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잡아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솔 벨로우 지음, 양현미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950년 대 뉴욕을 배경으로 윌헬름이라는 40대 무직 남성이 주인공이다. 잘난 외모로 스무살 때 호기롭게 대학을 관두고 헐리웃배우를 꿈꾸나 소득없이 꿈만 쫓다 청춘을 날려보내고 느즈막히 세일즈맨이 되나 그것도 이른 나이에 관두게 된 독한말로 루저의 이야기.

약간 조심스럽지만 계속 독한 말로 주인공을 평가하게 될 것 같다. 불편하게 들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독한 현대 사회 속 소외된 인간. 흔한 배경과 익숙한 소재이지만 주인공의 감정 하나에만 집중된 덕에 이런 소설 이런 이야기보단 이런 인간을 알게되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굉장히 있을법한 상황과 인물이라 내 가까이에 그리 흔치 않아 잘 몰랐던 ‘루저’의 사고과정은 저렇구나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사고를 보면 “루저 속성 코스 - 스텝1. 마음가짐” 편을 보는 것만 같다. 허황된 꿈, 현실 부정, 느린 포기, 허튼 자존심, 얇은 귀, 남 탓.

루저와 관계될 경우 나의 경우는 윌헬름(혹은 작가)가 비난하고 원망하는 윌헬름의 아버지와 비슷할 것 같다. 어떤 투정에도 “음? 누가 그러래? 사실 네가 자초한 것 아냐?”하는. 실제로 그렇다. 계속 안되는 애들은 왜 안되는지 보인다. 문제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 불가하고 감정적이고 부정적이면서 그 와중에 노력은 안한다.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인 존재들.

어쩌면 내가 겨우 30대라 나를 포함한 주변인들이 겪는 실패가 그래봐야 목표보다 낮은 학교, 늦은 취업, 만족스럽지 못한 직장 정도라 “노력과 별개의” 실패를 겪지 않고 보지 못해 하는 어린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소설의 의도도 소외된 자에 대한 관심일텐데 유난히 삐딱히 읽어댔다. 그냥 나의 사람 가림이 날을 세운지도 모르겠다. 아! 의외로 주인공은 전혀 비호감이 아니다. 그저 스스로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패턴이 불편할 뿐이닼

소설은 매우 잘 읽히고 집중력 있게 전개된다. 내가 캐릭터를 비난하는데 너무 초점을 맞췄던 것 같은데 나오는 대사들이 상당히 철학적이다. 호불호 없이 읽힐 것 같아 추천하오니 나의 친구 나의 이웃들 읽어보고 감상을 알려주세요.

-발췌

진짜 세일즈맨은 바로 아버지라고. 그는 나를 팔고 있다.

로스엔젤레스는 전국의 모든 느슨한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마치 미 대륙이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나사가 간단히 조여져 있지 않은 것들은 전부 다 캘리포니아 남부로 쏟아져 내려 온 것처럼 말이다.

윌헬름은 자신의 고통을 덜어 보려고 말을 시작했다가, 오히려 동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심문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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