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후반, 그러니까 2018년부터 중국에 갈 때마다, 하나씩 사진을 찍는 범위가 늘어났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점차 많은 국가들에서는 방문자들의 얼굴, 홍채 뿐 아니라 손가락 지문, 한 손가락이 아니라 네 손가락, 여덟 손가락까지 찍는 것 같습니다.

편리함과 동시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교환의 대상이긴 합니다만,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까요? 특히나, 정부에서 각종 알림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혹은 카카오톡을 활용하더라도, 카카오에서 해당 정보를 절대로 활용할 수 없도록 해야할 것 같습니다.

팬데믹은 중국 사람들에게 무척 충격적인 경험인 것 같습니다. 상하이 봉쇄를 계기로 많은 지식인들이 중국 정부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고, 중국을 더 많이 떠나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 가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서도, 점점 강해지는 ‘디지털 레닌주의‘가 중국 여행을 주저하게 합니다.

국가와 사회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볼 때, 시진핑 시대 통치 정통성의 핵심은 풍요(부), 편리함(효율), 위대함(자존심)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요약된다.

(...)

세 가지 기둥 중, 덩샤오핑 시대에 비해 ‘풍요로움’이 제공하는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만큼, 이를 나머지 ‘편리함’과 ‘위대함’으로 보완해야 하는 구조다. 곧 살펴보겠지만, ‘편리함’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0년대 내내, 성장둔화 시기에 접어든 체제의 정통성을 떠받치는 유력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위대함’과 관련해서는, 중국 국민들의 일반적 인식 속에 중국은 이미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2위의 강대국이며, 바야흐로 미중 양강(G2)시대에 진입했다는 자부심이 확고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8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국의 향후 발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경제•군사•과학 기술 등 전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중국 국민이 다수를 차지했다.

한편 국가의 시각에서 보면, 사회•경제적 생활의 편의성 향상은 개인 차원의 행동과 정보를 통제하려는 당국의 의도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를 이룬다. 관과 민간 각 조직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개인 정보가 치안 유지와 사회 관리에 활용됨으로써, 지배 체제의 통제역량을 날로 강화하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 중국에는 세바스찬 하일만(Sebastian Heilmann, 독일의 정치학자이자 현대 중국 연구의 권위자)이 주창한 ‘디지털 레닌주의’의 특징을 띤 권위주의적 지배 체제가 확립되었다. 즉, 수많은 감시 카메라와 고도화된 생체 인증 시스템, 각종 정보 단말기를 통한 개인 정보 수집,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차원의 행동 이력 파악 등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해 사회 관리 체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일찍이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은 21세기의 새로운 권위주의 유형으로서, 고도화된 정보 통제와 통신 기술을 갖춘 테크로크라시적 전자 독재(electronic dictatorship)의 출현을 예견한 바 있는데, 이제 그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1)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포함한 ‘인권 보장’과 (2) ‘사회•경제적 근대화’ 사이의 관계가 중국 시민들의 정치 의식 속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로 2010년대에는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 무관한 것처럼 분리되어 인식되었으며, 대주의 다수는 (1)보다 (2)를 우선시했다. 그 결과, 사회•경제 생활의 편의성 및 효율성 추구와 지배 체제의 억압 능력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이라 불리는 가혹한 방역 조치를 경험한 것을 계기로 (1)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거나, (2)에 대해 가졌던 기존의 낙관적인 태도를 수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 책은 2024년 10월까지 집필, 2025년 1월에 일본에서 출간됐습니다.

올해 1월에 있었던 장유샤의 실각이 갖는 의미까지 볼 수 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책이 번역, 출간되어 좋지만, 앞으로는 보다 더 일찍 이런 좋은 자료들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듭니다.

조각조각 볼 수 밖에 없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퀼트하듯, 모자이크 하듯, 조금씩 가지고 있는 조각들을 붙여가다보면, 실체가 보일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 책의 예상 독자는 필자와 같은 중국 정치 연구자는 물론, 중국 정치와 외교, 중일 관계에 관심을 가진 정계•관계•언론계•재계의 실무가들이다. 나아가 다른 시대나 지역을 연구하는 정치학•역사학자, 대학생, 그리고 중국에 흥미를 가진 일반 독자까지 아우른다.

난이도 측면에서는 현대 중국의 정치외교사와 정치 제도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춘 사람이, 정치학이나 국제정치학 전공 학부 3학년 세미나 수업에서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집필했다. 또한 이 책의 분서고가 서술에 있어서 필자는 특히 (1) 실증성, (2) 역사성, (3) 체계성 / 명석성, (4) 서사성의 네 가지에 유의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드디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시진핑과 중국에 대해 기업들이 관심을 가진지 오래일 겁니다. 그럼에도 시진핑과 중국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을지 모릅니다. 국가에서 발표하는 통계에 대해, 중국 지식인들조차 의문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기대가 됐습니다. 일본에서는 2025년 1월에 출간됐는데, 2026년 1월에 5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역자 서문에서 이 책에 대한 의의를 소개하는데, 공감이 되면서 책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연구한 방대한 출처를 번역본에서는 싣지 않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자가 원치 않은 것인지, 혹은 종이값, 책값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저자의 논지 뿐 아니라, 참고문헌을 통해서도 독자들은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역자서문에서 참고문헌이 대단하다고 하고, 책에서는 확인할 수 없어서, 살짝 김빠진 느낌입니다. ㅎ

우리는 연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시진핑이라는 이름을 접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어떤 인물이며,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수많은 학자와 언론이 시진핑에 대해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겉핥기식 정보나, 루머만 무성했던 데에는 네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극심한 정보 통제와 내부 자료 접근의 한계, 수많은 참모가 개입된 연설문에서 시진핑 고유의 본심을 발라내기 어렵다는 점, 소문만 무성한 불투명한 중국 권력 정치의 특성, 그리고 우리와는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 체계를 가진 중국 정치를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번역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불가능에 가까운 장벽을 뚫어낸 기적 같은 결과물입니다. 이 책이 얼마나 집요하고 방대한 연구 위에 쓰였는지는 단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증명됩니다. 바로 인용한 출처의 목록만 나열해도 일본어 원서 652쪽 중 무려 5분의 1인 132쪽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인은 접근조차 힘든 당과 군의 은밀한 내부 자료들과 방대한 실증 데이터를 끝까지 추적하고 교차 검증한 결과입니다. 한국어판에서는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세세한 출처 표기는 생략했으나, 이 책의 모든 문장이 이토록 소름 돋는 장인정신의 산물임을 역자로서 보증합니다.

- 역자 서문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버저 비터:
농구에서,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와 함께 성공된 골. 버저가 울리는 순간 공이 슛하는 선수의 손을 떠나 있어야 유효한 슛으로 인정된다.

출처: 네이버 사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