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케이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이우혁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해본다.
 93년 하이텔에 연재되어 850만부 이상이 팔리며 밀리언셀러로 기록되었다는 이우혁의 <퇴마록>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것은 판타지소설을 즐겨하지 않는 나의 독서 편향 때문이다.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다양한 책을 읽어보려는 노력이 그의 신작 <바이퍼케이션>을 만나게 했다.

 3권으로 이루어진 <바이퍼케이션>은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로 굉장히 호흡이 빠른 장편소설로, 한 편의 블록버스터 공포물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앞으로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소설의 도입부터 등장하는 살인의 묘사가 너무 잔인해서 작가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하는 궁금증과 긴장감으로 책장을 넘겼다.
 미국의 평화로운 소도시에서 발생한 의문의 잔혹한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형사와 천재 프로파일러들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데 범인을 쫒는 과정이 반전의 반전을 더하고 있어 예측 불허인 작가의 상상력이 참으로 놀라웠다.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인간 내면의 문제점을 꼬집어 내고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범죄 심리학과 철학이 어우러진데다가 신화 이야기까지 가미되어 있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논리적 구성이 돋보인다.

 10년 이상 준비되어 완성된 소설이라고 하니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작가의 열정이 녹아있을지 짐작이 된다. 흠 잡을 데 없는 탄탄한 구성과 등장인물의 치밀한 심리묘사, 의외의 반전은 긴장감을 가지고 스토리에 빠져들게 한다. 미스테리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들의 기호를 충분히 만족시켜줄만 한 흥미진진한 작품인 듯하다.
 추리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예상을 초월하는 공포스런 분위기와 거듭된 반전은 낯설지만 새로운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바이퍼케이션이란 수학용어로 불확실한 결과를 뜻하며,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개념을 상징한다고 한다.
 인간이란 본래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 보게 하는 철학적인 물음표를 던지는 소설이다. 
 


  ‘심리학적인 인간은 그 자신이나 자기의 세계에 대하여 환상을 가지지 않는 인간이다.  

  그는 실천적인 경험의 통찰에 의해서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개성을 이기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 프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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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동안에도, 잠시 책을 덮어 두는 때에도,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소녀를 계속 떠올렸다. 한참동안이나 마음이 울적하게 가라앉는다.
 난 그런 세상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소녀가 느끼는 고통이 고스라니 나에게 와 닿아서 함께 울고 싶어질 만큼 이 소설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이 그토록 많은 호평 속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가슴 절절한 언어들이 낯선 소녀의 세상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힘을 가진 소설. 이 책을 읽고 내 마음의 키도 한 뼘쯤 더 자라지 않았을까 싶다.

 이름 없는 소녀가 만나는 세상은 온통 가짜 투성이다. 그런 세상에서 진짜 엄마를 찾아 나선 소녀는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어 주는 이들(장미언니, 태백식당 할머니, 폐가의 남자, 각설이패, 유미와 나리)을 만나지만, 그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오래가지 못하고 끝나고 만다.
 반복되는 안타까운 상황들은 다시 그리고 또 다시 소녀를 혼자이게 했지만, 모두 소녀를 떠나보내는 것을 가슴 아파했다는 걸 소녀는 알까?

 ‘나는 반짝이는 별들 중 가장 밝은 별 하나를 오랫동안 쳐다봤다. 그것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서 여러 가지 이름을 생각해봤지만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었다. 그냥 별이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바꿔 먹었다. 저 별은 그냥 별로 두고, 다른 별에게 모조리 이름을 붙여주기로. 그럼 저 별만 특별해질 거다...’ (194~195P)

 이년, 저년, 언나, 간나처럼 남들에게 함부로 이름 불려 지기 싫다며, 부르기 힘든 ‘드드덕’이란 이름을 갖고 싶어 하던 너.. 너는 이름이 없이 아무렇게나 불려졌어도, 이름을 가진 가짜들과는 다른 진짜였다고 말해주고 싶다.

 엄마 뱃속에서 평화로 불리워지던 그 때로 늘 돌아가고 싶어 했던 너는 지금쯤 별이 되었을까? 어두운 밤하늘 수 많은 별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별.
너는 세상 밖으로 두 번 다시 눈을 돌리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혹시 네가 마음이 바뀌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그때는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모두가 진짜인 세상을 만나게 되길.

 ‘...... 그 안에서 짐작했던 최고의 행복은, 당신이 나를 안고 내 눈을 보며 내 이름을 불러 주는 그 순간.’ (296p)

 누군가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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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여행>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집보다 여행.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책의 제목만 보고서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여행이라는 이야깃거리는 언제 들어도 생생하고 흥미진진해서 호기심을 갖고 귀 기울이게 한다. 내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세상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느껴 보는 것도 특별한 맛이고, 나중에 진짜 그 곳을 여행하게 될 때는 더 큰 감동과 함께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여행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로 엮어진 <집보다 여행>은.. 내가 생각했던 기행문 형식의 수필집은 아니고, 여행의 의미나 가치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발로  떠나는 여행을 포함해서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의 의미까지 다양한 글감을 두루두루 다루고 있어, 처음부터 쭉 읽어 내려가기 보단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지는 대로 한 편씩 가볍게 읽어 보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주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나 여행의 값어치를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인 글들이 대부분인데, 작가의 주관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다가 여행의 좋은 점을 독자에게 자꾸만 주입시키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여운을 담은 여백보다는 뭔가 빡빡한 느낌이 든다.
 책을 다 읽은 후엔 당장 집을 떠나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는 것도 책에 대해 가졌던 기대감에 못 미치는 아쉬운 부분...
 하지만,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나 자신을 돌아보는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에너지를 갖게 한다. 어딘가로의 여행을 앞두고 있는 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고 좀 더 뜻 깊은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여행은 어떤 목적이나 가치를 떠나 그저 새롭게 만난 곳에서 편히 쉬는 휴식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 당신은 직접 갔다 와야 직성이 풀리는 진정한 여행자군요. 그러면 다녀오세요. 직접 체험하고 깨우치세요. 하지만 그 곳에 너무 오래 계시지는 마세요. 그곳 말고도 빠져들 만한 가치가 있는 세계가 훨씬 많으니까요."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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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름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Asia 제17호 - Summer, 2010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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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계인과 함께 읽는 아시아 문예 계간지’ <아시아>를 새롭게 만나 보았다.

