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요리사 아키라 백
아키라 백.최상태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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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미각은 굉장히 정교한 것 같아도 의외로 부정확하다네.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게 아니야. 맛은 인간의 오감으로 느끼는 많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네. 식당의 분위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스타일, 음식을 놓는 그릇, 심지어 조명과 음악에 의해서도 맛이 좌우되지” - P121. 켄이치 - 

아키라 백이라는 요리사 이름을 보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일본인 요리사 이구나 했는데 한국이름으로 ‘백승욱’ 이란 이름을 가진 한국청년이 입맛 까다로운 이들에게는 맞추기 힘들다는 일식요리사로 향한 꿈의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 한권을 보았다. 

남들보다 뚜렷이 잘하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없는 나로서는 어떤 분야에 특별하게 두각을 나타내거나 열정적으로 좋아하며 잘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매번 사뭇 부러운 마음이 느껴졌다. 오늘 내가 만난 주인공 아키라 백도 어릴 적부터 야구에 두각을 나타내어 초등학교 시절 국가대표출신 야구감독이 있는 리틀 야구챔피언으로 유명한 학동초등학교에 스카웃 되어 어린나이에 모진 훈련을 견뎌내며 야구의 꿈을 꾸게 된다. 야구를 통해 현재 농구스타로 유명한 서장훈 선수를 만났는데 그 때도 키가 컸던지 중학교 때 농구로 종목을 바꿔 현재 대스타가 된 것이라는 동창의 이야기 또한 소개하고 있다. 일본으로 야구유학까지 꿈꾸며 아버지의 일본인 친구 분이 아키라 백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셨지만 아버지의 사업으로 인해 온가족이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키라의 뛰어난 야구실력과 한국의 잘된 교육 덕분에 학교생활 또한 어렵지 않게 지낼 수 있었지만 또 다시 이사를 하게 된다. 이사하며 전학 간 학교에서는 동양인이 거의 없는 곳이라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있던 중 그 지역 아이들이 스노보드를 즐긴다는 것과 왠지 모를 이끌림에 의해 스노보드를 가까이하다 스노보드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게 된다. 이후 세계무대에서 5위까지 올리는 최고의 성적을 내지만 삶에서 항상 좋은 일만 없듯 세계선수권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전의 부상과는 다른 아주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 발목 골절의 뼈가 파편처럼 조각나 선수생활을 하기 힘들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 또한 얼마나 큰 상실감을 겪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게 하듯 선수생활이외에는 다른 삶을 꿈꿔 보지 않은 그이지만 우연히 스키장 주변의 일식 레스토랑 ‘켄이치’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며 탈출구를 찾은 사람마냥 자신을 주방에서 일하게 해달라며 막무가내로 고용해 달라고 한다. 

켄이치는 웨이터를 모집 중이라 주방에 최소임금을 주더라도 사람을 고용할 계획이 없다며 냉정히 거절한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아키라는 다음날 또 다시 찾아가 요리를 배우고 싶다며 일하게 해달라고 하자 금발로 염색한 머리를 밀고 다음날 다시오면 일하게 해준다는 승낙을 얻게 된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을 수도 있었지만 자신과 맞지 않아 부모님의 반대를 설득으로 이끌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 요리사가 되기 위해 켄이치로 향하는 아키라..하지만 켄이치의 첫날부터 신참이 칼을 만진다며 봉변을 당하는 일을 시작으로 고되고 힘든 요리사의 생활로 접어들며 최고를 꿈꾸듯 노력하게 된다. 

현재 그는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의 옐로테일이란 일식당의 총주방장으로 아랫사람에게 모범적인 쉐프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지만 현재의 자리에 있기까지 그가 지나온 야구란 삶부터 모든 경험들이 현재 요리란 삶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새벽부터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식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며 눈 너머로 쉐프들의 기술을 익히고 한국, 영어, 일어로 된 식재료들을 외우며 노력하던 켄이치에서의 인정받기까지의 삶, 식당에 온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콜로라도 주 덴버시에 아시안-프렌치 대형레스토랑 마오의 오너가 아시안 요리파트의 헤드 쉐프를 맡아달라는 제안으로 스카우트되지만 마오에서도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가졌지만 행동이 좀 지저분하며 매번 아키라의 요리가 매상이 오르자 견제를 하려는 총주방장 브라이언과의 트러블도 잘 이겨내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아키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지금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고 있을 아키라 백 쉐프를 통해 요리란 종합예술이며 요리사는 팔망 미인이란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그를 통해 나와 다르다고 견제할 것이 아니라 항상 열린 자세로 배워야 한다는 마음가짐과 인내, 끈기 그리고 지치지 않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나 또한 요리사가 되어볼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또한 아키라를 통해 본 뉴욕의 유명한 호텔 및 레스토랑의 소개, 유명한 스타 쉐프들의 이야기까지 중간 중간 들을 수 있으며 더불어 한국에서 요리사란 꿈을 키우는 이들에게 희망과 본보기가 되어 줄 소중한 정보까지 담고 있다. 또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일본이 처음 미국에 저렴하게 대중화 차인 혼다, 도요타를 선보이다 고급화를 보인 것처럼 한식도 세계화시킬 수 있다는 그만의 노하우도 알려주고 있어서 역시 한 분야의 전문가는 다르구나 라는 미묘한 생각의 깊이 또한 엿보며 공감할 수 있었다. 

다양한 곳을 거쳐 기술과 노하우를 익히며 자신의 색으로 빛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아키라 백의 노력과 열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스승들 또한 요리에 대한 기본마음가짐과 사람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는 지혜가 감동되는 부분들이 많아 고개 숙여지기도 했는데 이런 귀한 대접을 받는 고객들은 얼마나 감동이 크며 큰 위로가 될까 라는 마음도 느껴지듯 그 중 노부의 이야기를 소개로 이만 글을 맺을 까 한다. 

"수학에서 1더하기 1은 2가 답일세. 하지만 요리에서 1더하기 1은 100이 될 수도 있고 -50이 될 수도 있지.” -P203. 중에서- 

표정이 약간 어두운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오늘 나는 당신만을 위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음식을 만들 겁니다. 이 요리가 당신의 기분을 즐겁게 해줄 거예요.” 라고 말한 뒤 셰프 스폐셜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가격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 몇 가지 재료를 달리해 그 손님이 좋아할 만한 요리를 정성껏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뒤에는 노부의 예언처럼 언제나 신기한 결과가 나왔다. 

“아키라, 금방 수익을 낼 생각은 말게, 그저 최고의 식재료를 쓰고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데만 집중하게. 이를 꾸준히 지키고 노력한다면 레스토랑은 자연스럽게 돈을 벌 걸세.” 

- P204. 아키라 백의 스승 노부의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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