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피부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유혜경 옮김 / 들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디에선가 추천해준 책이다. 바로 북플에 저장하곤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yes24 중고에 익숙한 커버여서 샀다. 저장할 때만 해도 진짜 읽으리라 생각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 제목을 들으면 어떤 내용일거라 추측할까?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떨어지는 능력은 추리하고자 하는 관심인 것 같다. 제목이나 표지를 통해 어떤 내용이겠거니, 작가 이름으로 어느 나라 사람이겠거니 예상하는 단계가 나에게는 언제나 생략된다. 참 세상에 궁금한게 없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주권 다툼이 있을 때 애국심 강했던 아일랜드 청년은 다시 주권을 찾은 상황에서도 싸움이 끝이지 않고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에 세상을 피하기로 한다. 그래서 선택한 1년간 무인도에서 혼자 지내야하는 기상관 일. 막상 도착해서 보니 바톤터치를 해야하는 전임 기상관은 보이질 않고 섬에는 온 몸에 털이 덥수룩하고 비사교적인 등대지기 바티스 카포 뿐. 지긋지긋한 `사회`에서 떠나 책이나 읽으며 살고 싶던 주인공에게 도착한 첫 날 밤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 한차례 지나가고 그 적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외모의 생물. 파란 피를 갖고 팔다리가 있는 물고기랄까 파충류랄까. 1년 동안 무인도를 찾을 사람은 없을 거란 걸 잘 알기에 헛된 희망은 버리고 물고기인간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주인공. 그리고 몇 십 번의 전쟁. 그 안의 우정인지 사랑인지.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와 진짜 제목부터 되게 외계생물스러운데 문학이기에 정말 이렇게 직관적인 제목일거란 걸 전혀 예상 못했다. 신선하고 흡입력있고 전개의 연결고리가 꽤 탄탄한데 그 와중에 철학적이다ㅋㅋㅋ 좋은 책이다! 좀비떼와 싸우는 외로운 소수의 인간들 같은 헐리웃 B급 영화 같다가 결말이 숙연. 아 ..... 그래서 .....st.

저 와중에 저 생물과 섹스를 하는 놈들을 보며 그래 너희에게 뭘 바라냐 차라리 되게 현실적인 전개다 싶었다. 그 와중에 사랑. 어?ㅋㅋ 갑자기 예전에 만났던 남자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라포형성이 덜 된 상태에서 섹스. 그런데 사랑이다.` 전혀 연관 없는데 그 와중에 사랑이란 말을 쓰다 갑자기 저게 떠올랐어.

재밌는 책이다. 스릴도 충격적 비주얼과 명확한 캐릭터 그 와중에 의도까지 명확하니 영화화되면 완벽하겠는데 2002년 작이니 이미 영화로 나와있겠거니.


-발췌

그는 마치 뿌리가 뽑힌 채 걷는 연습을 하는 나무처럼 움직였다.

훌륭한 행동주의자들은 철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수많은 시인들이 조국을 그리워하는 시를 쓴다. 고통은 언어보다 앞선 것이므로 언어로는 표현되지 않는다.


신이 천지창조 후 제7일째 되는 날 쉬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신은 그날 그녀를 만들었고, 파도 밑에 숨겨두었다.
-어이구 그러셨어요?


누군가를 향한 사랑의 크기는 제3자에 대한 증외 크기로 나타난다.
-남자의 사랑이거나 내가 아직 사랑을 못해봤거나 작가가 잘못 생각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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