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글위글 아줌마의 말썽쟁이 길들이기 1 - 더러워도 괜찮아! 피글위글 아줌마의 말썽쟁이 길들이기 1
베티 맥도날드 지음, 문지영 옮김, 원혜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막내 아이가 어렸을 때 즐겨보던 비디오 중에 '리틀 베어'라는 비디오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지금도 가끔씩 틀어 보곤 합니다. 그 애가 왜 그리 그 비디오를 좋아했을까, 그리고 여전히 좋아할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그 비디오에 나오는 엄마 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자기 엄마 같으면 당장에 화를 내고 말았을 일들에 대해서도 절대로 화내지 않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엄마 곰의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받았으리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리틀 베어'의 엄마 곰과 같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피글위글 아줌마입니다. 피글위글 아줌마는 어린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린아이들의 친구입니다. 그녀는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헤아려 주고, 또 함께 어울려 놀아 주는 분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집을 아이들에게 개방해 마음껏 놀 수 있게 해 주고, 또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집에는 아이들이 날마마 끊이지 않고 찾아옵니다.

그런데 차분함과 조용함으로 특징지어지는 '리틀 베어'의 엄마 곰과는 다르게 피글위글 아줌마에게서는 굉장히 밝고 활기찬 기운이 느껴집니다. 한 마디로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아이들의 마음을 단숨에 휘어잡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긍정적인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그림만 보아서는 잘 알 수 없지만 피글위글 아줌마는 척추장애인(곱사등이)입니다. 등에 혹이 있지요. 그렇지만 아줌마는 그것에 대해 전혀 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혹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오, 이건 마법 주머니야, 나를 요술쟁이로 변하게 하고 난쟁이나 요정으로 변신시켜 주거든, 어떨 때에는 여왕으로 변신시켜 주기도 한단다." 그리고 이러한 피글위글 아줌마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모두가 그 혹을 부러워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아이들로 하여금 부러움까지도 느끼게 하는 피글위글 아줌마의 긍정적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 책의 내용은 말썽쟁이 자녀를 가진 엄마들이 피글위글 아줌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피글위글 아줌마가 지혜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입니다. 방을 청소하기 싫어하는 아이, 말대꾸 하는 아이, 몸을 씻기 싫어하는 아이, 밤늦게까지 잠자리에 들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엄마들이 피글위글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자녀들의 잘못된 습관을 고칩니다.

그런데 피글위글 아줌마가 제시한 해결책이 참으로 기발합니다. 방청소를 싫어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그들의 방을 대신 청소해 주지 말고 방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될 정도로 엉망이 되도록 내버려 두라고 합니다. 그래서 며칠이 지나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피글위글 아줌마는 동네에 서커스단을 부르고, 아이들과 함께 그 아이의 집 앞을 지나가며 그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방을 청소하고 방 밖으로 빠져 나오게 합니다.

또 말대꾸 하는 아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말대꾸 잘하는 앵무새를 빌려 줍니다. 그 아이는 그 앵무새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더 이상 말대꾸를 하지 않게 됩니다. 몸 씻기 싫어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 때가 많이 쌓이면 그 때 속에 무 씨앗을 심어 주라고 합니다. 자신의 몸에서 자라는 무순을 본 아이는 스스로 목욕을 하겠다고 합니다. 밤늦게까지 자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합니다. 그래서 낮에 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들을 하나 둘 씩 놓치게 함으로써 스스로 일찍 잠자리에 들 마음이 들게 합니다.

