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플리카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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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현이가 포스팅한 걸 보고 봐야겠다 (북플이 대신) 기억해놨다 마침 VPL에 있길래 빌려봤다. 현이의 추천은 대부분 좋지만 내 취향과 하나 큰 차이가 현이는 단편도 좋으면 좋다한다는 거다. 나는 단편은 읽지도 않고 읽기도 싫고 좋아도 그저 그렇고 나쁘면 더 싫다. 단편이 작품임을 인정 못한다. 시와는 다르다. 소설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어쨌든. 현이 추천만 믿고 들고 와서 보니 단편이었다.

여덟 작의 단편 중 대니와 쿤의 여행, 루카 세 작품 재밌게 읽었고 나머지는 산만하게 읽혔다. 일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몇 년 후 미래 속 사랑 이야기와 비현실적 상상 속 사랑 이야기였다. 즉 더욱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현실 밖 이야기에는 큰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딱히 문장이 좋았던 것도 아니라 발췌는 쿤의 여행에서 할머니가 한 한마디 뿐이다.

“고생은 하지마! 고생하는 거랑 크는 거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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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은 리뷰 안쓰시나요!
저는 팬입니다.

Cindy.K 2018-07-25 07:51   좋아요 0 | URL
어멋 핸드폰을 바꾸고 어플을 이제야 깔아서 한참 리뷰를 못 썼어요. 감사한 댓글이네요
 
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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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1900년대 중반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농담으로 인생이 바뀐 루드빅의 이야기. 정신교육을 이유로 군부대에서 단체생활을 할 때 만난 사랑 루치에와의 기억과 한참이 지난 후 일방적 재회한 순간, 믿고 있던 친구 제마넥이 공개적으로 루드빅을 적으로 몰아세운 기억과 일방적 복수의 순간. 줄거리를 요약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역사에 속한 한 인간의 길고 긴 미련과 하소연의 이야기이다.

정답이 정해진 사회에서 그 정답을 맹신하는 사람들 속에서 답을 아직 못찾은 열등생은 얼마나 외롭고 초라한가. 지금 우리는 어떤 것을 정답으로 정해놓은 세상에 살고 있으며 그 정답을 얼마간 유효할까. 정답과 함께하지 못하는자 농담도 하지 말지어다.

-발췌

슬픔이여 절대 내 이름과 연관되지 않을지어다- 푸칙

그리고, 천천히, 그 노래는, 마치 천둥 소리를 내는 거대한 번데기를 벗어나 나비가 날아 오르듯, 광장의 그 엄청난 소음을 뚫고 올라갔다.

나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인생의 라이프모티프가 다시 들려왔다, 멀리서 나의 젊음이 내게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로 내가 무너져가고 있었다.

나는 미소지을 때 조금 조심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곧 애 안에서 (시대 정신에 맞추어) 내가 되어야만 하고 되고 싶어하는 나의 모습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 사이에 미세한 균열이 벌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얼굴은 완벽하게 고요 했고 아무 동요도 없었다. 칠판 앞에 나와서 점수도 칭찬도 아무 상관 없다는 듯 그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겸손하게 발표하는데 만족하는 학생의 표정 같았다.

오 거짓된 말들의 난행, 나는 침묵을 믿는다
아름다움보다 강한, 모든 것보다 강한 침묵
오 소리 없이 서로 이해하는 이들의 축제

사랑이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결정적 계기들이 언제나 극적인 사건들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며, 처음에는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던 상황들이 그런 계기가 되는 수가 종종 있는 법이다.

진정한 종교는 한 시대를 일시적인 권력의 혜택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루어진 복수는 환상으로, 자신만의 종교로, 신화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그 신화는 날이 갈수록 신화의 원인이 되었던 주요 인물들로부터 점점 더 분리 되어 버린다. 그 인물들은 사실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닌데, 복수의 신화 속에서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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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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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1900년대 중반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농담으로 인생이 바뀐 루드빅의 이야기. 정신교육을 이유로 군부대에서 단체생활을 할 때 만난 사랑 루치에와의 기억과 한참이 지난 후 일방적 재회한 순간, 믿고 있던 친구 제마넥이 공개적으로 루드빅을 적으로 몰아세운 기억과 일방적 복수의 순간. 줄거리를 요약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역사에 속한 한 인간의 길고 긴 미련과 하소연의 이야기이다.

정답이 정해진 사회에서 그 정답을 맹신하는 사람들 속에서 답을 아직 못찾은 열등생은 얼마나 외롭고 초라한가. 지금 우리는 어떤 것을 정답으로 정해놓은 세상에 살고 있으며 그 정답을 얼마간 유효할까. 정답과 함께하지 못하는자 농담도 하지 말지어다.

