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잡고 있었다. 자꾸 고전만 읽으니까 이 책 저 책 내용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 지루하다. 남편 몰래 정부를 둬 놓곤 세상 고고한 듯 구는 내용도 이 책 저 책에서 봤었고 신학교에 들어가 공부하는 내용도 이 책 저 책에서 봤고 그래서 뭐 적당히 재밌게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할 말이 없다. 아주 간략히 적과 흑1 내용을 간추리자면(나를 위해서다 2권 넘어가기 전에 내가 뭘 읽었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어) 프랑스 작은마을 무식한 목수의 아들 쥘리앵이 주인공이야. 그 마을의 시장이자 가장 부자인 레날씨네 집에서 라틴어에 능통한 쥘리앵을 아이들의 교사로 고용해. 거기서 지내면서 부에 대한 욕구를 갖게되고 본래 똘똘했던 덕에 본인 몸값도 이런저런 요령으로 뛰게 만들어. 마을에서 소문난 미남 라틴어선생이 된 것도 부족해 레날시장의 부인이랑 바람나. 레날 시장의 의심을 살 쯤에 또 이런저런 기지를 발휘해 신학교에 지원을 받으며 공부를 하게 돼. 신학교에 가보니 죄다 가난한 찌질이들이 우글우글 모여있어서 상대하기 싫어. 혼자 똘똘하고 혼자 우아해. 당연히 적이 많이 생기겠지만 그 와중에 쥘리앵의 영리함과 남다른 욕망을 읽어내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겨.여기까지가 스탕달의 적과 흑1의 줄거리입니다.2권 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진짜 펼치고 싶은 맘이 안드는게... 번역 진짜 심각하게 별로다. 이규식이라는 사람 번역은 앞으로 거들떠도 안봐야지. 정말 앞뒤 문맥을 아는 상태에서 해석이 안되는 문장이 나오는 건 심각한 거 아냐? 감이 안 올테니 문제의 문장 몇 개만 보여드릴게.이 잘난 체하는 남자가 성을 내면서 그것을 남에게 드러내 보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추한 것은 없었다.-레날 시장(이 잘난체 하는 남자)이 화가 난 것을 남들이 봐도 된다는 것보다 추한 건 없다?? 레날 시장이 특정인인데 마무리가 세상 진리인 양 끝나는 것 부터가 이상한 문장이고 내용 자체도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파리 사교계의 씁쓸한 진상을 목격하며 자랐다면 냉정한 아이러니로 그런 허구적 공상으로부터 깨어났을 것이다.-파리 사교계의 위선을 겪어보면 (잠시나마 큰 부와 명예를 꿈꿨던 하층민) 자신의 공상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이었는 지를 깨달았을 것이다. 정도의 문장일 것 같은데 `냉정한 아이러니` `허구적 공상` 이게 뭐냐.아 이건 진짜 아무거나 펼쳐 고른 문장이고 내내 저런다. 정말 몇 년 간 읽은 책 중 최악의 번역이었어. 이걸 한권 더 읽어야 한다니...아 그리고 번역의 문제같진 않고 스탕달 묘사의 문제같은데 상상해보면 웃긴 문장들.레날 부인은 아이들과 같이 과수원을 뛰어다니며 나비를 잡는 일로 나날을 보냈다.-광년이 아니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쥘리양에게 입맞춤도 하지 않고 그가 창문에 밧줄 매는 것을 바라보았다. -밧줄타고 내연녀 집에 와서 사랑노래하다 밧줄 매고 다시 떠나는 상황.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밧줄 매는 걸 바라보는거ㅋㅋㅋㅋ 나만 웃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