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잘 수 있는 나는 커피를 안마셔도 잠을 잘 못자는 내가 조용하게 살고 싶다가도 그렇지 않은 때가 있음을 너무나 잘 안다. 좋은 글을 판단하는 기준이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지만 예전의 내가 확실히 지금보다 덜 떨어졌 던 게 분명하다. 그냥 꼴리는대로 움직였달까. 꼴리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글도 매력을 못느꼈 다. 근데 그 꼴림의 기준이 뒤죽박죽 맥락이 없었다. 우와 이 글은 이래서 좋고 저 글은 저래서 좋은데? 상반된 분위기, 전혀 다른 제스처임에도 동시에 열광할 수 있었다. 천방지축으로 행복했다. # 그러니까 이제 이 모든 것은 과거형이다.
책을 읽을 때 반드시 낙서를 하기로 했다. 소심하게 밑줄만 그을 게 아니라 아예 대놓고 낙서를 하는 것이다. 이건 내 소유의 책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이게 가능하려면 집에 있는(=그 많은) 안읽은 책들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 도서관 대출은 포기해야하는 건가. 뭐 굳이 그럴 것까지는? 없겠지만..당분간 좀 자제하는 것이다. 인터넷 랜선을 잘라버리는 궁극의 결단과도 같은 거랄까? 암튼, 책 읽을 때 낙서하는 행위는 여러모로 좋다. `내가 처한 지극히 개인적 상황`에서 그렇다. 독서의 효용면에서는 거리가 좀 있지만 나로선(내가 처한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 제법 유용한 방편이 될 것 같다. 물론 실행여부에 달렸으니 뭔들 장담할수 있으리오.
뭐 말들이 많은데, 난 좋게 읽었다. 정유정의 가장 큰 장점은 문장의 호흡과 맥박을 굉장히 잘 컨트롤 한다는 것이다. 너무 능란해서, 작가에게 끌려다니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다. 아니 기분 나쁠 겨를이 없다. 단점을 찾으려 들면 물론 있겠지만, 문제 삼을 꺼리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과감히 패스한다. 나로선 거리낄 게 없는 게, 국내 이만한 작가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압도적이다.
김어준의 최측근(?) 김용민이 `뚝딱` 만들어낸 책. 아직 팔팔하게 살아있는 인물의 평전을 쓴다는 건, 그 인물의 차후 행보가 어떻든지간에 의미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을 기점으로(아마도?) 이제 우리 출판계에도 찬양일색이 아닌 후벼파는 방식도 가능하리라는 기분좋은 신호탄으로 보고 싶다.(아, 그렇다고 이 책이 뭘 대단히 후벼판 것은 없다. 기대와는 달리 너무 찬양조라서 에잇 뭐야 이거, 이랬다) 편집과 구성이 발랄해서 가독성이 좋다. 물론, 사소한 오탈자와 약간의 비문을 통해 가독성에 엿을 먹이기도 하지만, 뭐 트집잡을 걸 잡아야지 싶어, 빠르게 용서하게 만드는 이들의 귀염성이라니. 나꼼수 4인방의 활약은 여전히 왕성하지만 언젠가 완전체로 다시 뭉친 시즌2가 공중파를 타고 날아오르길 바란다. 너무 얼척없는 기대라는 걸 알지만서도.
페르시우스(?) 유성우를 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빠삐코나 초키초키를 준비하고 돗자리도 가져갈 것 같은데, 마음은 하루종일 우울했고 지금도 좀 그렇다. 별을 바라본다는 건, 정말 먼먼 과거의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