-발췌

슬픔이여 절대 내 이름과 연관되지 않을지어다- 푸칙

그리고, 천천히, 그 노래는, 마치 천둥 소리를 내는 거대한 번데기를 벗어나 나비가 날아 오르듯, 광장의 그 엄청난 소음을 뚫고 올라갔다.

나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인생의 라이프모티프가 다시 들려왔다, 멀리서 나의 젊음이 내게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로 내가 무너져가고 있었다.

나는 미소지을 때 조금 조심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곧 애 안에서 (시대 정신에 맞추어) 내가 되어야만 하고 되고 싶어하는 나의 모습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 사이에 미세한 균열이 벌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얼굴은 완벽하게 고요 했고 아무 동요도 없었다. 칠판 앞에 나와서 점수도 칭찬도 아무 상관 없다는 듯 그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겸손하게 발표하는데 만족하는 학생의 표정 같았다.

오 거짓된 말들의 난행, 나는 침묵을 믿는다
아름다움보다 강한, 모든 것보다 강한 침묵
오 소리 없이 서로 이해하는 이들의 축제

사랑이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결정적 계기들이 언제나 극적인 사건들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며, 처음에는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던 상황들이 그런 계기가 되는 수가 종종 있는 법이다.

진정한 종교는 한 시대를 일시적인 권력의 혜택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루어진 복수는 환상으로, 자신만의 종교로, 신화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그 신화는 날이 갈수록 신화의 원인이 되었던 주요 인물들로부터 점점 더 분리 되어 버린다. 그 인물들은 사실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닌데, 복수의 신화 속에서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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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자기만의 방 - 문예 세계문학선 090 문예 세계문학선 9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윤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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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만 파고 있었는데 우연히 에세이가 얻어걸렸다. 읽기 전까진 자기만의 방을 소설로 알고 있었다. 짧고 힘 있는 대화체의 에세이를 읽고 나니 인상깊은 테드 연설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버지니아 울프가 소설가로서 의심할 바 없이 성공을 한 후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과 문학을 주제로 한 몇 차례의 강연들을 정리하여 발간한 책이라고 한다.

내 성향상 어투와 감성이 다소 오글오글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그것만 극복해내면 남녀 불평등이 여성 문학에 끼친 영향에 대한 차분한 추적과 그 나름의 논거 그리고 한 유명 소설가의 문학 창작에 대한 철학을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어 페미니즘 문학의 입문으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페미니즘이 몇 해 전부터 한참 핫한데 그것이 여성우월주의 혹은 남성혐오로 오해 받고 때로는 변질되는 것이 지켜보기 안타깝고 답답할 때가 많다. 두 개의 성이 같은 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의식 개선을 하자는 단순 명료한 목표에 이해 단계부터 난잡하고 혼란하게 되는 걸 보며 얼마나 깊이 뒤틀려있던 건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때로는 아니 지금까지도 여성성을 무기로 나 좋은 것을 취해온 입장으로 감히 페미니스트 흉내를 낼 자격도 없는 나이지만, 옳은 페미니즘이 매너로 널리 인식되어가고 나쁜 페미니스트가 언론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말 한마디 ‘전’처럼 했다가 몰매 맞는 상황이 갖춰진 요즘이 흥미롭고 흥분된다. 나쁜 것은 교육되고 옳은 것은 안착될 것이니 이 모든 혼란이 고맙기만 하다. 응원한다 모든 옳고 그른 페미니스트들.

나부터 좀 바뀌어야할텐데 왜 이렇게 편하게만 살고 싶을까.

발췌

국물이 얼마나 맑은지 그릇 바닥에 있는 무늬가 다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무늬가 보이지 않았어요. 원래 아무런 무늬도 없는 그릇이었거든요.

진리는 제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 나갔어요. 한방울도 남김 없이 말이에요.

그들이 받은 교육은 어떤 측면에서는 제가 받은 교육 만큼이나 그릇된 것이었지요.

저는 문을 열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든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천재성을 타고난 키츠와 플로베르 같은 남성들은 세상의 무관심이 매우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 했지만, 여성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닌 적의에 맞서야 했어요.

‘ 여자가 작곡을 하는 건 개가 뒷 발로 걸어 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는 합니다.’

우리에 기억에서 잊힌 옛 시인들이 앞서 길을 닦고 자연 상태인 언어의 야만성을 길들이지 않았다면 초서도 없었을지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걸작은 외딴 곳에서 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 전체가 공유한 생각의 결과물이며, 그 하나의 목소리 속에는 집단의 경험이 녹아 있으니까요.
-하이라이트 쳐놓은 문장을 아이폰 음성인식 기능으로 블로그에 옮겨 쓰느라 위 문장을 소리내 읽는데 읽다 울컥했다. 우리의 모든 것이 과거의 누군가들과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을 하면 언제나 묘한 전율이 흐른다.