이러한 피글위글 아줌마의 방식은 약간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피글위글 아줌마의 방식에는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도록 도와 주고, 또 기다려 주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서커스단을 초청한다던가, 아니면 말대꾸 잘하는 앵무새를 동원한다던가 하는 일은 동화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그러나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라는 피글위글 아줌마의 교훈은 부모님들이 새겨들을 만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피글위글 아줌마의 조언을 들은 아이 엄마들이 아줌마의 조언에 절대적으로 신뢰를 보이고 그 조언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아기가 방청소를 안 해도 내버려 두고, 말대꾸를 해도 내버려 두고, 몸을 안 씻어도 내버려 두고, 잠을 안 자도 내버려 둡니다. 적어도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그렇게 내버려 둡니다. 피글위글 아줌마를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는 것입니다. 이는 교육전문가들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자기 방식대로 아이들을 바꾸어 보려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성급한 부모들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피글위글 아줌마는 아이를 키워본 일도 없는 것 처럼 보이는데, 부모님들보다 아이들 마음을 더 잘 알고,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도 더 잘 아는 분이 될 수 있었군요. 아마도 나이는 들었어도 그 마음에서 동심을 잃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책을 보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의 부모님들과 너무나 다른 피글위글 아줌마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들의 잔소리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피글위글 아줌마의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경험했던 것처럼 아이들도 정말 즐거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리즈로 기획된 도서 같은데 앞으로 나올 2편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아, 그리고 이 책의 삽화는 한국 분이 그리셨더군요. 처음에는 이 책의 그림들을 보면서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그림들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책의 맨 앞장을 보니 그림 작각가 한국 분이시더군요. 그림만 보아도 참 즐거워지는 책이라 굳이 언급해 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글로 남겨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여행 -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전성수 지음 / 두란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성경 인물들의 심리 분석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어 보았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저서 '복수당하는 부모, 존경받는 부모'라는 책을 통해 얻었던 것들이 참으로 많았기에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저의 선택이 옳았다는 사실을 책장을 얼마 넘기지 않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측면을 저자는 놀라운 통찰력을 가지고 들여다 보고 있었고, 그로 인해 정말 많은 깨달음과 도전을 던져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의 매끄러운 전개로 말미암아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바로 다윗과 자녀들 사이에 있었던 심각한 문제점에 관한 저자의 지적이었습니다. 다윗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바였지만 그것이 자녀들과의 관계 속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었고, 또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표출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대강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설명을 통해 그들의 관계 속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숨겨져 있었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암논이 다말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 문제를 가지고 아버지와 상의하지 않았던 것이나, 다말이 암논에게서 몹쓸 짓을 당하고 난 뒤에 아버지를 찾아가지 않고 오빠에게로 갔던 것이나, 압살롬이 동생이 당한 일에 대해 아버지에게 찾아가서 말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일들이 바로 다윗과 그 자녀들 사이에 친밀함이 전혀 없었다는 증거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그들 사이에는 마땅히 있었어야 하는 대화도 없었고, 정서적인 교감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압살롬이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다윗과 자녀들과의 관계를 보면서 오늘날 자식들에게 미움을 받거나 심지어는 살해까지 당하는 부모들에게도 자녀들과의 대화부재, 정서적인 교감부재의 문제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게다가 다윗이 암논과 다말의 일을 알게 된 후에도 암논을 전혀 책망하지 않았던 것이나, 다말을 불러 아무런 위로도 해 주지 않았던 것이나, 압살롬이 암논을 죽이고 모압으로 갔다가 돌아온 후에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가움을 전혀 표현하지 않았던 것이, 자신의 사랑을 자녀들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전형적인 모습과 같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윗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로서의 제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녀들이 자신의 문제를 부모에게도 말하는가, 아니면 부모에게는 숨기고 친구들에게만 말하는가에 따라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어떤지를 알 수 있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자기들이 겪은 일들에 대해 엄마에게는 말해도 저에게는 말하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날마다 잠자리 곁에서 잠들기 전까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엄마에게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그러지 않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아내가 신학공부를 시작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저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데도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한테는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건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더 