

 


프랑수아 를로르의 소설이다. 그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가보다. 작가는 정신과 의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외 건축 역사 그림 문학 등 여러방면에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는 소개글이 눈에 들어온다.

먼저 책 표지 그림에 대해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다. 느낌이 좋다. 아이들 그림책처럼 포근한 느낌이다. 털모자가 달린 두꺼운 겨울 외투와 투박한 벙어리 장갑을 낀 검은 머리의 사내가 가만히 웃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그의 손에는 수줍은 듯 소박하게 피어난 꽃다발이 조심스럽게 들려있다. 흰 눈이 희끗희끗 날리는 회색빛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얼굴만은 따뜻하고 온화하다. 왜일까.

 


그의 이름은 울릭이었다. 그는 저 멀리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족의 일원이며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로 성장하는 아픔을 지닌 사내다. 이야기는 울릭이 그의 나라와 그의 부족인 이누이트족을 떠나 현대 문명 아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세계로 발을 딛게 되면서 펼쳐진다. 작가는 주인공 올릭의 시선으로 그가 경험하는 다양한 사건과 그의 생각들을 그려가고 있다.

책은 시종 소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분위기로 이어진다. 그러나 사실 이번 책은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중요한 논쟁거리들을 불러오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것은 어쩌면 이미 잘 알고 있는 여성과 남성의 시대적 혹은 사회적 문제라든지(사실 여기에서조차 페미니즘을 언급하는 게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문명의 이기에서 비롯된 또다른 문명의 붕괴와 같이 다소 익숙하면서도 나름 도전적인 성격의 논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랬다. 슬펐던가보다. 주인공 울릭을 그런 사회적 연대나 혹은 비판과 비난의 이슈 한가운데 서 있게 한 작가의 의도가 불편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단지 이 순박하고 청순하며 의리 있는 북극의 용감한 사냥꾼이, 그저 맑은 영의 조력으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극복해, 다시 그의 나라와 그의 부족으로 잘 돌아가기 흡수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정말 그랬으면 했다.

 


그러나 소설의 전개는 다소 씁쓸하게 전개된다. 작가는 올릭을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과 관련한 우리 시대의 편견과 자잘한 불협화음과 같은 사회문제를 들여다보는 시도를 하고 있었고, 작품에서 등장하는 다수의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문제의식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쯤에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한번 되돌아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고집을 부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가 처음부터 그런 주제와 소재로 글을 썼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자꾸 다른 한쪽으로 생각이 많아지고 있는가보다. 때문에 이 허전하고 텁텁한 기분은 어떻게 쓸어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자연의 무분별한 개발과, 문명의 이기에서 오는 문화의 충돌과 인간만이 지니는 고유한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문제는 늘 그렇듯 쉽게 받아들여 답안지를 내놓기가 어려운 화두이기 때문일까.

 


이누이트 족의 문화는 이전 세대가 살아왔던 그런 오래된 문화였다. 남자들은 사냥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보호한다. 반면 여자들은 집(이글루)를 손보고, 자녀를 낳아 기르며, 희생하고 복종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 그 문화는 비교당할 필요가 없는 그저 그들만의 고유한 삶의 순간순간들일 뿐이라는 것이다.

서고 다른 문화의 대립과 충돌을 두고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어보인다. 어쩌면 말이다. 작가는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를 두려워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시 오래된 근원으로 돌아가 되찾아야 할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그런 어떤 여지를 남겨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연유로 우리의 친구 울릭의 마지막 선택이 더 가치가 있고,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분량에 비해 다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따뜻한 소설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읽어봐도 좋을 듯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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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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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그러니까 몇 년 전이라고 해두자. 아침에 나는 두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면서 늘 라디오방송을 들으면서 운전을 했었다. 그리고 그때 한명의 사회자와 어느 기자가 나누던 이야기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을 때, 처음 이 책을 만났다. 아마도 장애인의 날이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책을 소개하러 나온 그 기자는 매우 흥분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가 그렇게 흥분을 했던 까닭은 아마도 본인이 장애인의 날에 가장 어울린 만한 책을 가지고 나왔다는, 일종의 스스로의 만족감에서 나온 감정이 만들어낸 나르시시즘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의 나르시스즘이 만들어낸 흥분에 동참하게 됐던 것 같다. 책을 구입하고 책장에 꽂아둔 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타인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흥분에도 동요치 않을정도의 비교적 객관적 인식을 잘 다져놓았을까. 4년이 지났다.

