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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평점 :
소설가 은희경의 첫 번째 산문집을 읽었다.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면서 또는 일상에서 느끼는 단상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은 유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작품들과는 별개로 사생활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동안 어쩐지 은희경님과 가깝고 친근해진 느낌을 가지게 한다.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를 연재하는 동안 짬짬이 적어둔 메모들은 우리의 일상 속 다양한 경험과 느낌들을 하나씩 펼쳐놓는다. 소설을 통해 만나던 작가 은희경과는 달리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고 발랄한 문체로 쓰여진 개인적인 글들이 작가 은희경을 더 많이 알게 해 주는 듯하다. 이 산문집 속의 글을 쓰는 기간이 작가 인생에서 고독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무겁지 않은 글들이지만 그 속에는 진솔함과 진지함이 묻어나 독자의 마음에 따듯함을 전해준다.
연희동, 작업실, 원주, 그리고 시애틀에서 원고를 써가는 동안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장편소설을 완성해가며 주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작품을 써내려 갔는지 작가의 사적인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에세이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은희경 작가의 소설 중에서 발췌한 문구들과 명언들이 글의 중간 중간 담겨 있는데,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마음에 드는 문구가 꽤나 많아서 예전에 읽었던 소설들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고 싶어졌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다수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어떤 사람들이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중에서 (P.35)
'내가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그게 관계를 가볍게 만들어주거든. 누구나 짐을 지는 건 싫어하니까. 연우야 이거 중요한 충고야. 약간 멀리 있는 존재라야 매력적인 거야. 뜨겁게 얽히면 터져. 알았지?'
- <소년을 위로해줘>중에서 (P.22 )
‘사랑이란,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어떤 것을, 그것을 원치 않는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다.’
- 자크 라캉 (P.138)
이 책이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써내려간 글이라고 서문에서 밝혔듯 읽는 이의 입장에서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감상을 할 수 있는 ‘생각의 일요일들’이었다.
은희경 작가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고 싶을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