깊은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이러한 못난 아버지의 모습을 야곱에게서도 찾아내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자기의 딸 디나가 세겜에게 강간을 당하고 돌아왔을 때, 그리고 그로 인해 시므온과 레위가 세겜 족속들을 몰살하고 돌아왔을 때, 야곱이 보여준 태도는 앞에서 말씀드린 다윗의 태도와는 조금 다르긴 해도 아버지로써 마땅치 못한 모습이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식의 안전보다는 자신의 안전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딸이 당한 수치나 아들들이 겪었을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안타까움이나 염려를 표현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 속에서, 그가 과연 아버지로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시므온과 레위가 디나를 우리 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버지와 자기들 사이에 있는 깊은 고랑 같은 간극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에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이처럼 성경에 탁월한 신앙인으로 소개되고 있는 많은 인물들의 모습 속에도 상처와 아픔, 그리고 부족한 인격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있는 저로서도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사람들을 향해 "내 마음에 합하다, 내 친구다"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감사함으로 다가오기도 하였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들 외에도 이 책에는 성경의 내용 분석에 관한 저자의 탁월한 통찰력의 결과물들이 풍성하게 녹아 있습니다. 에서가 끌고 온 400명과 아브라함이 롯을 구하기 위해 동원한 318명을 비교해서 에서의 의도를 설명하고 있었던 것도 대단하고, 야곱의 여정이었던 브엘세바에서 하란까지의 거리가 800km나 되었다는 것, 또 요셉이 아버지의 명령을 받아 움직였던 헤브론에서 세겜까지의 거리가 80km나 되었고, 또 세겜에서 도단까지의 거리도 24km 정도나 되었다는 설명을 통해 그들이 그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느꼈을 감정이 어떠했을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울의 증세를 조울증으로 본 것이나, 사울과 기드온에게 있었던 출신 지파에 대한 컴플렉스 같은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해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예수님의 사역에 있어서 육체의 치유보다 마음의 치유를 우선하셨던 이유와, 삭개오나 사마리아 여인, 그리고 베드로를 찾아가셨던 이유에 대한 설명들도 이전에 읽었던 다른 책들의 내용과 비교해 결코 가볍지 않아도 느껴졌습니다.

특히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사용하실 준비는 고난과 상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남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경 인물들 중에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해결하지 못해 오점을 남긴 사람들도 많지만,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해결함으로써 하나님께 크게 쓰임받은 사람들도 많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 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면서, 또 어떤 사람으로 하나님께 쓰여지기를 원하느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도 놓칠 것이 없이 귀중한 삶의 교훈들로 가득차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 인물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을 자신의 삶에 있어 본받아야 할 롤모델이나 또는 반면교사로 삼고자 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가 소원한 아버지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이 정도로 두꺼운 두께의 소설을 읽을 때에는 항상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읽는 데 소요된 시간입니다. 이 책의 경우는 아침부터 읽기 시작해서 점심먹기 전까지 모두 다섯 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470여쪽 되는 책이니 한 시간에 90페이지 정도씩 나갔네요. 일반 도서 읽을 때 한 시간에 50페이지 정도 읽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은 것 같습니다.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체크하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가 라는 것입니다. 소설에서 교훈을 얻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우선적으로는 재미를 따져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훈이나 유익을 원한다면 다른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경우는 최상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줄 수 있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성이며 스토리 전개에 전혀 무리가 없고, 무엇보다 저자의 기발하고도 탁월한 상상력에 대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소설 도입부에서 어쩌면 주인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카이넨 관리관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지긋 지긋한 인간놈들"이라고 말했을 때부터 이 소설의 흡입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막연하게 인간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에 대한 묘사가 사실은 외계 종족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소설의 스케일이 결코 좁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기대와 다르지 않게 이 소설은 우주 전체를 아우르는 배경을 가지고 인간들의 우주 개척과 관련되어 벌어진 네 종종간의 전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유령여단을 구성하고 있는 특수부대원들은 마치 유니버셜 솔저의 주인공들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했는데, 사실은 그보다 더 과학적으로 진보된 상태에서의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생체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DNA를 조작해서 만든 강력한 육체에 똑똑한 피라는 새로운 혈액을 주입하고, 뇌도우미라는 인공지능컴퓨터를 통해 의식의 생성을 돕게 함으로써 만들어진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인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뇌도우미를 통해 통합이라는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고 또한 소통하는데, 이는 마치 무협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혜광심어(전음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소통방식)와 