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미니북)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톨스토이 단편선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장영재 옮김 / 더클래식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톨스토이의 풀네임이 레프 니콜라예비체 톨스토이인 건 처음 알았지만 `톨스토이`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그냥 누구나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름과 제목이지. 제목과 작가명 외 아무 것 아는 것 없이 더클래식 세일하길래 그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지는 알아야겠다 하고 사왔고 1년만에 얇은 책 찾다가 읽었다. 그리고 읽고나니 정말 신기하게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거구나를 알 것 같기도.

워낙 얇은 책 안에 워낙 짧은 소설들이 들어있는데 그 모든 이야기에 배울거리 투성이라 내가 지금 소설을 읽은건지 지침서를 읽은건지 헷갈릴 정도다. 딱 지침서 안에 가르침에 해당하는 사연으로 쓰일 이야기들이야. 톨스토이 좋다.

모든 이야기에 하나님 이야기 투성이었고 간간히 성경 구절도 보였지만 그건 종교, 절대자라기보단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양심, 동정, 사랑을 스스로 의식할 수 있게 하는 한 장치 정도로 해석했다. 거부감이 드는 종교와 신앙심 타령은 아니었어. 그냥 착하고 바르게 살며 나보다 못 가진 자를 돕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어른이 되어서야 더 와 닿는 소박한 진리를 담은 이야기들.

인생 별거 없다 돕고 도움 받고 사랑하고 품으며 하루하루 따뜻함 느끼며 살다 가는거지.

발췌

만일 사과 하나 때문에 저 아이를 때려야 한다면 죄를 많이 지은 우리는 대체 얼마나 큰 벌을 받아야 하겠습니까?

이 사실에 놀라지도, 슬프지도 않았고, 이는 오히려 그를 기쁘게 했다.
-아사르하돈 이야기에 계속 반복되는 문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과 흑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잡고 있었다. 자꾸 고전만 읽으니까 이 책 저 책 내용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 지루하다. 남편 몰래 정부를 둬 놓곤 세상 고고한 듯 구는 내용도 이 책 저 책에서 봤었고 신학교에 들어가 공부하는 내용도 이 책 저 책에서 봤고 그래서 뭐 적당히 재밌게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할 말이 없다.

아주 간략히 적과 흑1 내용을 간추리자면(나를 위해서다 2권 넘어가기 전에 내가 뭘 읽었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어) 프랑스 작은마을 무식한 목수의 아들 쥘리앵이 주인공이야. 그 마을의 시장이자 가장 부자인 레날씨네 집에서 라틴어에 능통한 쥘리앵을 아이들의 교사로 고용해. 거기서 지내면서 부에 대한 욕구를 갖게되고 본래 똘똘했던 덕에 본인 몸값도 이런저런 요령으로 뛰게 만들어. 마을에서 소문난 미남 라틴어선생이 된 것도 부족해 레날시장의 부인이랑 바람나. 레날 시장의 의심을 살 쯤에 또 이런저런 기지를 발휘해 신학교에 지원을 받으며 공부를 하게 돼. 신학교에 가보니 죄다 가난한 찌질이들이 우글우글 모여있어서 상대하기 싫어. 혼자 똘똘하고 혼자 우아해. 당연히 적이 많이 생기겠지만 그 와중에 쥘리앵의 영리함과 남다른 욕망을 읽어내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겨.

여기까지가 스탕달의 적과 흑1의 줄거리입니다.

2권 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진짜 펼치고 싶은 맘이 안드는게... 번역 진짜 심각하게 별로다. 이규식이라는 사람 번역은 앞으로 거들떠도 안봐야지. 정말 앞뒤 문맥을 아는 상태에서 해석이 안되는 문장이 나오는 건 심각한 거 아냐? 감이 안 올테니 문제의 문장 몇 개만 보여드릴게.

이 잘난 체하는 남자가 성을 내면서 그것을 남에게 드러내 보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추한 것은 없었다.
-레날 시장(이 잘난체 하는 남자)이 화가 난 것을 남들이 봐도 된다는 것보다 추한 건 없다?? 레날 시장이 특정인인데 마무리가 세상 진리인 양 끝나는 것 부터가 이상한 문장이고 내용 자체도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파리 사교계의 씁쓸한 진상을 목격하며 자랐다면 냉정한 아이러니로 그런 허구적 공상으로부터 깨어났을 것이다.
-파리 사교계의 위선을 겪어보면 (잠시나마 큰 부와 명예를 꿈꿨던 하층민) 자신의 공상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이었는 지를 깨달았을 것이다. 정도의 문장일 것 같은데 `냉정한 아이러니` `허구적 공상` 이게 뭐냐.

아 이건 진짜 아무거나 펼쳐 고른 문장이고 내내 저런다. 정말 몇 년 간 읽은 책 중 최악의 번역이었어. 이걸 한권 더 읽어야 한다니...

아 그리고 번역의 문제같진 않고 스탕달 묘사의 문제같은데 상상해보면 웃긴 문장들.

