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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행복한 한 그릇
이진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일식하면 보통 라면, 초밥, 샤브샤브 밖에 몰랐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밥과 반찬을 주식으로 한다는 공통점에 소박하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들이라 생각했었다. 우리가족 모두 한식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샤브샤브와 초밥 그리고 백반을 기본으로 하는 일식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일식은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님과 일식의 다양한 메뉴를 알아가고 사진메뉴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듯 먹고 싶게 만들며 그 맛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한권의 책을 보았다.
얼마 전 일본에 대한 감성에세이 우리 흩어진 날들이란 책을 보며 일본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새롭게 하게 되었다. 한권의 책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듯 아기자기한 일본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그 책에 매료되어 일본이란 곳이 더욱 궁금해졌고 특히나 먹는 것을 너무 즐기는 나에겐 일본의 식문화가 정말 단무지만 시켜도 가격이 매겨지고 본심과 예의상 하는 말로 가리워진 냉정한 문화를 가진 나라인지 궁금했었다. 보통 일본하면 냉정함이란 느낌이 강하게 느껴져 도쿄, 행복한 한 그릇 이란 책의 제목을 보며 도쿄에선 좀 다를까 했는데 역시나 어느 나라를 가든 그 지역만의 특색과 사람에 따라 외국인이라고 천대 또는 우대시하는 곳이 다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일본의 식문화와 메뉴가 이렇게 화려하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도쿄, 행복한 한 그릇의 저자이신 이진주님은 손끝에 불타는 끄적임 유전자와 가슴 속 불타는 여행유전자로 인해 방송작가라는 직업과 여행가라는 바쁜 이중생활을 하고 계신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일식요리를 쇠고기무국과 두부조림처럼 먹고 자란 추억으로 인해 십여 년간의 일본여행길에서 마주친 밥집과 일본친구로 인해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직접 다니고 먹었던 ‘참 괜찮은’ 음식점들을 차곡차곡 적어가며 TV, 잡지를 통해 여행과 음식이야기가 알려지셨고 여행서인 ‘내안의 여행 유전자’ 라는 책을 내시기도 하셨다. 블로그 또한 운영 중이신데 이글루스 100대 블로그에 선정되기도 하셨으며 직업 특성상 정성들인 프로그램으로 인해 한국방송대상외에 다양한 상을 수상한 방송작가님이시다.
작가님께서 알려주시는 행복한 한 그릇은 도쿄의 참 괜찮은 음식점 중 한국인에 대한 예의가 있으며 블로거나 미디어의 객관적인 평이 있는 집, 또한 여행자의 예산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 맛있는 집, 좀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한번은 먹고 갈만한 곳, 특이하고 색다른 분위기와 메뉴로 요즘 세계화와 더불어 중요시 되는 스토리가 있는 95곳의 맛 집을 소개하고 있다.

