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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맛보기 - 미슐랭도 모르는 유럽의 진짜 음식 이야기
김보연 글 사진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누군가를 울게 하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양파를 다지라고 하면 돼. 하지만 누군가를 슬프게 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어렸을 때 엄마가 해주던 음식을 만들어 주면 되지 - P.89 앤서니 카펠라의 <The Food of Love>에서 -"
다양한 음식 맛보기를 좋아하는 나의 호기심은 어릴 적부터인 것 같다. 어머니께서 반찬을 준비하실 때면 꼭 부엌으로 따라가 어머니가 만들어 놓으신 반찬을 시식하듯 맛보곤 했는데 어떤 반찬은 너무 맛있어서 계속 집어 먹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 또 초등학교 때는 같은 반 친구 부모님께서 빵집을 운영하셨는데 그 친구 집에 갈 때면 친구의 어머니께서 항상 푸짐한 빵으로 우리를 맞이하곤 하셔서 내심 친구가 부럽기도 한 마음에 어른이 되면 세상의 맛있는 모든 음식은 다 먹어 볼 거야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세상은 넓고 내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은 많은 터라 방송매체에서 지역 맛 집이나 외국의 맛 집을 소개할 때마다 은근히 부럽고 나도 먹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던 중 방송매체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맛을 표현하며 소개하는 유럽맛보기 란 책을 보았다.
유럽맛보기는 달콤한 빵과 케익으로 유명한 프랑스와 피자와 파스타하면 떠오르는 이탈리아, 올리브나무를 연상케 하는 스페인, 최근 디저트 음식인 컵케이크가 떠오르게 하는 영국과 같은 나라로 유럽의 맛을 담고 있다. 유럽이라고 하면 왠지 모를 우아함과 지적이며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유럽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재래시장이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유럽도 우리와 같은 선지국이나 순대 등을 파는 시장이 있으며 농가와 같이 농사로 인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프랑스를 소개한 맛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음식 하나 잘못 주문하면 한 달 방세가 날아가기도 한다는데 저자가 배가 불러도 웨이터가 권하는 터라 한 토막 맛 본 고기에서 달달한 꽃향기가 난다는 맛이다. 더욱이 이 레스토랑은 채식레스토랑인데 이런 고기요리까지 권해 맛보게 되었다지만 이 달달한 꽃향기의 꽃은 우리나라의 무궁화와 비슷한 종류인 ‘이비스퀴스’ 라고 한다. 이 꽃의 맛은 어릴 적 내가 시골길에서 뽑아먹던 사루비아의 맛과 비슷하기도 하며 하와이 여인들이 이 꽃을 머리에 꽂고 춤을 추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는데 꽃 하나가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사용됨에 신기함이 느껴지기도 해 기회가 된다면 이 꽃을 맛보고 싶어졌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크레프의 원조는 야채와 계란이 올려진 ‘갈레트’ 라고 한다. 크레프는 갈레트의 동생 뻘 정도 됨을 알 수 있었는데 갈레트에 사과주인 시드르 한잔을 곁들이면 맛이 좋다고 할 만큼 저자가 파리의 마지막 날에도 달달한 크레프를 맛보았다고 한다. 또한 파리의 순대라 불리는 ‘부댕누아르’ 란 검은소시지는 입자가 미세하며 검붉은 블랙홀 같다고 하는데 보통 동물의 내장을 넣어 만든 요리라고 하니 내장 마니아가 아닌 나로서는 좀 거리가 들던 음식인 것 같다. 그리고 초콜렛 만드는 장인이라 불리는 ‘쇼콜라티에’ 를 통해 초콜릿 곰 등과 같은 다양한 초콜렛 공예를 엿볼 수 있는 곳이 프랑스 인듯하다.