레날 부인은 아이들과 같이 과수원을 뛰어다니며 나비를 잡는 일로 나날을 보냈다.
-광년이 아니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쥘리양에게 입맞춤도 하지 않고 그가 창문에 밧줄 매는 것을 바라보았다.
-밧줄타고 내연녀 집에 와서 사랑노래하다 밧줄 매고 다시 떠나는 상황.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밧줄 매는 걸 바라보는거ㅋㅋㅋㅋ 나만 웃기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예언자 (한글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16
칼릴 지브란 지음, 유정란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공 `예언자`가 머물고 있던 오팔리즈라는 지역을 떠나려할 때 오팔리즈 시민들이 다급하게 인생 온갖 것에 대해 그에게 조언을 구하는 이야기야.

읽다보면 자연스레 차라투스트라가 생각나는데 말투가 엄하고 되게 뻔뻔하게 스스로를 예언자라 칭하고 모든 질문에 답을 갖고 있는 것도 그렇고. 근데 차라투스트라는 좋아하고 예언자는 싫은 이유는 예언자는 너무 뻔한 이야기만 해. 공자 맹자 읽은 적 없고 읽을 일 없지만 그런 느낌. 아냐 뭐 더 적절한 것 없나. 어디 사이비교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허접한 잡지에 실릴 법한 내용이고 아무 감동도 없어. 그리고 모든 조언이 너무 모범적이라 현실적이지 않고 고리타분해. 처음부터 이 책이 비호감인 건 스스로를 신격화하면서 내용은 엄청 겸손한 것이 애초에 작가 스스로 내부적인 합의가 안됐거나 솔직하지 못하게 쓴 글이어서가 아닌가 싶다. 근데 이게 별거라고 지금까지 고전이라며 읽히고 있네. 신기하다. 아 표현이 꽤 시적이라 그런 재미는 나름 있습니다.

요즘은 책에 흥미가 떨어져서 아마 당분간 안 읽고 싶을거고 출퇴근 때 팟캐스트 serial이라는 방송을 듣고 있는데 그게 아주 흥미진진 심장 쫄긧 재밌네요.

발췌

오늘이 수확의 날이라면 나는 어느 잊어버린 계절, 어느 들판에 씨앗을 뿌렸단 말인가.

그대들의 아이들은 그대들의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삶을 갈구하는 생명의 아들이자 생명의 딸입니다. 아이들은 그대들을 거쳐서 왔으나 그대들에게서 나온 것은 아니며, 비록 그대들과 함께 지낸다 하여도 그대들의 소유물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그대들의 사랑을 주되 그대들의 생각까지 주지는 마십시오. -아이들에 대하여

그대들 고통의 대부분은 스스로 택한 것입니다. 그대들 안의 의사가 아픈 자아를 치유하기 위해 지어 준 약입니다. 허니 의사를 믿고, 그가 준 약을 묵묵히 침착하게 받아 마십시오. -고통에 대하여
-말이가 빵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좁은 문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42
앙드레 지드 지음, 조정훈 옮김 / 더클래식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신기한 일이다. 요즘 꺼내드는 종이책들은 번번히 완독에 실패(지루해서, 어려워서, 집중이 안돼서)하는데 심심해서 보는 eBook은 언제나 읽을만하네. 눈에 안 좋을 것 같은데.....

몇 달 전 읽으면서 그 감동에 빠져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지상의 양식˝을 쓴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에 빠진 제롬과 그 사랑의 대상 알리사의 이야기야. 여느 젊은이들처럼 서로의 눈만 봐도 감격이 차오르는 사랑을 느끼다가 종교적 신념에 취해버린 알리사 때문에 결국 종교에 굴복당한 둘의 사랑.

편지에 털어놓은 그 감정의 디테일은 정말 어릴적 느꼈던 그것이어서(사랑의 절정에서 슬프지만 그 관계를 끊어내어 최상의 감정만 기억하게하고 싶다는 욕심,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그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나일 뿐 실체를 알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등) 안타까우면서도 반가웠어. 아마 스무살 초반에 가져봤던 그 필요이상의 불안감과 고민. 예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더라고. 그 일반적인 순수한 사랑의 시기가 갑자기 종교로의 귀의로 이어지면서 스스로의 행복을 내치고 상대를 어설픈 신념과 의지로 단념시키는 갈등의 시기로 흘러가.

나는 (좁은 문에서 다루는)기독교가 변태적이라 느꼈어. 일상의 행복과 종교에 대한 믿음과 생활이 충분히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건데 왜 스스로 고통스러워하면서 좋은 것을 외면하고 끊어내면서까지 몰두하고 희생하게 만드는지. 내가 기독교 가르침에 대해 공부를 안한 상태라 알리사의 보수적이고 융통성없는 성향이 이 비극을 만들어냈는지 정말 기독교가 지향하는 삶이 그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신이 진정 인간을 사랑하고 위한다면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흘러스며들게 놔두면 안되나. 왜 행동과 감정을 제한하고 괴롭히는거야...

제롬을 통해 앙드레 지드의 그 순수함과 여린 감성을 다시 만나 읽으면서 내가 정화되는 기분이었고..... 그의 동성애 성향(취향)에 어울리는 사랑 소설이었다 하겠다. 그 상대가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앙드레 지드의 사랑예찬은 진짜 심장폭행이다. 문장에서 꿀 떨어져. 낭만의 끝이야.... 으억 저런 사랑 나도 받고 싶다.