 



이 책의 저자는 크레이그 데이비드슨이다. 책은 실제로 저자 크레이그가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에세이라고 한다. 그는 전업 작가를 꿈꾸었던 젊은이었다. 에이전트와 계약을 하고 작품을 쓰며 인생이 잘 풀릴 것 같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현실을 늘 그렇지만 녹녹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당장 생계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을 때, 크레이그는 노란색의 스쿨버스 운전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찾아가게 된다.

책은 그의 삶이 잠시 어느 모퉁이를 돌아 방향을 바꾸게 되면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선입관으로 인해 꺼려하는 장애아동을 태운 스쿨버스. 그는 그곳에서 만난 다섯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때론 마음을 교감하는 친근한 큰 형이 되기도 하며, 든든한 조력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단순히 크레이그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라는 측면과 함께 동시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선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함께 생각해야 할 것들을 소집해 언급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딱딱하게 서로 구분해서 볼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우리는 서로 다르지 않다! 는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 이치임을 은근 강조하는 이 책은, 시종 그런 유연한 시선으로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사실은 개인적으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과의 바람직한 관계? 만을 강조하는 듯한 분위기가 보이는 듯해, 어쩐지 교과서 같이 다가오는 면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ㅜㅜ. 무엇이든 강조하는 듯한 분위기는 작품 전체를 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니 건조한 시선이 아닌 가능하면 유연한 시선으로 들여다볼 일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말이다. 그들이 나와 다르지 않은 똑같은 사람이고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이며 우리 이웃이라는 그런 개념으로 정해진 인식표대로 곱씹어 그대로 따를 것만을 강요하기보다는, 그들과 함께 직접 부딪치며 뒤엉켜보면서 함께 생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하는 부분까지 마지막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분이라는 것도 함께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은 그렇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 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뭐랄까. 조금은 자연스러운 인식으로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 속 주인공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거쳐간다고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개빈과 빈센트, 나자와 올리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이크까지. 이 아이들은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비장애인 주인공과 함께 거대한 의미의 성장을 만들어가는 인물들이다.

저자 크레이크 데이비드슨은 짧은 기간 버스운전기사 일을 하면서 얻은 삶의 모습들을 교훈삼아 성실한 가장으로, 책을 쓰는 작가로 다시 태어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남긴다. 그는 책 말미에 그가 만났던 3077번 버스의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간이 성찰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요구되는 어떤 계기라는 것은 말이다. 어쩌면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는 것만큼의 특수한 순간일 수도 있겠지만, 딴은 매일같이 해가 뜨고 달이 뜨는 것처럼 평범하면서도 나름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그런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각설하고 반복하는 말이지만 책을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측면으로만 보면 옳은 시선은 아닌 듯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부담 없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어떤 시선으로 볼 것인가는 읽는 이의 선택이다. 내가 자꾸만 읽어야하는 시선을 강조하는 것도 옳지 않아보이더란 말이다. 그냥 편하게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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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보다 강한 엄마의 정서가 명문대생 만든다 - 입시생 엄마의 3년 일
송민화 지음 / 마이카인드(MyKind)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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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보다 강한 엄마의 정서가 명문대생 만든다

-모전여전(위대함과 멋짐)

 

저자 송민화는 입시생 엄마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그녀의 두 딸 중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둘째 딸 연이다. 책은 둘째 딸 연이의 고등학교 3년의 생활을 함께한 엄마인 송민화의 일기와 사유의 기록이다.

제목만 보면 어쩐지 자못 자극적이면서도 유혹적이다. 자녀를 둔 학부모의 시각으로 볼 때 꽤나 끌림이 있는 제목이지 않은가. 그러나 제목만으로 책의 모든 것을 판단하지는 말자. 겉으로 드러나는 제목에서 보이지 않는, 뒤에 숨겨진 많은 삶의 철학들이 가득 들어차있음을 발견하는 일 또한 이번 책이 선사해주는 묘한 매력이다.

 

책은 저자의 딸 연이의 고등학교 학년 시기마다 구분해서 편집되어 있으나 전체 하나의 이야기로 봐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매 순간 느끼고, 깨닫고, 성찰하며 딸과 함께 성숙해가는 한 어머니의 진솔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어진다.

