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마광수 하길래 궁금해서 온라인 서점을 뒤졌는데 이곳 저곳 솔드아웃!! 해서 인기많구나!하고 언젠가 보면 내 너의 글 읽으리하다가 강남 알라딘에서 발견해 읽게 됐다.출퇴근 길에 전철에서 읽었는데 몇 번이나 피식대며 웃은지 모르겠다. 이 할아버지 위험하네 싶어서 워워 진정시키고 싶기도 했고 특히 성에 대해선 전혀 공감안가는데 진리인 양 단호하게 말하는 게 웃겼어. 진짜 리얼 괴짜 할아버지더라.삶의 태도에 대해선 아주 많이 공감이 갔어. 애쓴다고 잘되는 것 아니고 나는 우주 속 한 동물일 뿐이라는 것. 안태어났으면 제일 좋겠지만 태어났으니 그냥 소소한 것에 즐거움을 느끼며 적당히 살다 가라는 그런 이야기. 아둥바둥 거릴 수록 오히려 꼬일 거라는. 뭐 나처럼 게으르고 천하태평한 사람들에게 자책을 줄여주고 힘을 실어주는 그런 책이다. 성에 대한 주장 외에는 이미 내가 생각하고 있고 실천(이라고 해봐야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지만)하고 있는 그저 내 태도였기 때문에 뭐 맞아맞아 공감도 아니고 뭐 별것도 아닌걸 열을 내며 설명해놨나 싶었다. 그리고 이 허무주의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고 변화할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냥 쓸모없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삶에 고민이 많고 너무 잘 살고 싶고 해야할 것 투성이인데 시간은 부족해서 머리 싸매고 계획하며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머리 식힐 겸 읽음 좋겠다. 적당히 살다 결국엔 죽을텐데 너무 애쓰지 말자.발췌결혼은 `사랑과 섹스의 무덤`이다. 반드시 `권태`가 따라오기 때문이다.부성애란 아예 없는 것이다.-단호하다.미안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사랑이란 원래 변덕스러운 거니까. 어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오늘은 맛없게 느껴진다고 해서 반성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맞네 맞아문학에서는 스타일(기교 또는 문체)이 테마(주제)보다 거 중요한 것이고(...)유미주의적 경향의 작품이 정치적 설교 위주의 작품보다 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어디에선가 추천해준 책이다. 바로 북플에 저장하곤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yes24 중고에 익숙한 커버여서 샀다. 저장할 때만 해도 진짜 읽으리라 생각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 제목을 들으면 어떤 내용일거라 추측할까?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떨어지는 능력은 추리하고자 하는 관심인 것 같다. 제목이나 표지를 통해 어떤 내용이겠거니, 작가 이름으로 어느 나라 사람이겠거니 예상하는 단계가 나에게는 언제나 생략된다. 참 세상에 궁금한게 없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주권 다툼이 있을 때 애국심 강했던 아일랜드 청년은 다시 주권을 찾은 상황에서도 싸움이 끝이지 않고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에 세상을 피하기로 한다. 그래서 선택한 1년간 무인도에서 혼자 지내야하는 기상관 일. 막상 도착해서 보니 바톤터치를 해야하는 전임 기상관은 보이질 않고 섬에는 온 몸에 털이 덥수룩하고 비사교적인 등대지기 바티스 카포 뿐. 지긋지긋한 `사회`에서 떠나 책이나 읽으며 살고 싶던 주인공에게 도착한 첫 날 밤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 한차례 지나가고 그 적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외모의 생물. 파란 피를 갖고 팔다리가 있는 물고기랄까 파충류랄까. 1년 동안 무인도를 찾을 사람은 없을 거란 걸 잘 알기에 헛된 희망은 버리고 물고기인간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주인공. 그리고 몇 십 번의 전쟁. 그 안의 우정인지 사랑인지.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와 진짜 제목부터 되게 외계생물스러운데 문학이기에 정말 이렇게 직관적인 제목일거란 걸 전혀 예상 못했다. 신선하고 흡입력있고 전개의 연결고리가 꽤 탄탄한데 그 와중에 철학적이다ㅋㅋㅋ 좋은 책이다! 좀비떼와 싸우는 외로운 소수의 인간들 같은 헐리웃 B급 영화 같다가 결말이 숙연. 아 ..... 그래서 .....st.저 와중에 저 생물과 섹스를 하는 놈들을 보며 그래 너희에게 뭘 바라냐 차라리 되게 현실적인 전개다 싶었다. 그 와중에 사랑. 어?