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5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편하게 시작하세요. 자신을 드러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이곳 사람들이 다가올 거예요. 지리산이 그렇잖아요. 설악산처럼 멋있다, 빼어나다 라는 생각은 잘 안 들지만, 그건 아마 모나거나 날카롭지 않다는 의미와 같을 거예요. 능선 때문인가, 오히려 푸근하고 따뜻하죠. 그래서 지리산을 두고 할머니, 어머니의 산이라 부르나 봐요. 또 앞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P 41. 중에서 - ” 

잘하는 운동은 없지만 평소 튼튼한 다리 덕분인지 나는 걷는 것을 참 좋아한다. 어머니께서 수술 후 장이 유착되면 안 된다고 의사선생님께서 운동을 하라고 하셨는데 수술 후 의식을 회복한 환자들이 며칠 후 가장 쉽게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병원복도를 왕복하는 걷기라는 사실을 어머니의 수술로 알게 되며 어머니와 함께하는 운동을 할 때면 항상 가벼운 산보나 산책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 시작했다.  

최근 질병으로 고생을 하다 공기 좋은 시골이나 마을로 이사를 해서 생활하며 건강을 회복한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소문도 소문이지만 지나가는 골목마다 자동차 매연이 날리는 도시에 살고 있어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 좀 더 신선하고 깨끗한 환경의 공기를 잠시나마 느끼게 해드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산속에 반달곰과 다양한 나무, 울창한 자연이 품어내는 맑은 공기가 있다는 지리산 이란 여행서를 보았다. 보통 여행서가 아닌 거의 등산 수준의 여행서인데 저자는 지리산의 제1봉인 천왕봉을 종주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지리산을 무조건 종주해 보아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걷기는 좋아하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바위와 흙, 자갈이 무성한 곳의 등산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좀 더 이 책이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졌고 저자가 제1봉을 종주할 때 마치 내가 함께 종주하는 듯한 느낌처럼 그 설레임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이신 김영주 선생님은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토스카나, 뉴욕, 프로방스와 같은 곳을 여행을 하시며 그곳에서 머문 기록들을 하나씩 세상에 책으로 내놓으시는 여행 작가님이시다. 매번 해외여행만 하시다가 국내여행으로서는 이 책이 처음이시듯 직접 등산으로 종주까지 하시며 지리산의 아름다운 곳곳을 소중함이 느껴지듯 소개해 주고 있다. 

여행 작가님께서 안내해 주시는 지리산은 작가님께서 머무신 곡전재의 일상과 섬진강 주변일대의 걷기구간 및 곡전재에 머물면서 지리산 학교의 퀄트반에 들어가 꽃 무뉘 파우치를 만들며 배울 수 있다는 다양한 문화강좌 및 지리산의 3대 사찰이라는 쌍계사, 천은사, 화엄사의 소개, 소설 및 드라마 토지의 촬영 세트장으로 유명한 최참판댁, 지리산 종주를 위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사항이란 점검표등으로 1부를 소개하였고, 2부는 운동을 좋아하며 지리산을 종주해 본 경험이 있다는 50대 한 여성이 종주 중간쯤 가다 기절을 했다 할 정도로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하며, 저자의 종주를 향한 한걸음 한걸음의 소개마다 설레임과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긴장감까지 돌기도 했던 지리산 제1봉 해발 1,915미터 천왕봉에서 저자가 인내라는 아름다움의 힘을 느꼈다는 값진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다양한 인맥으로 인해 혼자가 아닌 연령대도 다양한 이들과 함께 종주함으로 반달곰의 등장으로 두려울 수도 있었고, 힘들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었던 지리산을 두려움 없이 종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긴 여행에서 혼자이기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많은 의지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계절의 변화가 수도 없이 오고가고, 바람과 눈과 이슬과 태양이 숱하게 들락거리고,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곳, 이 나라에 변화가 닥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을 품에 안아 주었던 곳, 힘들게 올라 온 등산객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지만 무거운 삶의 무게를 덜어 보려 찾아온 이들에게 아낌없이 용기를 주었던 곳, 지리산인 게다. 내가 어설프게 첫발을 내딛고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마음의 변덕을 부리고 있는 곳이 바로 지리산인 게다. 무언가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 ‘인내’ 라는 덕을 더 쌓아보라고 속삭이는 것 같은데, 아직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 P284. 중에서 -

마지막 3부는 곡전재를 떠나 마당에서 천왕봉이 보인다는 경남 중산리에 ‘지리산 통나무 산장’ 으로 숙소를 옮기며 지리산 동쪽에서 느낄 수 있는 남명 조식과 같은 유적지, 지리산에도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중국음식을 맛 볼 수 있다는 중국 음식점의 소개, 논개가 왜구의 적장을 안고 투신한 의암 주변일대, 주입식보다 개성을 존중하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에서의 생활사 등을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저자의 친구인 P와 함께 뱀사골과 지리산 둘레 길을 함께 완주하고자 했지만 뱀사골에서 당뇨로 인해 혈당이 떨어지면 위험했던 P의 건강상 관계로 뱀사골 중간에 다시 하차하게 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꼭 완주해야한다는 성취감보다는 등산여행과정에서 기억 될 만족감도 중요하며 최선을 다해 올라온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나만의 정상이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가르침이 참 인상적이었다. 

“지리산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선물을 준다. 지라산은 모든 이에게 똑같이 가슴을 열어준다. 얼마만큼 어떻게 갖고 갈 것인지는 온전히 여행자에게 달렸다. - P423. 중에서 -" 

우리나라의 길고 긴 역사와 무한한 생명력을 품어주는 지리산, 가족모두 함께 여행해 본 추억이 없는 만큼이나 좀 더 선선해지는 가을에는 지리산 1봉의 정주는 못하더라도 어머니와 가족들과 함께 지리산 둘레길이라도 방문해 좋은 공기와 아름다움을 담으며 우리가족만의 지리산 정상을 찾아 추억으로 담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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