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하고도 이틀이 지났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우동과 잔치국수를 먹던 그날. 뭐가 그리 신나는지 단무지를 우걱우걱 씹어대며 쉬지 않고 말하던 그 남자. 연락하기 전까지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던가. 열흘 하고도 이틀이 지났다. 연락 한 줄 하지 않았고 연락 한 줄 오지 않는다. 연락한 줄로 착각할 것만 같은 꿈을 꾸고 나니 이제 그가 보고 싶지도 않다. 내 일을 해야겠다.
푸른 강가에서 수영하는 그를 발견했고, 그의 가슴 위로 어떤 남자가 올라타 장난치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건 괴로워하는 그의 얼굴을 본 후. 그러다 사람 죽겠어요! 하지만 소리치진 않았다. 다시 봤을 때 오히려 즐기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역시 너란 남자. 변태가 돼건 뭐가 됐건. 언제까지 여기서 놀다 갈거예요? 묻지 않았다. 맨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의 눈에 띄지 말아야겠어서 마구 달렸던 기억. 달리면서 엄청 기분 좋았던.
이제 그가 보고싶지 않아서 상쾌하다. 꿈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데 난 꿈을 꾸었고 꿈에서라도 봤으니 이제 된 것이다. 몹시 된 것이다. 나도 내 일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