ㅋㅋ 갑자기 예전에 만났던 남자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라포형성이 덜 된 상태에서 섹스. 그런데 사랑이다.` 전혀 연관 없는데 그 와중에 사랑이란 말을 쓰다 갑자기 저게 떠올랐어. 재밌는 책이다. 스릴도 충격적 비주얼과 명확한 캐릭터 그 와중에 의도까지 명확하니 영화화되면 완벽하겠는데 2002년 작이니 이미 영화로 나와있겠거니. -발췌그는 마치 뿌리가 뽑힌 채 걷는 연습을 하는 나무처럼 움직였다.훌륭한 행동주의자들은 철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수많은 시인들이 조국을 그리워하는 시를 쓴다. 고통은 언어보다 앞선 것이므로 언어로는 표현되지 않는다.신이 천지창조 후 제7일째 되는 날 쉬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신은 그날 그녀를 만들었고, 파도 밑에 숨겨두었다.-어이구 그러셨어요?누군가를 향한 사랑의 크기는 제3자에 대한 증외 크기로 나타난다.-남자의 사랑이거나 내가 아직 사랑을 못해봤거나 작가가 잘못 생각했거나
예전에 `영등포`를 보내줬던 출판사 답에서 또 책을 보내주셨다. 저번과 같이 보내준다 어쩐다 말 없이 집에 도착해있었다. 쿨한 것 같아. 재능있는 신인 작가 발굴하는 프로젝트인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아주 낯선 작가에 낯선 제목에 표지다. 언제부턴가 고전만 파고 있어서 한번씩 이런 요즘 소설 읽으면 잠깐 휴식을 갖는 기분이 된다. 취업준비를 할 시기에 어머니 암 병간호를 5년이나 하게 되며 막상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취업시기를 놓쳐 뭘해먹고 살까 고민하던 형진. 어머니 밥을 챙겨드리며 발견한 요리에 대한 재능과 흥미를 발휘해 혼자 살게된 2층 주택에 하숙집을 열게 된다. 밤근무를 하는 수의사 동갑내기 남자,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으쌰으쌰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 인턴사원, 피씨방 알바를 하며 꿈을 쫓는 아마추어 밴드 보컬, 대기업 도도한 아가씨와 비행조종사를 꿈꾸는 아가씨 여동생. 집주인 형진까지 바로 전까지 서로의 존재도 여섯 명이 함께 살게 된다.또래의 남자, 여자가 한 지붕 아래서 살게되니 복닥복닥 썸도 생기고 짝사랑도 생기고. 젊은이들이다보니 좌절이 생기고 자연히 위로도 주고 받고. 자잘한 사건 사고들을 겪으며 제법 가족의 모습을 갖춰가는 사람들. 몇 군데에서 피식 웃기도 했고 근거없는 세상 잡지식들이 들어있어서 흥미롭기도 했지만 전혀 감동은 없었다. 그냥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건...... 이런 소설을 써도 출간을 해주네? 정도. 이보다 훨씬 심한 책들이 판을 치고있지만 아무래도 오래오래 널리 읽히던 책을 쥐고 있다가 잠시 디저트격으로 읽으니 자연히 비교가 되어 이 한없는 가벼움에 다른 칭찬이 나올여유가 없다. 소재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문장력의 문제도 아닌 것 같은데 다만 치열한 고민이 선행된 작품과 아닌 작품은 읽어보면 같은 소재 같은 줄거리라도 차이가 확 느껴지는 것 같다.소설이라기 보단 대학로 2만원짜리(쿠팡에서 1만원) 청춘 연극같은 느낌이었다. 절대 재미가 없거나 잘 못쓴 소설이라는 게 아니고 그냥 무게가 그렇다는 말이다. 발췌는 없다.
1800년 대 뉴욕 유명 가문들의 점잖은 태도 속 위선과 그 되물림을 보여주는 이야기. 여성 작가 이디스 워튼의 작품인데 상당히 예리하고 침착한 시선을 가져서 문장 하나하나 부대끼거나 귀찮은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벌써 150년 가까이 된 소설인데 유머감각이 전혀 후지지 않고 파리하고 영리한 게 좋았다. 작가 이디스 워튼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하던데 문장에서도 품위와 오만이 느껴지는 것이 보통 아닌 여자였겠다 싶었다. 항상 고개를 조금 쳐들고 깔아보는 시선으로 주변을 관찰하는 느낌. 좋아. 그 시기 뉴욕에서 가장 조신하고 아름다운 메이 웰렌드와 결혼은 바로 앞두고 있는 뉴랜드 아처에게 갑자기 나타난 엘렌 올렌스카. 튀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뉴욕 사회에서 파리에서 결혼한 후 별거를 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엘렌의 히스토리와 그녀의 패션, 가감없는 언변은 뉴욕 로얄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 밖에 없었지만 이상하게 뉴랜드는 그런 엘렌이 자꾸 마음에 걸려. 흔들리는 마음을 잡고자 메이와의 혼인을 서두르고 지루하게 평화로운 결혼 생활 중에도 엘렌에 대한 갈망은 커지기만해. 그리고 그 와중에 본인에 대한 엘렌의 마음도 알게되고 이제껏의 비겁함을 버리고 엘렌과 함께하겠다 마음을 먹은 그 날 메이의 임신사실을 알게 돼.