책 속에 등장하는 딸 연이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는 기특한 딸이다. 혼자 공부하는데 익숙하고,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이성과 공부에 대한 열의 또한 높은 학생으로 등장한다. 모든 부모가 바라는 그런 아들 딸의 모습을 골고루 갖췄다. 전교부회장, 전교회장의 자리에서 요구되는 활동까지 빈틈없이 챙기는 이 어여쁜 아이에게, 엄마인 저자는 늘 겸손과 배려, 나눔과 봉사의 생활을 함께 공유하며 선한 인성의 소유자로 함께 성장해갈 것을 바라는 글을 써왔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의 이야기에서는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원한 대학의 면접에 대한 입시정보와 면접을 준비하면서 세부적으로 챙겨주면 좋을 정보도 제시한다.

 

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이 책의 가치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우선 수험생이라는 명제와 교육이라는 주제로 접근해볼 수 있는 것이 그 첫 번째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수험생의 부모이기 이전에 성찰을 위한 끊임없는 사유라는 주제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책 속에는 수험생을 둔 엄마의 교육관뿐만 아니라, 깨닫고 배워가는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각각의 이야기 말미에 짧게 기록한 엄마의 명언이 기억에 남는다.

 

시작은 누구나 비슷하다.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은 여느 부모나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이가 어려서는 많은 책을 접해주고, 함께 읽어주고, 토론하며 부모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거의 많은 수에서 아이는 아이 스스로 길을 가고, 부모는 지쳐서 뒤로 밀려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레이스라고. 초반에 너무 힘을 쏟으면 다 도착하기도 전에 뒤쳐진다고도 했다. 어쩌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가 승자가 되는 것일까.

 

저자는 그녀의 기특한 딸 연이가 스스로 공부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끝까지 딸과 함께 긴 레이스를 거쳐왔음은 분명하다. 매일같이 도시락을 싸주고, 늘 힘이 나는 말을 해주고, 무슨 일이든 도전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며 무엇보다 아이를 믿어주는 걸 잊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엄마의 숨은 노력이지 않은가.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만 또 누구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분들이다.

 

늘 그렇지만 이제 슬그머니 사담을 끄적일 때인가보다. 아이는 믿어주는 만큼 성장한다는 생각을 하는 건 변함이 없지만 때때로 나 역시 흔들린다. 중학생 연년생 남매는 이번 주까지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한다. 다음 주에 중간고사가 있지만 아들 녀석은 오늘도 쉬는 시간마다 게임을 한다.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아서 알아도 모르는 척 가슴에 참을 인자를 또다시 쓴다.

늘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책을 보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그래서일까. 일정부분 자극이 될만한 책인 듯싶다. 나는 잘 해왔던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들이 다시 생겨나는 순간이다. 각설하고 모전자전이다. 아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전여전인 듯하다.

끝으로 기억에 남는 글 일부 발췌한다.

 

-사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인생의 어느 길목에서 불행과 슬픔, 분노

불안과 우울을 만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니까.-P106

 

 

-누구의 인생이든 비는 온다.

하지만 비는 결국 그치는 법이다.-P106

 

-아이가 공부할 때 행복한 엄마가 아닌

아이가 행복할 때 행복한 엄마가 되어야 하리라.-P129

 

 

-자식이 힘들 때

생각나는 그 이름은, 엄마!-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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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5-04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전여전 진짜 맞는말! 저희 엄마의 가장 집중하는 타임은 게임할때에요ㅎㅎ 하고 나서 눈 건조하시다고 눈에 식염수 넣으시고 ㅋㅋㅋㅋㅋ 저도 하루에 최소한 30분은 게임 해야해요 ㅠㅠ

월천예진 2021-05-04 13:51   좋아요 1 | URL
어머님께서 게임을 즐기시는군요.^^ 저는 어제 아들아이 게임하는거 조금 따라하다 멀미에 두통에 아주 호되게 당했어요. ㅋㅋ ㅡ.ㅡ

han22598 2021-05-06 00: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조금만 하셔서 그럴지도요 ㅎㅎ 시간을 늘리다보면 점점 그 두통이 사라집니다 ㅋㅋ
 
2022 대학입시 합격전략 핵심정보
김기영.장광원.월간 '대학 합격의길' 편집부 지음 / 연합교육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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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학입시 합격전략 핵심정보

-흐름 읽기

 


뒤돌아 생각해보면 나는 썩 좋은 엄마는 못 되는 편이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어떨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름의 고집이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어려서는 많은 책을 접해주는 게 좋은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나름 실천하려 애를 썼던 것 같기도하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두껍고 묵직한 책을 들고 다니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들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엄마인 나를 내려다본다. 왜 이런 책을 읽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그에 대한 답은 딱 한마디 뿐이다. 흐름을 알기 위해서다. 흐름.

