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존슨의 예수 평전
폴 존슨 지음, 이종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저명한 역사학자가 쓴 예수님의 전기라는 소개에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 지 무척이나 고민이 됩니다. 책소개글은 저자가 진실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분이고 리처드 도킨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다고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 본 결과 이 분이 정말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분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역자가 믿는 분인지 아닌지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아마도 역자가 믿지 않는 분이라서 이 책에서 그런 냄새가 느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의 독심술 능력(78쪽)', '회식을 좋아한 예수(136쪽)', '예수의 회식 좋아한 기질(161쪽)', '예수는 군중들의 히스테리와 적들의 신체적 위해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남자들이 필요했다(167쪽)', '예수의 출장사역(170쪽)', '예수는 여성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좋아했다(165쪽), '예수는 여성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171쪽)다'와 같은 표현들을 보면서 이 책의 저자가 안티기독교인 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의 표현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저자의 표현을 읽다 보면 예수님이 마치 독심술사요, 피해망상증 환자요, 출장마사지사, 제비인 것처럼 묘사한 것으로 느껴집니다.아주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저자 자신의 것인지 역자의 번역에 따른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번역상의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카톨릭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는 만큼 성경본문을 공동번역 성서에서 취한 것이나 모든 용어들을 카톨릭적인 표현으로 번역한 것은 용납할 수 있다고 쳐도(물론 개신교인인 제가 읽기에는 많이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인격'이라고 번역했어야 할 'personality'를 '개성'으로 번역한 것이나, '종교적', 또는 '영적'이라고 번역되었어야 할 것을 모조리 '정신적'이라고 번역한 것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스라엘의 구원 왕'이라는 표현도 생전 처음 접해 보는 아주 이상한 번역이었습니다. 이런 것은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왕'이라고 번역했어야 맞습니다.


또한 신학적인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성령은 그 즉시 발동해(36쪽)'라는 표현은 저자가 성령님을 인격이 아닌 어떤 '기관'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그러나 성경은 성령님을 인격적인 존재라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서도 예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물질과 정신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189쪽)'는 표현은 저자가 예수님을 이원론자로 이해하고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그러나 이원론은 성경적인 개념이 결코 아닙니다.


또한 성경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또는 저자의 추론에 근거한 표현들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낡은 외투 속의 새 옷(129쪽)', '신전의 헌금궤에 "동전 한 닢에 해당하는 렙톤 두 개를 넣겠다"고 고집한 가난한 과부133쪽)', '시몬과 쉽게 우애 관계가 형성되지 않자 예수는 시몬에게 게파(혹은 베드로)라는 새 이름을 주었는데, 이는 단단한 돌이라는 뜻이다(151쪽)'와 같은 표현들은 성경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타도 눈에 띄였습니다. 세웠으고>세웠고(173쪽 아래서 6째줄)', 시미온>시므온(217쪽 아래서 11째쭐).


물론 귀기울일 만한 내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부친인 요셉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목수였다는 주장이나(45-46쪽), 예수님의 기적이 자비심의 발로라는 주장(82쪽), "예수님이 자신이 행한 기적  때문에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을 별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주장(83쪽), "예수님의 가르침을 파악하는 유일한 방법은 복음서를 반복적으로 읽어서 그 가르침의 본질이 마음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라"는 주장(103쪽)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마음에 깊이 와 닿았던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의 목적은 새로운 체계를 수립하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 방식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의 혁명은 전적으로 내면적인 것이었다. 이기심과 탐욕, 잔인함과 편견, 분노와 욕정을 극복하려는 혁명이었다. 자기에 대한 사랑을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혁명이었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방법, 그 세상에 적합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은 예수를 닮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복음서는 이 완벽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했는지를 보여준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내용은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의심은 번역자에게 돌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들어 일반 출판사에서 기독교 도서를 번역해 출간하는 일이 빈번한데, 가끔 비기독교인이나 신앙이 깊지 않은 기독교인에게 번역을 맡겨 영 이상하게 번역된 책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도 그런 범주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결론과 동일한 결론을 가지고 있는 분이 한 사람이 더 있구나 하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지 크게 새로운 것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앞에서 지적한 몇몇 내용들로 인한 불쾌한 느낌과, 공감이 되는 내용으로 인한 호감이 계속해서 교차하는 통에 읽어 내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 수고에 대한 보상을 누구에게 받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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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2013-01-03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감 입니다... 책을 아주 아주 자세히 읽으셨내요...
나는 그냥, 내 입맛에 맞는 것만 추려서 읽었는데...
왜냐하면, 개신교인 관점에서 본, 이 책은, 약간 혼란스럽고
더군다나 성경의 해석을 근본적으로 달리 하는 부분이 눈에 띄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이부분은 이 리뷰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허지만, 예수님의 삶을 색다른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최소한 설교자는 한 번쯤 읽어 봄직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