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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으로 밥을 짓다 - 스님들의 자연 밥상 비법
함영 지음 / 타임POP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P8. 한량없이 자신을 낮추는 마음,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마음, 늘 감사하는 마음, 너와 내가 둘이 아닌 마음......공양간의 두 할매가 일러준 비법은 밥을 짓는 법이 아니라 마음을 짓는 ‘마음 요리법’ 이다.
식품첨가물과 화학조미료로 갈수록 먹거리가 위협받아오는 가운데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음식 본연의 맛을 음미하게끔 하는 자연 먹거리란 어떤 것인지 궁금했었다. 오늘날과 같은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이 난무한 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평소 어떤 음식들을 섭취하였기에 지금과 같은 ‘암’ 이란 무서운 질병과 잔병 치례없이 건강할 수 있었을까 라는 먹거리에 호기심을 가지던 중 ‘인연으로 밥을 짓다’ 라는 책을 보았다.
인연으로 밥을 짓다 는 밥을 통해 바라 본 철학 및 삶의 이야기를 다양한 책으로 내신 이력만큼 이 책 또한 함영 선생님께서 글로써 재미있고 맛있게 공양간의 자연밥상을 지어주고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말처럼 보통 스님들은 건강하시지 않으신 분들이 없는 듯하다. 그 만큼 스님들이 드시는 사찰음식이 건강한 먹거리 인듯한데 이런 건강한 먹거리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공양간의 공양주 라고 불린다고 한다. 나의 어머니와 같은 공양주 세분의 구수하며 재미있는 지역사투리와 같은 말과 억양을 그대로 옮겨 놓아 마치 공양간의 다양한 생활사를 보여주는 세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한 느낌의 이 책은 북한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광륜사, 전남 함평 광암리의 용천사, 부산 토성동에 위치한 광성사 라는 세 곳의 사찰에서 밥을 짓거나 살림을 책임지시는 공양주 어르신들의 소중한 지혜와 비법이 담긴 사찰음식에 대한 노하우를 담고 있다. 또한 세 곳의 사찰 속 메뉴에 대한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끝나는 부분에서 앞의 내용을 한눈에 보기 쉽도록 정리해주는 레시피 정리와 그 식재료의 효능 등에 대해 소개해 주고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요리의 초보자들이 따라 하기에는 정확한 재료의 양을 가늠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아마 간을 맞출 때는 맛을 봐가며 실험조리를 하듯 따라해 보아야 할 것 같아 사뭇 어려움도 느껴진다.
광륜사의 공양간에는 공양주 자성월 할머니와 부공양주 공덕심 할머니가 함께 절의 행사음식과 명절음식등 공양간의 전반적인 부엌살림을 맡고 계신다. 두 분의 성격이 참 대조적이시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손발이 잘 맞으신 것 같고 함께한 세월만큼이나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시는 모습 속에서 따뜻함과 정감이 느껴진다. 두 분이 알려 주시는 건강한 메뉴 중 가장 인상적인 메뉴는 ‘나물잡탕찌개’ 와 ‘탕수채’ 란 메뉴다. 나물잡탕찌개는 말 그대로 먹다 남은 다양한 나물들을 먹기 좋게 썰어 된장과 들깨 물에 끊이는 찌개인데 너무 간단해 보이고 음식물쓰레기까지 생기지 않아 건강과 환경, 맛 모든 부분에서 유익한듯하며 나와 같은 초보자도 따라 하기 쉬운 듯하다. 그리고 탕수채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탕수육인 돼지고기가 아니라 버섯, 고구마, 연근 등 채소를 튀겨 매실 원액 등으로 소스를 만든 자연식이며 건강식인 야채탕수이다. 절에서는 육식을 금하는 걸로 알고 있어 탕수육이란 메뉴는 꿈의 음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두 할머니의 지혜와 재치로 절에서도 이런 건강하고 맛있는 특별식이 가능함에 신기했고 나 또한 이 조리법을 따라 고기를 못 드시는 어머니를 위해 ‘두부탕수’ 를 만들어 봤는데 너무 양을 적게 만들어서인지 동생과 어머니의 입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아쉽다. 동생이 먹고 난 후 일반인들이 먹기에는 탕수육의 그 달달한 소스가 강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라고 하는 말에 섭섭하기는 했지만 이 탕수채 조리법으로 어머니와 동생이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든든하듯 기분이 좋았다.

두 번째 공양간의 주인공은 농사와 요리의 프로이시며 중풍으로 앓아누운 남편을 20년이나 수발하며 자녀들을 키우신 전정희 할머니이시다. 할머니의 삶만큼이나 소개되는 메뉴 또한 인고와 인내를 통해 숙성된 요즘에는 잘 보기 힘든 메주 만들기와 장 담그기, 김장김치 등 전통 발효음식과 농사에 대해 소개한다. 이 중 김장 김치 담글 때 배추머리부위에 칼집을 내는 이유가 나중에 담궈 서 먹을 때 잘 찢어지라고 그런 줄 알았는데 두껍기 때문에 잘 절여지라고 칼집을 낸다고 한다. 또한 메주 만들 때도 어릴 적 어머니께서 두껍고 냄새가 고약해지는 메주를 방바닥에 몇날 며칠을 두실 때마다 불만이었는데 이렇게 방바닥에 찜질을 해주어야 나중에 볕 아래 달아두어 우리가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된장과 집 간장이 된다고 하니 어릴 적 왜 그렇게 생각이 없었나 하는 마음과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들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다시 반성하며 깨닫게 되는듯하다.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공양간 주인공들은 내가 사는 지역에도 잘 뵐 수 없는 외국 스님들이시다. 그래서인지 참 신기하고 재미있게 본 부분이며 공양간의 개미와 모기들마저 우리와 다름없는 중생이라고 생각하시는 티베트 스님 다섯 분의 메뉴가 소개된다.
고추를 반으로 갈라 물에 담 궈 놓아야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주름이 많아지고 말라지지 않는다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에마타세’ 요리 즉 한국말로 ‘고추치즈볶음’ 을 시작메뉴로 소개한다. 한국말로 만두이자 티베트 말로는 모모인 요리를 제외한 모든 음식들의 재료가 거의 채소라 그런지 기초적인 방법들이 고추치즈볶음과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티베트에서 인도를 거쳐 한국에 오기까지 참 모진 여정을 겪으셨지만 이런 여정을 겪게 한 중국이란 나라도 중생으로 생각하는 스님들의 마음을 보며 젊으신 스님들이시지만 모두 수양을 잘하신 분들이라는 느낌이 들며 그들의 마음자세를 배우듯 마음수양까지 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집에 환자가 있는 만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먹거리에 많이 신경이 쓰인다. 아버지께서 고혈압이셔서 몇 주 전 목숨 걸고 편식하다 란 책을 보았다. 거기서도 현미채식과 같은 자연식을 하라고 하지만 연세가 있으신 만큼 잇몸과 치아가 편치 않으시기에 자연 찬거리 조리법이 궁금했는데 사찰음식을 통해 자연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우리의 전통 찬거리비법과 더불어 음식을 준비하는 이들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따뜻한 마음 씀씀이까지 배우듯 자연의 먹거리를 느끼며 이만 글을 맺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