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책 제목이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일까?

그리고 책 표지는 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일까?

외양에서 느껴지는 묘한분위기로인해 고전로맨스소설 혹은 제목만으로 그냥 모리스 라벨을 담아낸 책인가 의아해하기도했다.

그리고 소개글을 읽는 찰나에 나를 사로잡는 문구들...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다.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수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가는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수 없기 때문이지.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않았어.
  대신 완전해질수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


정말 그럴까 의아해하면서도 공감되는 말들...

그리고 서서히 읽어내려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는내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좀 난해한듯하면서도 그, 그녀의 심리와 요한의 묘한 분위기로 어떻게 종결될지 알고싶었다.
퇴근 후에 펼쳐들고 본거라서 새벽이 밝아오도록 읽었지만 읽는내내 지루함보다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게 단지, 외모만이 아니구나.
예전에 어머니가 말씀하던
사람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향기가 있다고했는데...

그말이 이제야 조금 이해가되는듯한 심정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조건, 외모, 학벌을 경쟁하다시피 모두들 대단한 스펙을 가지고 또 거기에 맞는 사람과 결혼하길 바란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현실과 좀 괴리된듯하지만,

그래서 이 책이 더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는듯하다.
잃어버린 진실을 직면하게 해줘서 일까?

그리고 현실에 이런 그가 존재한다면 네오 아담이라고 불러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대 공감한다.

정말 이런 남자가 그가 있을까?
한번도 이런 남자를 대면한적이 없어서 그녀가 참 부럽다.

' 사랑은 단파 라디오와 같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모든 연애의 90%는 이해가 아닌 오해에서 시작되고
  사랑을 이룬 이들은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애한 사람들이며,
  갈수록 마음은 젖어갔지만 어쩐지 그것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다 라고 말하는...
  정확하지않은 기억속에서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것은 오직 하나,
  지금의 그, 스무살의 그도, 그녀를 사랑하고, 사랑했었다. 그것이 나의 전부다. '


참 그녀가 부러웠다.
이런 말을 해주는 그가 있다는 존재한다는 사실이

부끄럽지만 부러워해야만 하는 현실적 모든 요인들 속에서 사랑이라는 뜨거운 전류로 에디슨의 전구처럼 불을 밝혀준다는게...

정말 사랑하게 되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 얼굴에선 빛이 난다.

나도 경험했던 일이라서 여기엔 일언반구의 토를 달 생각이 전혀없다.

사람은 역시 사랑하면서 살아야하는거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며 서로의 빛이 되는 존재...그게 사랑이다.

'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시하는 거야.
  불을 밝혔을때의 서로를 ....또 서로를 밝히는 것이 서로서로임을 모르기때문이지...'



- 그녀의 이야기 -

' 자신보다 자신의 그림자가 더 아름다운 여자는...
  그림자로서 세상을 살아야해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나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여자에요. '

- 그의 이야기 -

' 결국 같이 아파하면 되는게 아닌가 싶어도 정말이지 나 자신은 그렇게 아프지가 않거든요.
  다른 사람의 시선따위..
  남에게 보이기 위해 서로를 좋아하는건 아니잖아요. '

- 요한의 이야기 -

' 외모는 돈 보다 더 절대적이야.
  인간에게, 또 인간이 만든 이 보잘것없는 세계에서 말이야.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는 그 만큼 커, 왠지 알아?
  아름다움이 그만큼 대단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만큼 보잘것 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거야.
  보잘것 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위해, 보여지기위해 세상을 사는거라구.
  결국 열등감이란 가지지못했거나 존재감이 없는 인간들의 몫이야.
  알아? 추녀를 부끄러워하고 공격하는건 대부분 추남들이야.
  실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견딜수 없기 때문인거지.
  안 그래도 다들 시시하게 보는데 자신이 더욱 시시해진다 생각을 하는거라구.
  실은 그 누구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데 말이야. ' '

이 책을 통해 내 개인적 생각보다는 저자의 살아숨쉬는 글을 통해 직접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속 내용을 많이 담아봤다.

이 책은 참 생각을 많이 하게하면서 나를, 현실을, 그리고 스펙이라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 존재감 등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외모지상주의, 돈이면 다 된다는 현실 앞에서 진정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남에게 보여지기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할것같다.

박민규님의 첫 작품을 접해본 나로서는 참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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