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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베스트셀러다 보니 서점에서 오다가다 볼 기회가 많았던 김애란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우선 책 표지에 대한 인상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내 스타일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닌데 이것은 확실히 아니야. 너무 여리여리하고 예쁜게 솜사탕 같은게... 현실을 모르고 철 없이 희망찬 사춘기 소녀의 것만 같아서. 책 표지에 대한 호감도는 읽기 전이나 후나 달라지는 경우가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신기하게 바뀌었다. 우선 내용이 철 없는 아이의 헛소리가 아니어서이고, 둘째론 싼티 안나는 손때가 타지 않는 코팅된 재질 때문.
얼마전 일기에 투정부렸듯이 정말 오랜만에 읽는 책이다. 연달아 세 권을 읽다 중도 포기했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흥미 자체도 굉장히 떨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새로운 회사 출퇴근 시간이 길다보니 시간때우기용 취미가 필요해졌다. 처음에 뭔 읽을까 고민하다 제일 어떤 내용인지 예상도 안가고 제일 호감이 안가는 책을 집었다. 시간을 써서 읽는 게 아니고 흘러가는 시간에 읽어보낼.. 무심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었다. 선물을 준 잎새와 이웃이지만 정말 이건 책에 대한 `첫인상`이니깐.
읽기 시작하고 나도 모르게 놀랐다. 속도가 무지 빨랐고 캐릭터는 눈에 선하게 떠올랐고 심지어 몇몇 부분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전철 안에서 난처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오며 가며 한시간씩 딱 이틀 출퇴근 시간에 책을 다 읽었다.
세살 때 조로증 진단을 받고는 그 후부터 `자라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늙어가는` 소년 아름이의 성장기. 그 아이가 바라보는 풍경, 사람, 단어, 인생을 보며 새삼스럽게 당연한 것에 대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된다. 건강에 신경쓰고 지키려고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자랑하고 허비하고 하대하고 싶다는 17살 소년의 꿈.
처음 읽을 땐 젊은 한국 여성 소설가의 책이라는 것에서 우선 약간 무시를 안고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앞부분을 읽고 전철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길에 내가 끄적인 아이폰 속 메모장을 보니 이런 생각이 쓰여있다. 그동안 없었던 이야기를 창조해 낸 소설 예로들면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하다못해 추리소설(더 그럴듯한 예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있음직한 스토리에 새 캐릭터, 새 배경으로 꾸미고 평소 자신의 그럴싸한 느낌과 생각을 주인공의 것인 양 쓴 소설. 결국 독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책이 좋은 책이겠지만, 그저 작가의 능력으로 보면 창조하는 작가가 훨씬 대단한 것 아닐까? 이 소설이 그랬다. 공감이 많이 갔고 내 생각같기도 네 생각같기고 한게 편하고 즐겁고 익숙했다. 그래서 무시했다.
그리고 중간 정도 읽었을 때부터 나는 소설에 완전히 몰입했다. 눈물이 나기 시작했고 분통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 권의 소설 안에 한 아이의 짧은 생 안에 많은 것이 들어있었고 내가 들어있고 네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잡아보고싶어졌다. 두근두근 내 인생 어리광, 투정은 그만하고 두근두근하게 일궈보자.
그리고 가슴에 확 꽂힌 부분이 있어서 사진으로 페이지를 찍어놨는데 알고보니 이 책의 하이라이트였던 부분 발췌
˝제가 뭘 해드리면 좋을까요? ˝
아버지가 멍뚱 나를 쳐다봤다. 그러곤 뭔가 고민하다 차분하게 답했다.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