 

사실 이번 책은 글로 남기기 조금은 난해한 책이다. ‘책을 펴내며에 나오는 저자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표식으로 구성되어 있는터라 처음 받았을 때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처음 생각으로는 표를 포함해 다양하고 상세한 해설로 구성된 책을 기대했다는 것인데, 사실 그 소박한 기대감은 조금 빗나갔다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관점을 달리해서 볼 때 가치를 찾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다. 이번 책은 단순한 정보제공의 성격이 아니다. 자료를 서로 분석하고 비교하며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에 좋은 책이다.

책은 전국에 있는 4년제 대학의 수시와 정시 모집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각 대학별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의 전형유형을 보여주는데, 각각의 전형 요소별 반영비율이라든지, 수능 최저학력기준과 면접에 관한 정보도 같이 싣고 있다. 거의 대부분 2019년도부터 23 년간의 수치를 확인 할 수 있다. 다만 학교별 혹은 학과별로 중간중간 정보가 없어 누락이 된 부분도 눈에 띈다. 그런가하면 2021년도 합격권 분석에 있어서는 2021년도 입시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이 부분은 최근 34개년 내 최초합격자와 총원 합격자 입시결과를 토대로 해 반영했다는 것은 참고해서 볼 일이다.

 

수시에 있어 일반전형, 지역균형선발, 저소득학생, 농어촌학생전형 등 다양한 전형이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마다 각각의 특성에 맞게 변형해 제시하고 있어서 우선은 내가 원하는 학교, 원하는 과에 맞게 선택하고자하는 전형을 미리 숙지하는 게 먼저일 듯하다.

수시전형별 모집단위별 합격권에서 교과등급 분석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과, 각 학교마다 정시에서 수능별 반영 점수, 가산점 부여, 한국사 영역 반영점수, 학생부 교과 반영방법 등등 다양한 정보도 함께 싣고 있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물론 각각의 정보는 대학마다 요구하는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수시에서 집중적으로 보게 되는 부분은 아마도 내신에 대한 정보인데, 책에서는 교과등급과 합격권 교과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도표상으로 봤을 때 이러한 등급을 전형별로 구분해서 보여주고 있지만, 하나의 대학에서 요구하는 전형별 등급의 차이는 크게 없어보인다.

 

그렇다면 정시는 어떨까. 정시는 수능을 위주로 치루게 되는 전형이지만 무엇보다 2022년도부터 달라지는 수능에서의 반영영역과 퍼센트지를 숙지해야만 혼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시모집 관련 도표를 살펴보면 수시와 마찬가지로 각 학교마다 각 과마다 모집인원. 경쟁률. 합격자 백분위, 충원율 등의 비교를 바로 확인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던 바 2020년과 2021년의 정시 기준으로 본 도표상 큰 차이는 수능 반영영역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관심 있는 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으며, 수시와 정시 모집에 대한 정보를 학교마다 비교하면서 봤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수험생 학부모도 아직은 아니고, 입시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기에 각설하고 다만 책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곳에 기록할 뿐이다.

혹자는 수시든 정시든 한 가지를 미리 정해야 한다고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가지 모두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무엇이든간에 차선책이 존재한다는 것은 큰 위안으로 자리할 수 있으니까.

만약 아이가 당장 올해 수험생이라면 지금 할 수 있는 내신과 수시를 차분하게 잘 준비할 것을 부탁하고 싶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입시제도가 정시 위주로 그 방향을 많이 바꾸고 있기에, 수시에 모든 영혼을 걸라고도 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니 무엇을 더 하고, 덜 하고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준비해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

 

과거 대학입시에 일정부분 눈치싸움이 있었더라면, 어쩌면 지금은 많은 부분 입시 정보의 싸움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씁쓸한 일이다. 삶에 있어 대학이 전부는 아니다, 라고 쓰고 싶어진다. 이런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는 지면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설이 늘어진다. 그만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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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5-0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왜 올리셨을까?????? 궁금해하다...˝삶에 있어 대학이 전부는 아니다˝ 이 문장 쓰시려고 이렇게 길게 쓰셨네요ㅎㅎㅎ

월천예진 2021-05-04 13:46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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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8
페터 한트케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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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다. 읽어가기가 딴은 쉽지 않기에 그 어려움에 더 빛이 나는 매력을 지닌 책일지도 모른다. 이번 책 읽기는 낯설기만 한 작가 페터 한트케를 알게 해준 책인 동시에, 상승과 하강이 난무하는 난해함의 한 가운데로 깊이 빠져들었던 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언뜻 희미한 기억을 되돌리자면 언젠가 이 책을 읽고 썼던 누군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 때 나는 책에 대해 새로운 호감을 품었던가 보다. 그러니 책을 구입하고 오래 묵혀 읽었던 게 아닐까.