도쿄, 행복한 한 그릇에 소개된 메뉴들은 내가 초밥이라 부르던 스시, 일본 최대어시장 츠키지와 그 주변의 맛 집, 내가 편하게 즐겨먹던 인스턴트 라면이 원조가 아니라 라멘이며 다양한 종류의 라멘에 대한 소개와 맛 집, 한국형 메밀국수를 연상케 하는 소바와 요즘처럼 추운 날 더욱 간절한 국수보다는 좀 더 굵은 우동, 포장마차출신의 튀김 류 인 덴푸라, 철판에 좋아하는 채소와 해산물, 고기를 넣어 둥그렇게 구운 일본식 부침개인 오코노미야키, 철판에 볶음밥이 눌어붙은 밥과 유사하며 도쿄의 시타마치 서민동네 아이들이 밀가루에 음식 부스러기를 넣어 문자를 그리듯 구워 먹었다는 유래가 있는 몬자야키, 냄비요리인 나베, 카레요리, 덮밥을 연상케 하는 돈부리, 우리나라의 적과 비슷한 꼬치구이, 두툼한 튀김옷을 입힌 우리나라의 돈가스가 생각나는 돈카츠, 나카메구로의 카페들을 소개한 카페거리, 서양에는 없되 일본에서 주식이 된 일본양식 오므라이스와 함박스테이크, 얼마 전에 본 라스베이거스요리사 아키라 백 이란 책에 소개되기도 했던 일본요리사가 미국 뉴욕에 ‘NOBU' 란 자신의 이름으로 일본식 고급레스토랑을 열었으며 뉴욕의 고위층, 연예인, 부자들이 모인 명소가 된 만큼 이를 다시일본으로 역 수입해 일본 코스요리이자 21세기 새로운 식탁을 연 일본의 세계요리와 가정식, 술과 안주를 연상케 하는 주점요리, 달콤한 디저트가 생각나는 케익, 아이스크림가게, 햄버거와 덮밥 전문 프랜차이즈가게를 끝으로 일본어 메뉴판 보는 방법과 음식 값에 5% 소비세 반영여부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식당에서 꼭 알아야 할 일본어와 도쿄 밥상 일본어 및 바디 랭귀지, 책에 소개된 메뉴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일본 지하철 노선도와 지하철을 중심으로 그린 정성스런 약도와 영업시간까지 맛 집마다 표기해 두고 있어 일본에 가게 된다면 골라 먹는 즐거움을 느끼듯 평소 먹고 싶다고 생각했던 메뉴를 잘 찾아갈 수 있는 한권의 일식 네비게이션 같은 책이 될 듯하다.
처음 파스타와 스파게티를 먹을 때 젓가락을 찾던 나의 무지한 기억 때문에 행복한 한 그릇을 통해 일본의 식문화는 어떤지 궁금증을 찾던 중 알게 된 유익한 정보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 번째는 일본어로 ‘하시’ 란 젓가락은 부모님께 선물하는 아이템이자 장수를 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비싼 젓가락도 많다고 한다. 흔히 우리가 1회용 나무젓가락으로 사용하는 것을 쪼개서 쓰는 젓가락이란 의미로 ‘와리바시’ 라고 하며 이때 ‘바시’ 가 ‘하시’ 와 같은 의미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경사스런 잔치음식과 어른의 생신 상에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국수장국 등을 내놓기도 했다는데 젓가락이나 국수 모두 길다는 점에 두 나라의 공통적인 사고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스시를 먹는 순서로 정해진 건 없지만 담백한 맛에서 농후한 맛으로 가는 광어와 도미 같은 흰살 생선에서 참치 같은 붉은살 생선과 고등어, 방어 같은 등푸른 생선으로 알류와 같은 기타재료를 먹은 뒤 마지막으로 마키나 달걀을 먹는 게 스시를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스시는 손으로 먹는 게 흉이 되지 않는 원래 손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단무지 한쪽도 돈을 받는 유난히 깔끔해 보이는 일본이지만 먹는 것 앞에서는 저자가 처음에 이야기하듯 그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낸다는 문화가 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나 또한 서양요리로 알고 있던 오므라이스가 처음 일본사람들이 서양문물을 받아 들이며 따라했다가 서양반, 일본반의 음식으로 바뀌면서 서양의 달걀요리인 오믈렛과 일본주식인 밥이 합체해 일본음식이 아닌 일본대표 음식이자 서양에는 없되 일본에서는 주식이 된 ‘일본양식’이 되었다고 한다. 요즘 각 나라별로 자국음식의 세계화를 통해 나라를 알리려는 방법도 있는 듯한 데 유럽의 피자나 파스타처럼 한 끼 간단한 음식으로 누구에게나 기억되기 쉬워야 한다는 점에 일본의 오므라이스 또한 어쩌면 우리나라의 비빔밥처럼 세계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과거의 아픈 역사로 인해 마음은 멀게 느껴졌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의 맛난 먹거리들을 통해 일본사람들도 음식 앞에서는 누구나처럼 욕망을 드러내며 그런 욕망만큼이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맛난 먹거리가 풍성함을 알 수 있었고 기회가 된다면 평소 부침개와 같은 파전과 볶음밥을 좋아하는 만큼 철판요리인 일본의 부침개 오코노미야키와 볶음밥의 눌어붙은 고소한 맛과 비슷하다는 몬쟈야키를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