피자, 파스타, 치즈가 연상케 하는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참 다양한 먹거리가 많은 만큼 저자 또한 이탈리아의 다양한 맛 집들을 다른 곳보다 많은 비중을 두며 알려주고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영혼의 음식이라 부르며 집 떠난 타국에서 맛 본 음식이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음식과 비슷해 저자가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던 만큼 인상적인 엄지손톱만한 앙증맞은 만두와 만둣국을 연상케 하는 ‘토르텔리니’, 치즈의 황제라 불리는 치즈 농가에서 12개월과 24개월 숙성된 치즈를 맛 본 저자의 시식 이야기를 통해 나 또한 그 맛을 입안에서 느끼듯 감도는 듯 했다. 프랑스에 초콜렛 장인이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아이스크림 장인 ‘젤라테리아’ 가 있다고 한다. 장인에게 배우는 젤라토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노하우는 1시간 정도 숙성시켜 먹는 것이 좋으며 구매후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소스로 사용하는 ‘발사믹식초’ 또한 이탈리아의 모데나에서 만들어 지는데 100% 포도로만 만든 만큼 향과 맛이 풍부해 단독으로 사용해도 완벽한 맛을 낸다고 하니 그 식초 맛이 궁금해진다. 이외에도 로마의 토핑 없는 피자, 피렌체 토스카나의 버터, 설탕, 소금이 들어가지 않는 건강빵, 볼품 없는 돌멩이처럼 생겼으며 맛은 밍밍하다는 하얀 송로버섯, 범죄가 무서운 도시 속 나폴리 피자, 입안에 쏙 들어가 또르르 거리며 씹으면 상큼한 우유 맛이 배어나와 찹쌀떡 같지만 이에 붙지 않는다는 모차렐라 치즈등이 내 미각을 더욱 설레게 한다.
스페인은 초콜 라떼에 추로스를 살짝 담궈 먹는 맛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별을 단 어머니 같은 여성 쉐프가 있다는 곳, 모든 것은 먹는 것으로 통한다는 미식도시 산세바스티안과 스페인 최고 요리사로 불리는 마르틴 베라사테기가 있는 곳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영국입국 심사대에서 영국의 맛을 경험하고 싶어 왔다고 하니 뭘 잘못 먹었냐는 듯한 눈초리를 보이기도 하며 저자가 전통음식을 일으켰으면 하는 아쉬운 바람이 드는 영국. 한번쯤은 드레스를 입은 우아한 공작부인의 기분을 맛볼 수도 있을 것 같으며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영국의 오린저리이다. 오린저리는 켄징턴 궁안에 있는 곳으로 1704년 앤여왕의 식물재배온실로 만들어진 곳이며 다양한 왕실관련행사를 열어 귀족들이 드나들던 곳이라고 한다. 다이애나 황태자비도 이곳을 좋아해 자주 들렀다고 하니 이곳에 들러 케이스 스탠드 3단 코스와 차를 마시며 영국의 우아함을 느껴보고 싶게 한다. 또한 런던의 유명한 두 명의 쉐프 제이미 올리버와 고든램지도 소개하고 있어 나처럼 이런 사람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참 유익한 정보가 될 듯하다. 특히 제이미 올리버는 자신의 레스토랑 피프틴을 통해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들에게 일을 가르치고 일할 기회를 주기도 하며 인스턴트가 난무한 요즘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사회 운동등 자선사업까지 하는 훌륭한 인물이라 2010년 TED(세상을 바꾸는데 공헌한 사람을 선정하여 주는 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유럽맛보기를 통해 세상은 넓고 맛깔스런 음식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유럽만 해도 이렇게 방대한 음식을 소개하는데 전 세계를 합친다면 정말 대단한 음식들이 많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저자는 버터와 설탕이 듬뿍 들어간 달콤하며 부드러운 화려한 프랑스 빵이 좋다고 했지만 버터와 설탕 같은 입에 좋은 음식으로 면역력을 잃는 식생활보다 우리 모두가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해야 우리 몸이 건강해지듯 이런 작은 선택하나로 지구촌의 모든 먹거리 생산국이 건강한 식품을 추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기회가 된다면 유럽의 전통식품 여행을 해보고 싶단 소망 또한 가져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