내리 아내가 아닌 한 여자에 대한 갈망을 그리고 있지만 어떤 부정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기에는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메이의 인내가 있었고 정도를 지키고자 했던 뉴랜드의 책임감이 있었고 망가진 본인을 아껴준 주변인들에게 실망을 주지 말고자하는 엘렌의 의리가 있었다. 세 등장인물 모두 이해되고 모두 안타까웠다.여자든 남자든 본인의 의견을 본인의 목소리로 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고 장기전에서는 책임감과 인내심이 가장 큰 무기라는 걸 배웠다. 엘렌과 메이 훌륭한 두 여자에게서 좋은 것만 쏙쏙 뽑아 흡수하고 싶다. 줄거리도 인물들도 모두 납득이 갔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 세상의 타이트한 기준과 남 눈치보는 문화. 남의 시선이 다 뭐라고.... 지체높은 가문의 어머니 할머니 손녀까지 대대로 자연히 교육받은 규칙 아닌 규칙을 따르며 거기서 조금만 어긋나도 바로 서로의 눈을 보며 무언의 흉을 보는 그 분위기. 지금도 뭐 그리 달라졌나 싶다. 참 피곤하게 산다. 세상의 피곤은 여자가 만들어내는 것 같다. 어쩜 남 일에 관심이 저리도 많은지.발췌어떤 것이 세련되고 어떤 것이 세련되지 않은지 하는 것은 뉴랜드 아처가 사는 뉴욕에서는 수천 년 전 선조들의 운명을 지배한 불가사의한 토템 공포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벌판같이 넓은 얼굴 한가운데는 지난 시절 작은 얼굴의 흔적이 발굴을 기다리는 듯 조용히 묻혀 있었다......˝라는 말이 맴돌았지만. 그녀의 분위기에 깊이 매혹되어 있어서, 지금 그런 조언을 한다는 건 사마르칸트의 장미유를 기대하는 사람에게 뉴욕의 겨울에는 방한 고무 덧신이 필수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아름다움은 그 자신이 불신할 때조차 남자의 가슴에 신뢰를 일으키는 법이고,사람들은 변화가 끝날 때까지 힘을 모아 그것을 무시하다가, 어느 순간 그 일은 이미 선대에 일어난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그거 알아요? 내가 자꾸만 당신을 잊는다는 거?˝˝자꾸만 잊는다고요?˝˝그러니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언제나 그래요. 당신을 만날 때마다 모든 게 완전히 새로워요.˝˝그래요. 나도 알아요. 알아요!˝˝당신은 내 평생에 가장 솔직한 여자예요!˝˝그렇지 않아요. 법석을 싫어하는 편이라고 하는 게 좀 더 맞을 거예요.˝그는 자신이 지독한 쳇바퀴 속에 틀어박혀 살았다는 걸 알았다. 의무를 다한 일의 최악의 결과는 그 어떤 다른 일도 하기에 부적합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무려 1564년생 셰익스피어옹의 작품. 서른 일곱편의 작품 중 마지막 희곡이라고 한다. 희곡은 살면서 세번째(고도를 기다리며, 세일즈맨의 죽음)로 읽는거라 읽으면서도 눈도 두뇌도 참 어색하다. 대사로 진행되다 보니 호흡이 짧게 떨어지고 가타부타 군더더기 설명이 없으니 소설에 비해 당장 해석할 클루 자체가 없어서 읽고서도 내가 읽은게 맞나 싶은 그 어색함. 이 느낌 뭔지 알려나...동생에게 왕좌를 빼았기고 타 섬에 딸과 함께 버려진 옛날 왕이 마술로 동생과 그의 아들과 부하들이 탄 배를 난파시켜 고생하게 만들다가 딸과 동생아들 결혼시키고 갑자기 대인배 코스프레 모두 용서하노라 하는 이야기. 줄거리 자체는 되게 간단하고 배경이나 상황흐름도 명료한데 읽으면서 어렵다고 느낀건 왜인지 모르겠다. 내가 읽어낸 것보다 더 심오한 이야기 같은데 내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에 보통 건너 뛰는 해설까지 읽었다. 친절한 설명 감사하지만 꿈보다 해몽 느낌이라 그냥 내가 읽은대로 이해하는게 훨씬 더 자연스럽다고 느꼈다.셰익스피어 작품 처음 읽는데 읽는 내내 셰익스피어가 머리에서 펼쳐지는 사건을 광기어리게 엄청난 속도로 글로 옮겨내는 모습이 떠올랐다. 정령들의 대사라든지 중간 중간 등장하는 노래 속 그 가사들이 `써야지` 각오해선 쓸 수 없는 것이고 눈 앞에 보이고 허공에서 들려와서 옮겨 적을 수 있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냥 천재구나 싶은거. 어색하게 읽었으니 감상도 이렇게 어설프고 어색하다. 이런 감상은 쓰면서도 찝찝하다. 발췌(안하려다가 인상적이었던 문장이 현이 리뷰에도 남겨있길래 복사해왔다)그가 미를 좀먹는 벌레인 슬픔에 젖어있지만 않다면 진정 미모라고 할 만하단다.옮기기엔 애매하지만 준비한 듯 아버지 말에 1초만에 과한 리액션하는 딸도 웃기고 죄인처럼 구는 정령의 짠한 주제파악도 웃기다. 아 3시간동안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남녀도 웃기다. 뭔가 극 전체가 저능아들 같아서 귀엽다. 나도 셰익스피어 연극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