삶은 짧아요. 좋은 것만 하고 좋은 게 찾아오면 놓치지 말고 즐기세요. 고민할 시간에 그 행복의 단맛을 한 번 더 맛보세요 여러분! 현주야 너나 잘해라. 이 좋은 봄날에....

발췌

그 여름은 너무나 깨끗이, 어떤 자국도 남기지 않고 달아나 버렸기에 지금 내 기억은 그 빛나던 나날들을 거의 붙잡아 두지 못한다.

이성적으로 말하려고 하니 내 입이 얼어붙는 것 같아. 난 내 마음이 지르는 신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잔꾀를 부리기엔 널 너무나 사랑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녀 뒤에 멈춰 섰다.....마치 시간이 나의 발자국과 함께 멈춘 듯했다. 행복마저도 앞질러 버려서 가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장 감미로운 순간이 지금이 아닐까 생각했다.

˝난 네 옆에 있는 게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 하지만 우리가 행복만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니잖아.˝
˝그럼 , 인간의 영혼이 행복 이상의 무얼 더 바랄수 있단 말이니?˝
내가 소리치듯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성스러움.....˝
-읭? 뭐라고 이년아?

˝무엇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거야?˝
˝이런저런 일들이 모두 잊히면......˝
˝오빠가 빨리 잊고 싶어 하는게 뭔데?˝
˝절대 잊고 싶지 않은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2년부터 1986년 2월 사이에 하루키가 썼던 에세이들인데 태어나기 전 일이지만 익숙한 듯한 문화여서 내가 한창이던 시대를 함께 추억한다는 말도 안되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의 잡지의 칼럼들을 리뷰하거나 인용하고 있어서 일본의 문화가 아닌 미국의 80년대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스콧 피츠제럴드, 아서 밀러, 무라카미 류 등 익숙한 작가들과 앤디 워홀, 키스 해링, 우디 앨런 그리고 온갖 헐리웃 배우들 등 누구나 아는 그 이름들이 등장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크송 가수 보니 베어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처음 듣는 이름인데 그의 히트송을 보니 5 hundred miles가 있었다. 한참 잊고 있던 인사이드 르윈!! 수록곡의 감성이 더 스크랩과 잘 어울리는 듯 해서 유투브에서 인사이드 르윈 ost를 틀어놓고 읽었다. (모든 곡이 좋지만 특히 좋아하는 캐리 멀리건과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500 miles. 음악도 좋지만 영상의 분위기가 특히 좋아서 생각날 때면 영상으로 함께 본다. 괜히 고개를 살랑 살랑 흔들면서 듣게 되는)

다시 책 이야기로. 읽고 나니 하루키스럽단 생각이 들지만 처음 읽을 때는 좀 놀랐다. 잡담을 대충 찌끄려 놓은 툭툭한 느낌이 예상보다 훨씬 가벼웠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평소 하듯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감각의 비유로 일상의 생각을 써냈다면 공감도 어렵고 그 잘난체에 질렸을텐데. 물론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남을 내용은 없겠지만 최근 읽은 하루키 소설들보다 훨씬 더 좋았다. 다른 에세이집도 가볍게 읽어보고 싶다. 아 그리고 이거 좀 꼴값이긴 한데 에세이 속 하루키 스타일이랑 내가 허투루 찌끄리는 글이랑 좀 비슷한 것 같다. 마지막 문장이 포인트인 그 느낌 아나 몰라.

워낙 다방면에 조예가 깊고 트랜드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세상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같이 수다 떠는 느낌이었다. 테라스에서 시원한 커피 마시며 읽으면 산뜻한 휴식이 될 가볍고 재치있는 에세이였다.

발췌

˝내가 죽은 뒤에는 내가 연주하는 식의 재주는 사라져버리겠지.˝하고 덕은 말했다. ˝다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런 것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말겠지.˝ /덕 치샘의 인생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는 절대로 레코딩하지 않아요.안그러먼 그 노래가 크게 히트할 경우 죽을 때까지 불러야 하니까. 그런 건 싫습니다.˝ /그 사람은 지금 이렇게 지내고 있다 보니 베어 편

한번은 사장인 루이스 메이어가 ˝자네는 언제나 다른 사람보다 출근이 늦군.˝하고 면박했다. 그러자 디츠는 ˝대신 다른 사람보다 일찍 퇴근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대단하다. / 하워드 디츠의 생애

(리처드 브라우티건 처럼) 데뷔 때 인상이 너무 강렬하면 작가는 뒷감당이 힘들어진다. 나 같은 사람은 적당히 팔리니 적당히 즐겁게 지낼 수 있지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군.
-이런 식의 자기 비하식 농담이 자주 나오는데 재치있고 겸손한 듯 하지만 사실은 본인 스스로 그 이상의 후한 칭찬과 평가를 듣고 있음을 아는 사람의 것이라 조금 코웃음이 나오긴 했다. 상당히 자주 나오는 재치 패턴이었다. 30대의 하루키이니 지금은 안할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