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 지리산 자락에 정착한 어느 디자이너의 행복한 귀촌일기
권산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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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사는 방식이 당신을 말해준다. -P211. 중에서- ”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갈수록 자연환경과 더불어 사람도 함께 병들어 가고 있는 듯하다. 어머니께서 아프신 이후로 요즘 부쩍 산이나 시골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올해 여름 어머니를 모시고 팔공산에 다녀왔다. 확실히 내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도시와는 사뭇 다른 공기와 울창한 나무들 앞에 나 또한 좀 더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다. 몇 일전 산에서 암을 이긴 사람들 이란 책을 보며 자연의 풍성한 혜택에 감사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최근 암이나 현대의학으로 치유할 수 없는 질병, 아토피와 같은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공기 좋은 시골이나 산으로 들어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해서 나 또한 시골이나 산,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눈길이가며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과 관심이 증가 한 듯하다. 꼭 이런 점만이 아니더라도 최근 귀촌이나 귀농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기에 나처럼 농사한번 지어본적 없는 지극히 현대적인 한가정의 남성이 귀촌을 하며 그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며 좀 더 행복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에세이 한권을 보았다.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이라고 하지만 저자처럼 전문적인 웹 디자이너 라는 직업이 아닌 사람에겐 시골에서 과연 농사를 짓지 않으면 어떻게 밥벌이를 하면 살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나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저자는 시골생활 한번 한적 없는 초행길을 판돈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행동으로 생각을 실천하며 도시를 떠났다. 시골생활이든 도시생활이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노력은 어디든 같기에 시골에서 기존 도시에서 하던 자신의 일을 하며 농사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게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문점이 점점 밀려왔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나면 그런 궁금증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지금 내가하는 일을 통해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먼저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4년이 넘는 시골생활을 통해 자신의 삶의 방식과 시골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 그리고 매년 반복되는 사계절이지만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매년마다 다른 자연의 아름다운 한순간들, 벼, 밀농사를 통해 바라본 농촌의 현실과 경제상황, 학생이 몇 명 없는 학교를 통해 참 교육이란 무엇인지?, 시골마을에 잘 정착하기 위한 저자의 노하우 등을 알려주며 다시금 시골과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지게 한다.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저자의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지리산닷컴 K형의 형수님이 저자를 위해 텃밭을 마련해준 곳에서 저자는 열무김치를 평소 좋아해 열무를 심었지만 열무가 아닌 열무 꽃다발을 수확하게 되고 남들이 뭔가를 심을 때 항상 한 박자 늦게 따라하는 농사 때문에 작물을 심을 때마다 읍내의 화제가 되었다는 부분에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도시사람들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베테랑 시골농사꾼인 그들에게는 얼마나 웃긴 일이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게 하는 부분과 저자가 혼자 배추80포기로 김치를 담그는데 남자가 지를 담근다면 마을주민들이 견학 온 가운데 마지막 양념이 부족해 백김치를 담그게 된 일, 그리고 이모작을 하는 곳에서 함께 일을 돕던 중 귀가 잘 안 들리시는 어르신이 무슨 말이든 자꾸 거꾸로 들으심으로 인해 반대로 행동하심으로 작업장이 웃음바다가 된 경험 등을 통해 한참을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만드는 저자의 재미있고 익살스런 표현들에 즐거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모작을 하며 주문했던 새참 자장면의 양이 도시의 곱빼기 양인지라 저자는 곱빼기를 시켜줘서 고마워 하지만 정작 그 양은 시골의 보통 양이란 사실과 저자의 사무실 양쪽에 위치한 지정 댁과 대평 댁 두 엄니를 통해 넉넉한 시골인심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식량이 무기가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쌀을 뺀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5%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우리가 식량을 지원하는 북한의 자급률은 75%나 된다는 것 그리고 세계 곡물 생산량의 40%는 질 좋은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지만 다른 한쪽에선 식량이 없어 2초에 1명씩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일이 발생하는 현실들 그리고 벼와 밀농사를 통해 정작 농부에게는 인건비란 수익이 없는 농사를 하고 있다는 농사의 경제적 현실과 농사란 게 아무리 농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어렵다는 내 어머니의 말씀을 이제야 이해가 되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무작정 시골로 들어온 한 젊은 부부에게 저자는 일단 돈을 들이지 않고 일년 정도 살 수 있는 방법을 택해 그 시간동안 시골생활이 자신에게 맞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라는 귀촌에 대한 저자의 한수 가르침 또한 배울 수 있었다. 만약 이 책이 TV에 나오는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였다면 작가의 재미있는 심리와 시골생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감, 다양한 여운을 주는 재미가 표면적으로 잘 들어나지 않아 느낄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처럼 책은 보이지 않는 내면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과 인간이란 지금 배가 불러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는 생명체이기에 세상 어디든 먹고 사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시골생활을 통해 던지는 저자의 질문처럼 그는 시골에서도 도시에서처럼 여전히 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삶을 살고 있지만 시골을 통해 위로와 치유, 에너지를 받으며 도시생활보다는 조금 더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편리하고 빡빡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농사와 농촌생활을 통해 매일이 새롭다는 사람, 상대평가에서는 많이 가난하지만 절대평가에서는 소유한 것이 너무 많다는 그의 검소한 삶의 자세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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