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뚝배기 하실래요? - 입맛 확~ 당기는 손맛 한 그릇
정경지.손유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학교 다닐 때 학교 앞 돌솥비빔밥과 뚝배기순두부찌개를 맛있게 하는 곳이 있었다. 학교 다니기만 했지 학교 앞에 어떤 식당이 있는지와 돌솥밥과 뚝배기 음식은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던 내게 방과 후 친구와 선생님의 일을 도와 드리고 선생님께서 사주셔서 맛보았던 돌솥비빔밥과 뚝배기순두부찌개는 정말 맛있었고 그 당신 내겐 너무 신기한 음식이었다.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돌솥밥을 비비던 중 계란노른자가 익어갔고 순두부찌개 또한 보글거리던 김이 올라오던 기억이 난다. 그때 처음 돌솥밥과 뚝배기요리를 맛본 이후 추운겨울이면 항상 이런 메뉴가 생각나 친구나 가족들과 밖에서 식사 할 일이 있으면 이런 메뉴를 찾곤 했었다. 하지만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사주셨던 그 돌솥밥과 뚝배기요리 맛을 따라오는 곳은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해 항상 아쉬움이 남던 중 ‘한 뚝배기 하실래요?’ 라는 책을 보았다. 

집에 뚝배기 그릇은 있지만 사용할 줄 몰라 부엌의 선반위에 모셔두기만 한 뚝배기를 이젠 잘 활용해 보고 싶었고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사주셨던 그 돌솥밥과 뚝배기 음식의 기분을 내보고 싶었다. 뚝배기에 담아 낸 음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어머니의 따뜻함과 고향의 풍경이 느껴지듯 뚝배기 그릇 자체만으로 어떤 음식이든 정이 가며 편안하게 끌리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뚝배기 그릇 또한 요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듯 요리에 어울리는 뚝배기 그릇 또한 다양한 듯하다. 

한 뚝배기 하실래요? 는 이런 다양한 형태의 뚝배기를 용도에 어울리는 요리에 사용하는 센스와 나처럼 뚝배기 사용법을 몰라 선반위에 모셔두기만 한 뚝배기 그릇을 잘 사용하는 방법 및 국물, 조미료, 소스 만들기와 뚝배기의 맛을 더하는 식재료들의 소개, 면 삶기와 같은 재료손질법을 시작으로 요즘처럼 추운겨울에 더욱 간절한 국물요리와 반찬류인 뚝배기에 담아낸 일품요리, 따뜻한 솥밥과 같은 뚝배기 별미밥을 한식뚝배기로 소개하며 이외에도 국수 뚝배기, 서양음식을 폭이 넓고 속이 깊지 않은 뚝배기에 담아낸 퓨전 오리엔탈 뚝배기요리, 스파게티요리 같은 이탤리언 뚝배기로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식 뚝배기는 주로 찌개, 탕, 찜, 불고기, 비빔밥 등의 메뉴로 국수 뚝배기는 떡국, 우동, 전골로 퓨전 오리엔탈 뚝배기는 수프, 볶음밥, 찜 등으로 퓨전 이탤리언 뚝배기는 그라탱, 스파게티, 스튜 등의 메뉴로 먹음직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레시피 시작이나 마지막에 Cooking Memo 란 첨부로 각 뚝배기 요리의 맛을 더하는 저자들의 노하우와 비결 또한 첨부하고 있다. 뚝배기 그릇 하나로 김치찌개와 같은 한식과 미소라멘, 돈가스 돈부리와 같은 일식, 그라탱과 스파게티와 같은 서양요리까지 맛 볼 수 있단 사실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고 왜 난 뚝배기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도구를 활용해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없었을까 하는 자신을 뒤돌아보는 마음까지 느껴지게 한다. 

 

한 뚝배기에서 배운 뚝배기요리의 노하우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국수나 수제비 요리의 국물을 낼 때 보통 버리기만 했던 굵은 파의 흰 뿌리 부분을 흙을 제거해 깨끗이 씻어 넣어주면 국물 맛을 더욱 시원하게 우려 낼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대파를 사용하고 남은 뿌리부분도 잘 씻어 따로 보관하다 국물요리에 넣어 사용해 봄도 좋을 듯 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천연조미료를 만들 때 멸치, 표고버섯, 새우, 홍합 등을 가루 내어 사용해도 좋지만 다시마는 국물을 찐득하게 만들기 때문에 국물을 낸 후 기호에 따라 천연조미료를 가감해 사용하는 게 좋다고 한다. 평소 밖에서 사 먹기만 했던 스파게티 또한 집에서 직접 만들 때는 면을 어느 정도 삶아야 하는 건지 잘 몰라 못 만들어 먹었는데 스파게티를 8-10분 정도 부드럽게 삶다 한 가닥 꺼내 손으로 잘라보면 면발 가운데 하얀 심지가 남아 있으면 ‘알덴테’ 상태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여기서 다가 아니라 스파게티는 종류에 따라 삶은 시간이 조금씩 다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스파게티 면 삶은 한 가지 방법을 또 배웠으니 나름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뚝배기그릇은 만드는 과정에 불순물이 생긴다고 하는데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뚝배기그릇은 요리하기 전 반드시 쌀뜨물을 뚝배기 가득 넣고 팔팔 끓여서 사용해야 불순물이 녹아나와 다음부터는 안심하고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뚝배기를 사용 후 세척할 때도 세제를 사용하면 뚝배기 자체의 숨구멍에 세제가 스며들 수 있다고 하니 뜨거운 물이나 세제 대신 밀가루 또는 쌀뜨물을 이용해 세척해 주는 게 좋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이신 the Dish의 정경지, 손유진 님은 언 듯 보기엔 두 분이 너무 닮으시고 함께 요리를 하셔서 자매이신 줄 알았는데 두 분은 믿을 수 없는 시누와 올케사이 라고 한다. 두 분의 손맛과 디자인 감각 그리고 친자매보다 더 잘 맞는 파트너십으로 인해 ‘더 디쉬’ 라는 블로그로 마음껏 함께 요리를 하며 보내던 중 블로거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각종 방송매체와 미디어에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 뚝배기 요리에서도 느껴졌지만 두 분은 한식을 돋보이게 하는 정통 조리법과 양념을 고수하면서도 최신 트렌드를 잘 접목하는 감각적이며 차별화된 레시피로 현재 인기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스타일리스트, 쿠킹 클래스 등의 선생님으로 활동 중이시라고 한다. 

다양한 뚝배기 그릇으로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요리를 접목하신 두 분의 디쉬 처럼 나 또한 요리 실력은 부족하지만 새해를 맞아 뚝배기에 처음으로 떡국을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맛보며 앞으로는 뚝배기 그릇을 선반위에 모셔두기 보다 자주 활용해 보도록 좀 더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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