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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우리 어디 갈까? - 아이와 함께 근교에서 즐기는 도시락 나들이
박혜찬 글 사진 / 나무수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유독 형제가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난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가까운 나들이나 여행 한번 다녀와 본적이 없다. 초등학교 다닐 때 방학이 다가오면 주위 친구들은 부모님과 어디 어디에 갈 거야라는 자랑이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심 부러운 마음이 컸었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학교에서 소풍가는 전날이 왜 그리 설레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밤잠도 못 잤었는지 다른 친구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어릴 적 가족과 나들이라고는 몰랐던 만큼 이 다음에 어른이 된다면 난 내 아이들과 함께 해주는 시간과 여행을 자주 가져야겠단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내 언니와 오빠네 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들 사회생활하다 주말이면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로 조금만 서두르고 준비하면 될 텐데 아이들과 나들이라면 부담감과 피곤한 기색으로 매번 다음으로 미루는 모습을 보면서 쉽지 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던 중 ‘윤정아, 우리 어디 갈까?’ 라는 책을 보았다.
책 제목이 꼭 아이의 이름이나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 같이 느껴졌는데 역시나 윤정이란 이름은 이 책의 저자이신 박혜찬님의 딸아이 이름이었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명소와 체험공간이 많다는 이색적인 곳들을 소개하는 박혜찬님은 대학 때부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시작해 지금은 결혼식 사진을 담는 온라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계신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소개된 명소와 아이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 하나하나가 모두 나와 같은 일반인이 표현하기 쉽지 않은 장면들을 아름답게 담아내며 아이와 배경을 조화를 이루어 담아내는 사진 잘 찍는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포토샵까지 알려주고 있다. 더불어 맛있고 간단한 엄마표 홈 메이드 나들이 도시락메뉴까지 소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거창하게 계획을 세워 떠나는 여행이란 부담감에서 벗어나 아주 조금의 시간과 부지런함만 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다녀올 수 있는 나들이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찍는 엄마가 들려주는 나들이 장소는 웰빙, 감성, 체험, 1박2일 이란 4가지 테마별 여행지와 사소한 일상이나 애 궂은 눈, 비오는 날씨 속에서도 사진을 잘 찍는 노하우, 포토샵으로 사진 예쁘게 꾸미는 방법, 어려운 사진용어풀이 및 간단한 홈 메이드 도시락 메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4가지 테마별 여행 중 인상적이고 신선했던 몇 군데를 소개하자면 자연을 느끼는 웰빙 여행 중 마치 프랑스를 옮겨 놓은 듯 한 경기도 파주의 프로방스 마을과 마포의 월드컵 공원이다. 프로방스 마을은 아이의 야외앨범을 만들어 주고 싶어 저자가 직접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다 발견한 곳인 만큼 예쁜 물건을 파는 가게와 브런치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으면 안에 들어가지 않고 외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또한 건물이 알록달록해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건물의 색상만 잘 활용해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마을 한쪽에는 많은 종류의 허브와 꽃이 가득한 허브정원이 있어 허브 향 가득 에너지도 충전하며 허브공방에서 비누 만들기 수업을 들으며 체험학습도 할 수 있고, 각종 공연과 축제 또한 준비되어 있으며 입장료 같은 이용요금은 무료라고 하니 잠깐 시간을 낸다면 아이의 시각과 마음까지 사로잡는 나들이 명소가 될 듯 하단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월드컵공원은 15년간 서울 시민이 버린 쓰레기로 만들어진 거대한 산이었던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한 공원이라고 한다. 그동안 환경오염과 자연 파괴의 상징으로 여겼던 난지도를 생태적으로 복원해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대규모 환경생태공원으로 서울시가 만들어낸 곳이라고 하는데 내가 사는 대구의 수목원도 이렇게 조성된 곳이라 쓰레기매립장이더라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경기도 과천의 국립현대박물관에서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미술관이 있으며 직접 만든 실기작품을 전시할 수도 있다고 한다. 호기심 많고 과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국립과천과학관, 우리나라의 전통을 엿보는 한옥마을, 중남미에서 30여 년간 외교관 생활을 한 대사관부부가 세운 이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중남미문화원, 철도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철도박물관,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현지와 같은 시설에서 배우듯 효과적인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영어마을, 나처럼 책을 좋아했던 아이들이 좋아할 파주 출판의 도시인 책 마을에서 해마다 봄, 가을에 책 잔치를 연다고 하니 좋은 학습의 기회가 될 듯 한 곳과 정보등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사진 찍는 엄마란 저자의 콘셉으로 인해 중간 중간 아이사진을 찍을 때 좋은 표정을 이끌어내는 포인트와 움직이는 아이의 모습은 흔들리게 찍어야 잘 표현된다며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촬영하라는 등 상황에 맞는 사진 찍는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Tip으로 담고 있다.

이색적이고 다양한 공원,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등을 소개하고 있어 아이와 함께하는 추억도 남겠지만 더불어 좋은 체험학습의 기회가 될 듯 하단 생각이 들어 유익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로 서울근교지역과 경기도, 강원도 일대의 명소만 소개되어 지방에 사는 이들이 이 책의 명소를 따라 하기엔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해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박혜찬님의 아이와 함께 떠나는 지방명소 여행지에 대한 다음 책으로 기대감을 가져보며 나 또한 언니와 오빠네 아이들과 함께 아직 가보지 못해 나 역시 더욱 설레듯 서울의 월드컵 경기장과 비슷하게 설립된 대구의 수목원을 다녀올 계획을 세워보며 이만 글을 맺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