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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부리 - 지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그릇
이승화 지음 / 우듬지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네 한식과 많이 닮은 듯하며 깔끔하고 정갈한 일식에 매료된 건 샤브의 맛을 알게 된 이후 부터였다. 일식에 관한 2권의 책, 맛과 향토음식 및 집 밥을 소개한 박계연의 도쿄 집밥, 일본요리사 오기하라상의 잘먹겠습니다 를 보며 일본 요리가 참 다양하고 방대하며 서양식처럼 화려함이 느껴지는 퓨전식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전에는 일식하면 샤브와 초밥밖에 몰랐는데 말이다. 우리네 비빔밥과 닮은 듯 하나 먹는 방법은 전혀 틀리며 종류 또한 생각을 달리하면 더 많은 메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일본식 덮밥 ‘돈부리’ 를 보았다. 다양한 일식메뉴를 소개한 책을 보다 한 가지 종류에 관한 요리에 좀 더 심도 깊은 전문성과 개성을 살린 메뉴를 보여주고 있어 일본에서도 촬영까지 해갔다는 홍대 돈부리의 그 맛이 너무 궁금해진다. 모양새는 우리네 비빔밥처럼 고명이 튀김부터 다양하며 푸짐하게 담아져 나온다.
돈부리의 저자이신 이승화 님은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칭찬 받으며 싸다니던 중 요리학원을 다니며 한식과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여러 음식점에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요리 공부에 대한 끊임없는 목마름으로 인해 일본 유학길에 올라 아르바이트를 하며 도쿄 조리사 전문학교를 졸업해 일본 조리사 면허를 취득했다. 일본에서 음식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배우며 한국으로 돌아와 일본처럼 감동이 있고 따뜻한 밥장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 그릇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며 소박하지만 정이 있는 음식이라 저자가 일본 유학길에서 자주 먹던 음식 돈부리를 밥집 메뉴로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홍대 돈부리를 운영하며 배운 즐거운 마음과 배려가 있는 요리가 음식을 더욱 맛있게 만든다는 점을 통해 이 책 또한 그런 마음으로 썼다는 저자의 정성과 노력이 정갈하게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 일식 전문가가 알려주는 돈부리는 일본의 에도시대에 소바와 밥을 한 그릇에 담아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정해진 양 이외에는 조금의 덤도 없었기에 일본어로 ‘구두쇠 가게’ 라는 의미의 ‘켄돈야’ 라고 불렸으며 그 가게에서 나온 그릇을 ‘켄돈후리바치’ 라 불렀고 이 것을 줄여 ‘돈부리바치’ 또는 ‘돈부리’ 라 부르게 되었다는 유래 및 계량도구를 사용한 계량법, 냄비와 프라이팬을 합쳐 놓은 듯하며 손잡이가 위로 향한 돈부리 나베, 돈부리의 맛을 좌우한다는 고두밥 짓는 방법, 초밥, 다시물 처럼 다양한 양념 만드는 방법 및 재료소개로 돈부리의 기본을 알려주며 다양한 메뉴를 소개한다.

바쁜 아침을 잘 챙기기 힘든 이들에게 간단하지만 푸짐하며 영양이 가득한 레시피로 구성된 아침 돈부리, 좀 더 여유를 즐기며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점심 돈부리, 집안 가득 퍼지는 따뜻한 온기처럼 가족 또는 연인과 풍성하게 즐기는 저녁 돈부리, 술안주에도 좋은 야식 돈부리, 그리고 돈부리의 맛을 살려주며 함께 내놓으면 더욱 좋은 곁들이 요리로 총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돈부리 메뉴를 소개한다. 마지막 부록으로 돈부리를 먹기 좋고 보기 좋게 담아낸 예쁘게 담는 법 및 맛있게 먹는 방법, 밥을 찻물에 말아 먹는 오차즈케 같은 신기한 돈부리와 다양한 용도에 어울리는 돈부리 그릇소개, 한국에서 저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인상적인 일본 맛 집으로 맺고 있다. 또한 각 메뉴 레시피를 알려 주기 전 그 메뉴 이름의 유래와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돈부리 하나시 란 칼럼형식처럼 소개하며 각 메뉴마다 따뜻한 팁이란 첨부로 조리 노하우와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지혜를 담고 있어 실용적이며 알찬 느낌이 들었고 과연 남자 조리사가 맞는지? 라는 의문과 섬세함이 느껴졌다. 얼마 전 본 책 오기하라상 , 잘먹겠습니다 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일본 남자들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서 식사를 준비하실 때 옆에서 잘 도와주며 보고 배운 게 있어서인지 웬만큼은 혼자서도 요리를 잘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일본을 유학하며 일본요리를 배운 이 책의 저자 또한 일본의 문화 때문에 더 섬세한 일식전문가가 되신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돈부리를 보며 유익했던 정보를 소개하자면 보통 일식 요리서 에는 일식 전문재료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들을 소개하고 있어 그런 재료를 다 구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비슷한 재료를 알려주어 대체해서 사용해도 괜찮은 재료를 소개해주면 좋겠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서 참 아쉬웠던 점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이를테면 기꼬만 간장이란 일본간장이 없으면 우리의 양조간장을 쓰면 된다고 일러 주므로 우리재료를 사용한 일식의 또 색다른 맛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어서 좋은 듯하다. 또한 보통 일본 요리서 에는 일식에는 일식에 사용되는 재료를 써야 그 맛을 살릴 수 있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와서 일하고 있는 오기하라상 또한 완전 일식 맛으로 한국에서 일식집을 운영하기 엔 어려움이 있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퓨전화 시킨 메뉴를 내놓는 것처럼 이왕 하는 것 한국의 비슷한 재료를 소개해 주므로 굳이 불편하고 구하기 힘든 일식재료를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좀 더 한국적이며 친근한 일식 요리서 란 생각이 든다.
돈부리는 꼭 우리네 비빔밥처럼 생긴 모습을 하고 있어 나도 처음에 비벼 먹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돈부리는 비비지 않고 젓가락으로 재료 한번, 밥 한번 번갈아 먹어야 우리네 비빔밥처럼 돈부리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돈부리의 메뉴를 보며 양식문화를 느낀 카레동이나 새우가리비크림동 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리를 조합해 일본요리에 접목하므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낸 것처럼 돈부리는 서로 다른 것을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본문화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낸 음식이라고 하니 일식에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누구라도 가장 대중적으로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된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려니 없는 재료가 많아 돈부리를 맛보며 일본문화를 느끼기 위해서라도 좀 더 부지런해 져야겠단 생각과 이젠 일식집에 가더라도 샤브나 초밥만 찾을 게 아니라 돈부리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 또한 가질 수 있듯 다음에 일식집에서 밥 먹을 때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돈부리 메뉴를 주문해 보아야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