비슷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저자가 그려낸 특수부대원들의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면서 또한 기존에 알려져 있던 다양한 상상의 산물들에 대해 많은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그만큼 저자가 새롭게 구상해낸 결과물들이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특수부대원들을 만드는 방식보다는 노인들의 의식을 젊은 육체에 이식한다는 개념이 더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소설은 샤를 부탱이라는 과학자가 왜 인류를 배반했는지를 밝혀내고 샤를 부탱의 사주에 의해 인류를 공격하려는 세 외계 종족의 연합을 깨뜨리기까지에 이르는 우주개척방위군의 활동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샤를 부탱의 의식을 심은 재러드 디랙을 중심으로 그 내용이 전개 되고 있는데, 그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는 동안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결국 샤를 부탱이라는 인물이 왜 인류를 배반했는지가 분명하게 밝혀지는데, 첫 번째는 복수심으로 시작된 듯 하다가 결국에는 탐욕이 그 배후에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샤를 부탱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저자는 샤를 부탱의 그러한 결정에 탐욕이 숨겨져 있었음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샤를 부탱의 배신 동기를 탐욕이라 보는 것은 어쩌면 저 개인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샤를 부탱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유령여단의 특수부대원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는지, 그리고 재러드 디랙이 왜 샤를 부탱의 계획을 저지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재러드 디랙이 어떻게 샤를 부탱의 계획을 저지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고 개연성 있는 전개는 이 소설을 더욱 더 빛나게 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재러드 디랙이 샤를 부탱을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밖에는 더 이상의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콘클라베라는 외계 종족들의 연합에 대해 우주 개척 연맹이 취하였던 태도가 반콘클라베라는 또 다른 연합체의 구성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샤를 부탱의 시도가 부족한 정보에 기초한 뻘짓이었다는 것을 더 분명히 해 주면서 저래드 디랙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더 부각시켜 주고 있었는데, 저자는 이러한 섬세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저자의 논리에 수긍할 수 밖에 없도록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휴가철 이전에 출간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가철에 들고 가서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읽기에 이보다 더 괜찮은 소설이 있을까 싶습니다. SF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아하실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소아 페넬롱의 그리스도인의 완전 - 거룩한 삶을 갈망하는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서
프랑소아 페넬롱 지음, 김창대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결코 쉽게 읽어지지 않지만, 읽고 나서 잘 읽었다고 생각되는 책들은 대부분 고전이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차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 역시 고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완전한 모습에 이르기 위한 여정이 소개되어 있는 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라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성화라는 주제에 대한 최고의 고전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참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는 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자는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자기를 사랑하는 데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권면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어 가는 동안 '자기애'에 대한 경고가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 저자가 그것을 얼마나 무거운 죄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글 중에서 몇 가지 마음에 와 닿은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부의 내용 중에 하나님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라는 주제에 관해 서술한 내용이 있는데, 여기에서 저자는 성숙한 신앙인과 미성숙한 신앙인들을 대조하는 가운데, 서로에 대해 비난하기 보다 이해할 것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숙한 신앙인들을 향해 하시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는데, 그것은 "미성숙한 사람들에게서 이기적인 생각들을 제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마치 아직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아이에게서 우유를 이유시키는 것처럼 미성숙한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게 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신앙이 어린 사람들을 어리다고 비난하면서 그들이 붙잡고 있는 것을 강제로 버리게 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그분이 원하시는 뜻을 행하시기 때문에 그들이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한다면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친히 일하시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었습니다(100-102쪽).

이러한 저자의 말은 얼마 전에 있었던 저 자신의 개인적인 논쟁을 떠올리게 했는데, 그 논쟁에서 저는 상대방이 추구하고 있는 것이 탐심이라고 지적하였고, 상대방은 자신이 추구하는 것은 탐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복이라고 하며 저의 지적에 반발하였습니다. 논쟁의 결과는 심히 좋지 않았고 서로 기분이 상한 채로 헤어졌는데, 이러한 저자의 글을 보면서 굳이 그런 논쟁을 할 필요가 있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이 있었고, 상대방이 하려고 하는 일의 결과가 어떨지를 충분히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논쟁을 하기는 했는데, 하나님께서 하셔야 할 일에 괜히 나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의 수준을 생각하면서 하나님께서 친히 가르치시기를 기다리며 기도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반성을 해 보았습니다.