존재하는 떨림, 즉 분노에 주목하면 그녀가 자신의 재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을 겁니다. 그녀의 책들은 비틀거리고 변형되고 말 거예요. 차분하게 써야 할 때 분노에 사로잡혀 쓸 거예요. 슬기롭게 써야 할 때 어리석게 쓰고 말 거예요. 작중 인물에 대해서 써야 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해 쓸 거예요.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모든 구절과 장면 하나 하나를 빛을 비추어가며 꼼꼼히 들여다보는데, 이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그건 아마 대자연이 우리 안에 소설가의 성실과 불성실 구분할 수 있는 빛을 넣어두었기 때문일 거예요. 아니, 어쩌면 잠시 이성을 잃은 대자연이 위대한 예술가들만이 확인해 줄 수 있는 벽화를, 비범한 재능의 불빛을 비춰야 보이는 스케치를 우리 마음에 벽에 투명한 잉크로 그려놓았기 때문인 지도 몰라요. 누군가가 그 마음 속 벽화를 밖으로 드러내서 생명력을 부여하면, 다른 누군가는 환희에 사로잡혀 외치지요. 이건 내가 항상 느끼고, 알고, 바라던 바로 그것이잖아!
-재미있는 상상이다. 정말이지 진정성을 캐치하는 감각은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걸까?

“아이들을 전혀 원치 않는 다면 여성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 존랭던 데이비스 <여성사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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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잡아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솔 벨로우 지음, 양현미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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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대 뉴욕을 배경으로 윌헬름이라는 40대 무직 남성이 주인공이다. 잘난 외모로 스무살 때 호기롭게 대학을 관두고 헐리웃배우를 꿈꾸나 소득없이 꿈만 쫓다 청춘을 날려보내고 느즈막히 세일즈맨이 되나 그것도 이른 나이에 관두게 된 독한말로 루저의 이야기.

약간 조심스럽지만 계속 독한 말로 주인공을 평가하게 될 것 같다. 불편하게 들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독한 현대 사회 속 소외된 인간. 흔한 배경과 익숙한 소재이지만 주인공의 감정 하나에만 집중된 덕에 이런 소설 이런 이야기보단 이런 인간을 알게되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굉장히 있을법한 상황과 인물이라 내 가까이에 그리 흔치 않아 잘 몰랐던 ‘루저’의 사고과정은 저렇구나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사고를 보면 “루저 속성 코스 - 스텝1. 마음가짐” 편을 보는 것만 같다. 허황된 꿈, 현실 부정, 느린 포기, 허튼 자존심, 얇은 귀, 남 탓.

루저와 관계될 경우 나의 경우는 윌헬름(혹은 작가)가 비난하고 원망하는 윌헬름의 아버지와 비슷할 것 같다. 어떤 투정에도 “음? 누가 그러래? 사실 네가 자초한 것 아냐?”하는. 실제로 그렇다. 계속 안되는 애들은 왜 안되는지 보인다. 문제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 불가하고 감정적이고 부정적이면서 그 와중에 노력은 안한다.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인 존재들.

어쩌면 내가 겨우 30대라 나를 포함한 주변인들이 겪는 실패가 그래봐야 목표보다 낮은 학교, 늦은 취업, 만족스럽지 못한 직장 정도라 “노력과 별개의” 실패를 겪지 않고 보지 못해 하는 어린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소설의 의도도 소외된 자에 대한 관심일텐데 유난히 삐딱히 읽어댔다. 그냥 나의 사람 가림이 날을 세운지도 모르겠다. 아! 의외로 주인공은 전혀 비호감이 아니다. 그저 스스로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패턴이 불편할 뿐이닼

소설은 매우 잘 읽히고 집중력 있게 전개된다. 내가 캐릭터를 비난하는데 너무 초점을 맞췄던 것 같은데 나오는 대사들이 상당히 철학적이다. 호불호 없이 읽힐 것 같아 추천하오니 나의 친구 나의 이웃들 읽어보고 감상을 알려주세요.

-발췌

진짜 세일즈맨은 바로 아버지라고. 그는 나를 팔고 있다.

로스엔젤레스는 전국의 모든 느슨한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마치 미 대륙이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나사가 간단히 조여져 있지 않은 것들은 전부 다 캘리포니아 남부로 쏟아져 내려 온 것처럼 말이다.

윌헬름은 자신의 고통을 덜어 보려고 말을 시작했다가, 오히려 동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심문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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