 


처음 생각하기에는 어느 평범한 듯, 혹은 평범하지 않은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가 그녀에게, 아니 그녀가 그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을 갖춘 고백의 글이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왜 그 때 그 순간 이 책을 읽고 싶어졌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 어쨌든 미루고 있던 책을 읽고 난 후에 드는 생각은 무척이나 건조함과 함께 드는 난해함이었다.

 


보통은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길 때 두 가지 방향성을 생각하곤 한다. 어느정도의 분석과 함께 생각을 적거나, 단순한 감상 위주로 글을 쓰거나 식의 두 가지 방안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작품이 주는 느낌이다. 이 느낌에 따라 두 가지 중에 한 방향을 잡아가곤 하는데 페터 한트게의 이번 소설은 사실 분석 위주의 글을 써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차선의 길을 선택한다. 아니다. 슬슬 뒷걸음으로 도망가고 있으면서도 나는 또 다시 책을 분석하려 들 게 뻔하다. 어쩌면 좋을까. 긴 여정의 끝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여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한 기분이 든다.

책에는 남자 한명과 여자 둘, 그리고 어린 소녀, 그 외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내와 헤어지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며 증오하는 애증의 복잡한 감정을 지닌 아내(유디트). 그리고 남자가 회상하는 과거의 삶 어느 순간에 인연이 닿았던 여인(클레어)과 그녀의 딸을 현재에 만나 함께 하는 순간들. 오로지 혼자가 되어 외로움 속에서 분연히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들. 마지막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미워하며 증오하면서도, 화해 속에서 새로운 헤어짐을 준비하는 관계인 아내와의 만남이 이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로 따지면 마치 로드무비 같은 형식이다. 인물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호텔과 호텔을 거치며 주인공 남자의 시선은 자주 환상과 과거 속으로 옮겨간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만 또 다시 꿈을 꾸듯 낯선 생각 속에 몸을 숨긴다.

작품의 이해도에서 난해하다, 라는 말을 쓰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시간의 흐름이 아닌 사유의 흐름 내지는 의식의 흐름으로 그려가는 순간들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바로 그 어려움이 존재하는 듯하다.

 


사실 인물이 이야기하는 순간순간이 과거인지, 환상인지, 회상인지, 현재인지. 아니면 인물이 이야기하는 책의 이야기인지 매번 잘 생각하며 읽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작가가 이러한 복잡한 요소들을 작품 안에 배치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따지고보면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불안한 요소들을 지녔다고 봐야한다.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남자를 끝까지 쫒아가 해하려했던 아내 유디트나, 홀로 아이를 키우며 정상과 비정상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또다른 여성 클레어. 그리고 그녀의 딸 모두 불안한 심리와 정신상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를 또 한번 곱씹어봐야 했던 순간들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은 아마도 벗어나고 싶지만 아직 미련이 남아 사랑의 감정까지 삭제하지 못한 우유부단함의 감정. 또는 세상 속에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이중적인 사유 속에서 되려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새롭게 확인하게 되는 인물의 각성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주지주의라는 표현을 여기에 써도 될지 모르겠다. 또 이 표현이 합당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자꾸만 그 주지주의라는 표현이 생각나는 건 무슨 까닭일까. 딱 한 가지 답답하게 다가왔던 부분이 있는데, 작품 말미에 등장하는 존 포드 감독과의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때 나는 작가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하기가 불현듯 불편해졌다고 해야할까. 지루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훅 치고 들어온다는 느낌이 들었던가보다.

 

각설하고 이런 저런 생각들은 그저 그런 개인의 취향이고 책 읽기에 있어 이따금 나를 괴롭히는 고약한 변덕일 뿐이다.

 

작가가 새롭게 추구하고자했던 문학의 (개념,주의,양식?) 따위는 거론하지 않으려한다. 그런 요소를 아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색안경을 쓰게 되는 요소로 작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의도했던 문학의 새로운 이론과 창작기법에 대한 정보 이해는 가장 마지막에 접해보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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