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여행 -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전성수 지음 / 두란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성경 인물들의 심리 분석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어 보았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저서 '복수당하는 부모, 존경받는 부모'라는 책을 통해 얻었던 것들이 참으로 많았기에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저의 선택이 옳았다는 사실을 책장을 얼마 넘기지 않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측면을 저자는 놀라운 통찰력을 가지고 들여다 보고 있었고, 그로 인해 정말 많은 깨달음과 도전을 던져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의 매끄러운 전개로 말미암아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바로 다윗과 자녀들 사이에 있었던 심각한 문제점에 관한 저자의 지적이었습니다. 다윗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바였지만 그것이 자녀들과의 관계 속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었고, 또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표출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대강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설명을 통해 그들의 관계 속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숨겨져 있었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암논이 다말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 문제를 가지고 아버지와 상의하지 않았던 것이나, 다말이 암논에게서 몹쓸 짓을 당하고 난 뒤에 아버지를 찾아가지 않고 오빠에게로 갔던 것이나, 압살롬이 동생이 당한 일에 대해 아버지에게 찾아가서 말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일들이 바로 다윗과 그 자녀들 사이에 친밀함이 전혀 없었다는 증거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그들 사이에는 마땅히 있었어야 하는 대화도 없었고, 정서적인 교감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압살롬이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다윗과 자녀들과의 관계를 보면서 오늘날 자식들에게 미움을 받거나 심지어는 살해까지 당하는 부모들에게도 자녀들과의 대화부재, 정서적인 교감부재의 문제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게다가 다윗이 암논과 다말의 일을 알게 된 후에도 암논을 전혀 책망하지 않았던 것이나, 다말을 불러 아무런 위로도 해 주지 않았던 것이나, 압살롬이 암논을 죽이고 모압으로 갔다가 돌아온 후에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가움을 전혀 표현하지 않았던 것이, 자신의 사랑을 자녀들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전형적인 모습과 같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윗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로서의 제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녀들이 자신의 문제를 부모에게도 말하는가, 아니면 부모에게는 숨기고 친구들에게만 말하는가에 따라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어떤지를 알 수 있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자기들이 겪은 일들에 대해 엄마에게는 말해도 저에게는 말하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날마다 잠자리 곁에서 잠들기 전까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엄마에게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그러지 않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아내가 신학공부를 시작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저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데도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한테는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건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더 깊은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이러한 못난 아버지의 모습을 야곱에게서도 찾아내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자기의 딸 디나가 세겜에게 강간을 당하고 돌아왔을 때, 그리고 그로 인해 시므온과 레위가 세겜 족속들을 몰살하고 돌아왔을 때, 야곱이 보여준 태도는 앞에서 말씀드린 다윗의 태도와는 조금 다르긴 해도 아버지로써 마땅치 못한 모습이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식의 안전보다는 자신의 안전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딸이 당한 수치나 아들들이 겪었을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안타까움이나 염려를 표현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 속에서, 그가 과연 아버지로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시므온과 레위가 디나를 우리 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버지와 자기들 사이에 있는 깊은 고랑 같은 간극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에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이처럼 성경에 탁월한 신앙인으로 소개되고 있는 많은 인물들의 모습 속에도 상처와 아픔, 그리고 부족한 인격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있는 저로서도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사람들을 향해 "내 마음에 합하다, 내 친구다"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감사함으로 다가오기도 하였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들 외에도 이 책에는 성경의 내용 분석에 관한 저자의 탁월한 통찰력의 결과물들이 풍성하게 녹아 있습니다. 에서가 끌고 온 400명과 아브라함이 롯을 구하기 위해 동원한 318명을 비교해서 에서의 의도를 설명하고 있었던 것도 대단하고, 야곱의 여정이었던 브엘세바에서 하란까지의 거리가 800km나 되었다는 것, 또 요셉이 아버지의 명령을 받아 움직였던 헤브론에서 세겜까지의 거리가 80km나 되었고, 또 세겜에서 도단까지의 거리도 24km 정도나 되었다는 설명을 통해 그들이 그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느꼈을 감정이 어떠했을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울의 증세를 조울증으로 본 것이나, 사울과 기드온에게 있었던 출신 지파에 대한 컴플렉스 같은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해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예수님의 사역에 있어서 육체의 치유보다 마음의 치유를 우선하셨던 이유와, 삭개오나 사마리아 여인, 그리고 베드로를 찾아가셨던 이유에 대한 설명들도 이전에 읽었던 다른 책들의 내용과 비교해 결코 가볍지 않아도 느껴졌습니다.

특히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사용하실 준비는 고난과 상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남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경 인물들 중에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해결하지 못해 오점을 남긴 사람들도 많지만,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해결함으로써 하나님께 크게 쓰임받은 사람들도 많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 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면서, 또 어떤 사람으로 하나님께 쓰여지기를 원하느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도 놓칠 것이 없이 귀중한 삶의 교훈들로 가득차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 인물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을 자신의 삶에 있어 본받아야 할 롤모델이나 또는 반면교사로 삼고자 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가 소원한 아버지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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