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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몰입 - 가우스 평전
후베르트 마니아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가우스.
고등학교 때 참 희한하게 생긴 함수를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다.
가우스 기호라고 하면 실수 x 에 대하여 x보다 크지 않은 최대의 정수를 [x]로 나타내는 것인데, 예를 들면 [2.54]=2를 의미한다. 이것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계단식 형태의 그래프가 나타나서 기억에 남긴 하는데 수학문제는 이걸 꼬아서 가우스 로그함수를 만들어내는 기이함을 보여주었다. 이런걸 뭐하러 만들어 내나 싶고, 후손들을 골탕 먹이려고 이런 기호와 함수를 만들어 냈나 싶었다. 하지만 가우스의 삶을 접하고 난 이후론 숙연해지고 말았다.
그가 학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그리 평탄하게 시작되지 않았다. 미장과 소시지가공(도축포함)을 하는 아버지 아래서 가업을 물려받아야하는 상황이었고 그 당시 자녀들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집안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백수와 마찬가지 취급을 받았다. 그러한 환경이었지만 오히려 아버지가 일꾼들에게 월급 정산하는 상황을 보면서 뛰어난 암산능력과 계산능력을 키우게 된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화 중에 가우스가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1에서 100까지 합을 금방 계산했다는 천재적인 능력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건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가 어릴 적 접해왔던 상인들의 기본 계산법과 관련된 책을 통해 이미 내공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끈기로 이루어낸 성과가 아닐까 한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기에 골몰히 생각하면서 지식탐구에 더 꼼꼼히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임의의 직선 위에 없는 한 점을 지나 그 직선과 평행한 직선은 오직 하나만 그을 수 있다'는 기하학적 공리에서 가우스는 그러한 평행선을 몇 개나 그을 수 있다는 공리에서 출발하여도 모순이 없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만들어 짐을 보였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그는 수학적 연구를 계속 하였고 때론 자신이 먼저 발견한 연구임에도 다른 사람이 먼저 발표를 하여도 개의치 않았다. 연구하는 그 자체, 지식발견을 하면서 느끼는 희열에 의미를 둔 것 같았다. 자신이 발견한 성과에 대해서 엄청나게 홍보를 하고 지적 재산권을 주장하는 현대와는 사뭇 다르다. 진정한 연구자의 자세를 그에게서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다. 가우스 하면 '수학자'라는 단면적인 타이틀을 지닌 인물이라 여겼지만 그는 물리학, 천문학, 측지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행성 세레스의 궤도를 기존에 있던 방법들 보다 훨씬 정확하게 예측하였고, 전자기학 발전에 공헌이 큰 탓에 지금도 자기유도의 단위인 G(가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수고는 대하역사 드라마를 만들어도 벅찬 것임에 틀림이 없지만 개인적인 가정생활은 그리 행복하지는 못한 것이 안타깝다. 첫 번째 부인의 죽음과 여러 자식들의 죽음, 불화 등은 오히려 가정에 쏟을 힘조차 연구에 몰입한 것이 아니었나 싶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개인적인 삶 중에서 다른 쪽으로 시각을 돌려보면 그는 주변에 도움을 주는 친구들과 경제적, 정신적 지지를 해주는 이가 참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면에서 보면 시대를 잘 타고난 것이 아닌가 싶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수학자의 삶, 평전을 접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인지 제목도 낯설고 방대한 두께의 책도 부담되었는데, 책을 덮고 나면 그의 열정적인 삶에 대한 적절한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역사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없어 그의 일생에서 등장하는 프랑스 혁명과 산업화 등으로 인한 나라의 변화가 내 머리를 어지럽히긴 했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책 한 권으로 표현하는 것은 대장정이 아닐까 싶다. 뒤늦게 발견된 일기로 인해서 그의 삶을 과거의 다른 책들과 달리 재조명 할 수 있었던 점이 너무 좋았다. 가우스의 할아버지 덕분에 '고스'(거위, 비슷한 단어로는 하수구, 입)에서 '가우스로' 바뀐 이름이지만 그의 세부적인 생활과 열정을 알게 되어 내겐 더욱 친근한 이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