3부의 내용 가운데에서 겸손에 관해 서술한 내용은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탁월한 부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저자는 진실된 겸손으로 충만한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거나 겸손하려고 애쓰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자신이 모든 것보다 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겸손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기의 쓸모없음과 가치없음을 알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채로 겸손하려고 하는 것은 비열한 미덕으로 진정한 겸손을 대신하게 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저자는 하나님 앞에 완전해 지기 위해서는 비본질적인 노력들을 떠나 본질적인 면에 집중해야 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자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리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그 앞에 굴복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기애, 자기 사랑을 버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주제나 성격은 오스왈드 챔버스의 책들과 거의 일치되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실제로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오스왈드 챔버스의 글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글의 주제나 성격은 물론이고, 글의 스타일조차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아주 짧은 단문으로 끊어치면서 글을 전개해 나가는 것하며, 전체적인 흐름조차도 끊어가며 핵심적인 주제를 설명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오스왈드 챔버스의 글과 너무나 비슷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 저만은 아니었는지, 역자 후기를 보니 역자 역시 오스왈드 챔버스에 대해 언급하고 있더군요. 역자는 글의 강조점이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지만, 제가 보기에는 글의 강조점 뿐만 아니라 글쓰는 스타일조차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따라서 오스왈드 챔버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 역시 좋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저는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약간은 신비주의적인 경향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러한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이 책은 하나님의 주권과 하나님의 영광에 초점을 맞추고, 자기 부인과 하나님 사랑을 강조하는 건전한 신학 위에 쓰여진 성화론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탁월한 수준의 묵상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바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점검해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은 '주님은 나의 최고봉' 못지 않은 상당한 유익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추천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에 돌아보는 우리 궁궐
손용해 외 지음, 심가인 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처음 손에 잡았을 때에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책까지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궐이라고 해 봐야 덩치가 큰 한옥에 불과할 뿐이지 무엇이 그리 대단한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나가면서 그것이 얼마나 무식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궁궐 안에 얼마나 많은 건물이 있고, 그 용도와 명칭이 얼마나 다양한지 이전에는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건물들의 특징과 기능, 그리고 그 부속물들의 용도나 명칭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른인 나에게도 이렇게 어려운데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더 어려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뒤로 가면서 반복되는 내용이 많아짐에 따라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점차 쉬워졌습니다. 아무래도 궁궐의 양식이 거의 비슷 비슷하다보니 경복궁을 설명할 때 나왔던 내용이 창덕궁을 설명할 때에도 다시 나오고, 또 덕수궁을 설명할 때에도 다시 나오는 바람에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았는데도 기억에 남게 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사진과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덕분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궁궐을 소개하는 첫 페이지에 약도와 입장시간, 입장료와 같은 정보도 함께 소개해 주고 있어, 이 책을 읽고 나서 직접 궁궐을 방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울 주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각각의 궁궐과 관련된 역사에 대해 설명해 놓은 부분이 가장 유익했던 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임진왜란이라던가, 을미사변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과 관련해서 각각의 궁궐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설명해 놓은 것을 보면서 역사의 아픔을 다시금 느껴 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제시대 때 궁궐의 부속 건물들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움직여지고, 어떻게 파괴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더했습니다.

특히 이 책에 올해 10월 완공 예정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광화문의 복원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 끝이 나고 드디어  제 자리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많은 기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제 위치로 돌아가지 못한 건물들이 여럿 남아 있기에 그 건물들 역시 어서 제 자리를 찾음으로써 이 책의 내용을 새롭게 써야 할 날이 속히 오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교육부에서 앞으로 국사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바꾼다는 말이 있던데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를 모르면 지난 날의 과오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그와 같은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의식있는 부모님들이 자기 자녀들에게만이라도 이 나라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종류의 책이 그와 같은 교육에 상당한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결코 단순히 건물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있는 책이 아니라 그 건물과 관련된 역사에 관해서도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자녀들이 이 나라가 지난 날에 겪어야 했던 수치와 고통을 알게 되고, 이 나라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 함께 각각의 궁궐들을 방문해 볼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유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