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대한 한 스푼 - 365일 미각일기
제임스 설터.케이 설터 지음, 권은정, 파브리스 모아로 / 문예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살아가는데 먹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으며 맛있는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기회조차 누리지 못한다면 살아가는 게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해 매일 열심히 살아주는 건강한 내 몸을 위해서라도 적당한 먹거리는 기쁨과 행복, 건강을 주는 에너지라 생각한다. 식탐이 강하기도 하지만 단 한 끼만 굶어도 팔이 후들거리는 나로서는 식사시간 또한 욕구뿐만 아니라 삶에서 많은 의미를 주는 소중한 시간이라 느끼던 차에 ‘위대한 한 스푼’ 이란 책을 보았다.
음식에 대한 관심과 열정만큼이나 자칭 미식가 커플이신 제임스 솔터 님과 케이 솔터 란 부부가 공동저자로 1년 365일 속의 소중한 일상에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맛보며 그 음식 속의 유래나 에피소드, 맛있게 먹는 방법이나 레시피들, 그리고 역사 속 유명한 인물들의 애호음식, 역사적으로 인정받았던 요리사들의 이야기나 일화 뿐 아니라 솔터부부의 음식에 대한 추억과 흔적들을 마치 음식에 대한 일기처럼 담아내고 있다. 책속의 다양한 음식에 대해 군침을 돌게끔 맛있게 소개해 주는 이야기만큼이나 두 분의 이력 또한 대단하다. 남편 제임스 솔터 님은 펜 포크너의 문학상을 수상하신 분이며 아내 케이 솔터는 극작가 이자 누구나 잘 아는 ‘뉴욕 타임즈’ 에 음식과 와인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는 언론인이다. 그래서 인지 유독 와인에 대한 상식과 나라별 식사예절 등의 역사에 대해서 이렇게도 다양하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재미있고 유익하게 소개하고 있다.
1년 365일을 12달의 목차로 나눠 한 달 속의 하루하루를 다양한 음식에 대한 숨겨진 역사와 유래, 에피소드, 저자들의 추억, 그리고 음식과 관련한 사소한 부분하나까지 심지어 이쑤시개도 소개하며 세심하게 이야기해 준다. 이 중 인상적이었던 다섯 가지 부분이 가장 기억이 난다.
첫 번째는 최음제란 부분에서 아직 먹어보지 못해서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송로버섯과 굴의 소개가 참 의아했는데 송로버섯이 정력을 증진시켜 더 깊은 쾌락에 빠지게 한다는 부분과 여자들의 피부미용에 좋다고 들었던 ‘굴’ 이 하루 12개를 먹으면 필요한 요오드의 양을 충족시켜주며 또한 이 굴 속 요오드가 남성호르몬과 정자수를 늘려 준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여성편력이 심했던 카사노바와 나폴레옹이 왜 송로버섯에 의지했던지 이해가 되는 듯 했다.
두 번째는 이 책의 저자가 부엌에 홍수가 나서도 짊어지고 다니며 지금까지도 보고 있다고 하는 이르마롬 바우어가 쓴 ‘요리의 기쁨’ 이란 요리책이 좋은 요리책으로 꼽고 있는데 이 부분을 보며 나도 ‘요리의 기쁨’ 이란 책이 보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세 번째는 자주 먹을 기회는 없었지만 어쩌다 우연히 먹게 된 파인애플과 와인, 껍질이 너무 무섭고 두꺼워 먹기가 힘들었는데 이 파인애플 또한 섭씨 7도 이하가 되면 당도가 떨어진다고 하니 냉장보관을 하면 안 된다는 것, 또한 아래쪽이 더 달아 통째로 썰 때는 세로로 자르는게 좋다고 하는 부분과 잘 숙성된 와인 일수록 앙금이 있다는 이런 상식들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듯했다. 보통 과일음료나 당도가 있는 음료는 차게 해서 먹으면 더욱 단맛이 잘 느껴진다고 하는데 파인애플은 이와 반대라고 하며 와인 또한 앙금이 있으면 품질이 좋지 못한 제품인줄 알았는데 또한 반대임을 배우게 되었다.
네 번째는 이쑤시개의 유래와 변천사를 알려주는 부분에서 유명한 헤밍웨이에게 문학적 영향을 끼쳤다는 ‘셔우드 앤더슨’ 이란 작가가 칵테일파티 도중 이쑤시개를 삼켜 65세의 나이에 복막염으로 사망했다는 소개와 이런 사소한 음식의 도구가 옛날에는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대변했다고 하니 손님상 과일에 편하다고 무심코 꽂아 내놓던 이쑤시개 사용을 이젠 그만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번째는 결혼한 커플이 깨어있는 동안 침대보다 식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이나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일종의 음식궁합을 보기위해 1년간 식탁에서도 통과의례를 치렀다는 고대 이집트에 ‘시식년’ 이 있었던 만큼이나 음식은 우리의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삶의 부분이란 사실을 느꼈다. 

책의 중간 중간에 와인이나 치즈상식 등과 같은 음식상식들도 요약해 주고 있어 참 유익한 듯 했고 또한 다양한 레시피들도 소개하고 있지만 기존의 요리책들 보다 상세한 사진설명이 부족한 듯해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요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저자의 의도만큼은 다양한 음식의 유래와 에피소드, 상식 등을 알게 된다면 빗나감 없이 요리의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젠 어떤 음식 한가지를 먹더라도 그 음식에 대한 나만의 소중한 거리를 기억할 수 있겠단 생각과 함께 이만 글을 맺을 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