 이번 여름에 간행된 제17호는 팔레스타인의 에세이, 단편소설, 시, 좌담, 민담 등을 장르별로 다양하게 싣고 있다. 오랫동안 정치적, 종교적으로 분쟁과 갈등이 있는 곳이어서, 그 사람들의 아픔과 눈물이 문학에 어떻게 녹아 있을지 궁금했고 그런 호기심을 가지고 글들을 읽어보았다.
 권두에세이에서 소개된 이스라엘 곳곳에서 테러에 대비해 너무나 철저하게 검문검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문학 직품들은 모두 땅을 빼앗기고 저항하는 이들의 상실감과 슬픔이 그대로 묻어난다.
 나에겐 생소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100% 공감하긴 어려운 작품도 있었지만, ‘팔레스타인 문학을 빛낸 별들’에 관한 좌담을 읽어보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 <아시아>를 읽는다면 위로받고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진정한 문학의 힘이겠지.

 오늘 아침엔 이스라엘 여군이 검문소에서 억류중인 팔레스타인 남성을 조롱하는 사진이 공개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이런 일들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되지 않을지 걱정스런 맘이 들었다. 

 세계인들과 함께 보는 계간지여서 각 글에 대한 영문번역본이 함께 실려 있는데, 영문번역본을 먼저 훑어본 후에 우리말로 된 글들을 찬찬히 읽어 볼 수도 있어 더불어 영어실력도 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몽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우리나라 등 여러 아시아권 문학들을 테마별로 간행해 온 <아시아>를 꾸준히 구독하면 아시아권 동양문학에 대한 좋은 자료를 소장하게 된다는 가치도 있을 것 같다.

 책표지에, ‘계간 <아시아>는 서로 다른 창조적 상상력이 모여 이루어내는 정신의 숲입니다. 단순히 공간으로서의 특정지역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미학적인 지역자치제를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보자는 것입니다.’ 라고 적혀있다.
 문학은 지역이나 처해진 상황에 따라 분류되는 것이 아닌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마음의 감동을 나누는 데 의의가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설명인 듯하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 <아시아>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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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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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어보니, 세상에서 가장 두렵고 경계할 일이 아이가 상처받는 일이 아닐까 싶다. 요새 여러 매스컴을 통해서 아동관련 범죄 뉴스를 접할 때 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 너무나 무섭게 여겨져 마음이 무거워진다.

 <침묵의 무게>는 어른들에 의해 상처받은 아이들이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그 제목만큼이나 마음의 무게를 안고 책장을 넘기게 한다.
 주인공 칼리는 부모가 서로 다투다가 사산된 여동생 파피가 죽은 것이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죄책감으로 말을 잃어 버리고 침묵한다. ‘너 때문에 셋째가 죽었다’고 얘기하는 아빠의 말은 가장 예리한 흉기가 되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게 되고 선택적 함묵증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 것이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목소리를 잃어버린 칼리의 침묵은 무겁기만 하다.
 그 때 칼리의 나이는 겨우 네 살이었다. 놀란 칼리를 가족들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다독여 주었다면 아이는 괜찮았을텐데... 어른들의 잘못이 너무나 크다.
 칼리와 마음을 나누는 가장 친한 친구 페트라 역시 주변의 가까운 이(대학교수인 페트라 아버지의 제자)에 의해 아동 성범죄에 노출이 되어 실종된다. 어른들은 잃어버린 딸을 찾아 나서며 그제서야 아이에게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깨닫게 되고 반성하지만, 이미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뒤였으니 너무 늦어버린 일이다.
 소설은 각 등장인물의 심리적 묘사와 행동을 세세히 전개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몰입이 잘되고 흥미롭게 읽혀진다. 그리고 어느날 새벽에 사라진 두 아이에 대한 사건을 추적하며 드러나는 어두운 가족사의 비밀은 책의 결말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준다. 

    ‘...나는 윌로우 크릭 숲을 날아다니는 잠자리의 몸처럼 우아한 손잡이가 달린 길쭉한 모양의 파랗고  비싸보이는 향수병 안에 담긴 달콤한 향수를 생각하곤 한다. 바로 그 향수가 내 목소리이다. 내 목소리는 그 병에서 빠져나올 적절한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지, 실제로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445P)
   “그래 맞다, 칼리.... 맞아, 네 말이 맞아. 네 목소리는 내내 네 안에 있었던 거란다.” (457P)

 칼리가 말을 잃어버린 것도 다시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역시 가족과 함께였기 때문이었다. 가족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는 이야기이다. <침묵의 무게>는 어떤 육아지침서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강한 소설인 것 같다.

  ‘가족의 의미와 책임을 일깨워주는 최고의 소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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