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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것이 좋아 - 소박한 식재료를 찾아 떠나는 여행
안은금주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6시 내 고향, 고향이 좋다 등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농촌의 신선한 먹거리들 앞에 입맛을 다시며 ‘먹고 싶다’, ‘맛있겠다’ 를 연발하며 혼자 중얼거리던 내 모습이 기억나는 책을 보았다. 실제 싱싱한 것이 좋아 의 저자 또한 내가 너무 좋아하던 고향이 좋다, 화제집중, 생방송 세상의 아침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우리 농어촌을 소개하던 리포터이셨고 이를 계기로 농어촌과 인연을 맺으며 직접 체험한 농어촌 생활을 통해 농어민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산지체험여행을 기획해 우리 식품과 농촌을 알리기 위해 현재 식생활소통연구가로 활약하며 빅팜 컴퍼니의 대표이시기도 하다.
책 제목 만큼이나 내용 또한 우리나라 농어촌의 명품 농수산물을 과일, 채소, 고기와 해물, 장과 곡물, 농어촌으로 체험하며 맛볼 수 있는 곳을 그 지역 특산품과 함께 알려주며 마지막 보너스로 명품 농수산물로 만든 다양한 레시피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국35가지 명품 농수산물을 유기농, 친환경, 무농약으로 재배한 제품들만 소개하는 싱싱한 것이 좋아는 각 제품마다 저자의 추억과 경험을 가미해 그 제품의 특성과 맛있게 먹는 방법, 그리고 농장정보, 농촌의 현실등도 함께 알려주므로 평소 TV에서만 보던 보기 좋은 모습만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땀과 열정 그리고 가슴 아픈 사연과 현실까지 느낄 수 있었다.
무려 35가지 싱싱한 명품 식재료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재료와 지역을 소개하자면 며칠 전 말복이 지나갔지만 우리나라는 삼복에 꼭 챙겨먹는 음식 중 하나인 삼계탕에 매실이 들어간 매실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다음부터는 꼭 이 초고추장부터 찾게 된다는 하동의 그 매실 맛이 참 궁금해지는데 하동의 매실은 유기농인증을 받은 매실이라 더욱 가치가 있다고 한다. 지리산의 야생매화를 구경 후 출출해지면 매실초고추장에 백숙을 찍어먹고 식후 매화꽃차로 입가심을 한다면 저자의 이야기처럼 정말 신선도 부럽지 않을 듯 하단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친환경 음식백과란 책을 보았는데 요즘 아이 얼굴 만한 배로 키우기 위해 ‘지베렐린’ 이란 성장호르몬제를 사용해 키운다고 한다. 이런 크기와 보기 좋고 맛 좋게 하기 위해 인위적인 방법을 쓴 과실을 지속적으로 먹는다면 우리의 몸 또한 점점 위태로워진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전남 장흥 동백골의 송전산방 배 농장은 참 착한 배를 생산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성장호르몬제 사용 없이 무농약 배를 생산해서인지 일반 배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이지만 맛좋고 안전한 먹을거리라는 점과 아직 이런 건강한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배농장이 있어서 든든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세 번째는 산야에 그대로 방사해서 사육한 토종닭과 유정란이 있는 상주 삼봉산 양지농원의 축산후계자를 꿈꾸던 희경양이다. 한국의 토종닭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축산대학원에 다니며 농장 일을 도왔고 ‘4H' 경북지역여성 부회장으로 선출되며 저자와 함께 농촌의 미래와 비전을 꿈꾸었지만 자신의 농원이 체험농장 지정을 받은 후 교통사고로 27살의 나이에 그만 세상을 떠났다. 무엇보다 저자가 희경양의 학비를 도와줄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고 한다. 그런 부분을 다 이야기하기가 많이 버거웠을 텐데 희경 양을 대신해서 이젠 그녀가 보여 줄 거라고 이야기하는 글들이 든든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엔 무언가 찡한 감정이 남는다.
네 번째는 홀로 멧돼지 농장을 운영하며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김구상 할아버지다. 멧돼지를 키우면서 죽을고비도 여러 차례 넘기며 물린 상처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멧돼지를 이기는 노하우를 소개하자면 멧돼지와 눈이 마주치면 절대지지 말고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면 안 건드린다고 한다. 또 직진으로 돌진하며 다가오는 멧돼지는 옆으로 싹 피하라고 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기합소리가 역시나 특수부대 출신임을 느낄 수 있었다. 70세의 나이에 험한 멧돼지 150마리를 혼자 키우시기 힘에 부치 실텐데 멧돼지 농장이라 사람들이 꺼려해 일할 사람이 없어 혼자 멧돼지들을 방목하시며 키우시는 정정함과 자신감의 기합소리가 멧돼지 농장을 생각할 때 마다 기억이 날 것 같다.
이외에도 청도의 감, 상주의 블루베리, 예천의 유황오리, 장흥의 표고버섯과 적미처럼 저자의 따뜻하며 인간미 넘치는 글을 통해 이 책에서 의도했던 착한 농부와 공정한 소비자가 서로 믿고 살 수 있는 그 날을 나 또한 기대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