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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위한 예술반찬 - 요리선생 라자냐의
강선옥 글 사진 / 이끼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음식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레시피에 따라 그 맛이 어느 정도 좌우되긴 하지만 그 음식을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그 맛을 절대적으로 좌우합니다. 시시한 음식도 좋은 사람과 나누면 달게만 느껴지니까요. 비단 먹는 것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요리를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할 때는 저절로 웃음이 나고 설거지조차도 즐거워지는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또 요리와 거리가 먼 사람이 서툰 솜씨로 나를 위해 만든 음식에는 맛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감동이 있습니다. -P.7 들어가는 말 중에서- ”
학교 다닐 때 친한 친구들끼리 우르르 몰려 친구들 집에 놀러가거나 학교 앞 분식점에서 그 당시 최고의 인기였던 떡볶이와 만두, 라면, 순대 등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듯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지내온 기억들이 있다. 그 당시 학교 앞 분식점이나 친구들 집에서 우리 스스로 만들어 먹던 한 끼는 초라해 보여도 우리에겐 훌륭한 아지트 같은 맛있는 음식이었다.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의 추억과 맛이 잊혀 지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학교 다닐 때는 그런 모습들이 일상 속 한 부분들이었지만 사회에 나와 각자의 삶에 또 다른 소속과 집단에 충실 하느라 매일 바쁘다며 얼굴 한번 제대로 마주하기가 쉽지 않게 된 이런 현실에 오작교 같은 역할을 해주는 따끈한 요리책 한권을 보았다.
친구에게 오늘 저녁 아니면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 올 수 있겠니? 라는 말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친구를 위한 예술반찬은 친구를 위한 내 솜씨, 심심한 날의 간식, 알아두면 좋은 30분 요리 란 크게 세 부분의 52가지 요리와 친구초대를 위한 요리 팁으로 미리 메뉴를 정해 장을 보는 노하우와 구입해 두고 남은 재료로 연관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지혜, 계량도구 활용 및 상차림을 멋지게 만들어 줄 센터피스와 음식 포장하는 부분의 노하우까지 담고 있다.
보통 요리책들이나 전문요리책들은 가정에서 쉽게 구비해 놓고 쓰는 재료가 아닌 전문 요리 재료 상에 구매해서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 소개된 메뉴들은 전문메뉴를 따르는 듯 하면서도 약간의 퓨전이 더해진 듯해 굳이 그런 전문재료가 없어도 대체 가능한 조미료나 식재료 등을 제시하며 꼭 넣어라는 부담감이 없어 한결 쉽게 도전이 가능해 보이지만 넣을 재료를 다 넣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맛에서 염려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재료가 시중에서 쉽게 자주 구매해 두며 쓰는 재료들이라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각 메뉴별 조리과정 또한 요리를 어려워하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복잡한 과정이 아닌 3-4번의 과정만 거치면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어 요리에 대한 즐거움을 더해 주는 듯하다.
친구를 위한 내 솜씨 메뉴 중 인상적이었던 메뉴는 콜라도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콜라치킨’ 과 반찬으로 자주 등장하는 고등어를 넣어 만든 신기한 ‘고등어 파스타’이다. 콜라치킨은 콜라와 케찹, 닭 가슴살만 있으면 가능한데 특히 콜라와 케찹만으로도 제대로 된 바비큐 소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고 고등어는 고소한 맛이 좋지만 비릿한 냄새가 많이 나서 파스타의 재료로 쓴다는 것에 한 번도 생각을 해보지 못했었는데 나의 좁은 편견을 깨는 듯 한 메뉴들에 다시금 놀라움이 느껴졌다.

심심한 날의 간식메뉴는 학교 다닐 때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친구들과 자주 즐기던 떡볶이와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총유병이 가장 마음에 들어왔다. 분식점 떡볶이의 맛을 그 당시 우리가 아무리 만들어 보려고 시도해도 그 맛을 따라 하기가 힘들었는데 분식점 물 떡볶이의 비결은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양념에 있었고 호떡 같기도 하며 크래커 같기도 한 간단한 파만 넣어 기름 없이 구워낸 총유병 이란 메뉴를 보며 평소 느끼한 맛을 싫어하던 내 소중한 친구가 떠올라 선물해 주고 싶어 직접 만들어 보았다. 파를 넣으면 수분을 머금고 있어 빨리 변질될 것 같아 검정깨로 대체해 총유병 보다 조금 작으면서 한입에 쏙 들어가게끔 하는 하트 크래커 총유병을 만들었다.
마지막 30분 요리는 소고기 무국이나 미역국, 불고기, 낙지볶음과 같은 메뉴를 담고 있는데 손님에게 대접하기도 좋지만 가족들의 밥, 반찬으로 하기에도 훌륭하단 생각이 든다.

빵이나 과자 만드는 도구를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아 평소 프라이팬이나 집에 있는 도구로 만드는 빵, 과자를 자주 시도해 보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매번 모양과 맛이 이상해 자주 상실감을 느꼈는데 총유병을 따라하며 재료도 간단하지만 무엇보다 만드는 도구 또한 오븐 없이도 가능해 나름 내가 생각하기에 유일하게 성공한 과자라 생각된다. 이 총유병 과자를 예쁘게 포장해 내 마음을 친구에게 전해주듯 친구가 총유병을 받고 기뻐할 모습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며 이만 글을 맺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