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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위글 아줌마의 말썽쟁이 길들이기 1 - 더러워도 괜찮아! ㅣ 피글위글 아줌마의 말썽쟁이 길들이기 1
베티 맥도날드 지음, 문지영 옮김, 원혜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막내 아이가 어렸을 때 즐겨보던 비디오 중에 '리틀 베어'라는 비디오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지금도 가끔씩 틀어 보곤 합니다. 그 애가 왜 그리 그 비디오를 좋아했을까, 그리고 여전히 좋아할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그 비디오에 나오는 엄마 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자기 엄마 같으면 당장에 화를 내고 말았을 일들에 대해서도 절대로 화내지 않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엄마 곰의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받았으리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리틀 베어'의 엄마 곰과 같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피글위글 아줌마입니다. 피글위글 아줌마는 어린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린아이들의 친구입니다. 그녀는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헤아려 주고, 또 함께 어울려 놀아 주는 분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집을 아이들에게 개방해 마음껏 놀 수 있게 해 주고, 또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집에는 아이들이 날마마 끊이지 않고 찾아옵니다.
그런데 차분함과 조용함으로 특징지어지는 '리틀 베어'의 엄마 곰과는 다르게 피글위글 아줌마에게서는 굉장히 밝고 활기찬 기운이 느껴집니다. 한 마디로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아이들의 마음을 단숨에 휘어잡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긍정적인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그림만 보아서는 잘 알 수 없지만 피글위글 아줌마는 척추장애인(곱사등이)입니다. 등에 혹이 있지요. 그렇지만 아줌마는 그것에 대해 전혀 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혹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오, 이건 마법 주머니야, 나를 요술쟁이로 변하게 하고 난쟁이나 요정으로 변신시켜 주거든, 어떨 때에는 여왕으로 변신시켜 주기도 한단다." 그리고 이러한 피글위글 아줌마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모두가 그 혹을 부러워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아이들로 하여금 부러움까지도 느끼게 하는 피글위글 아줌마의 긍정적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 책의 내용은 말썽쟁이 자녀를 가진 엄마들이 피글위글 아줌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피글위글 아줌마가 지혜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입니다. 방을 청소하기 싫어하는 아이, 말대꾸 하는 아이, 몸을 씻기 싫어하는 아이, 밤늦게까지 잠자리에 들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엄마들이 피글위글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자녀들의 잘못된 습관을 고칩니다.
그런데 피글위글 아줌마가 제시한 해결책이 참으로 기발합니다. 방청소를 싫어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그들의 방을 대신 청소해 주지 말고 방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될 정도로 엉망이 되도록 내버려 두라고 합니다. 그래서 며칠이 지나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피글위글 아줌마는 동네에 서커스단을 부르고, 아이들과 함께 그 아이의 집 앞을 지나가며 그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방을 청소하고 방 밖으로 빠져 나오게 합니다.
또 말대꾸 하는 아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말대꾸 잘하는 앵무새를 빌려 줍니다. 그 아이는 그 앵무새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더 이상 말대꾸를 하지 않게 됩니다. 몸 씻기 싫어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 때가 많이 쌓이면 그 때 속에 무 씨앗을 심어 주라고 합니다. 자신의 몸에서 자라는 무순을 본 아이는 스스로 목욕을 하겠다고 합니다. 밤늦게까지 자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합니다. 그래서 낮에 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들을 하나 둘 씩 놓치게 함으로써 스스로 일찍 잠자리에 들 마음이 들게 합니다.
이러한 피글위글 아줌마의 방식은 약간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피글위글 아줌마의 방식에는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도록 도와 주고, 또 기다려 주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서커스단을 초청한다던가, 아니면 말대꾸 잘하는 앵무새를 동원한다던가 하는 일은 동화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그러나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라는 피글위글 아줌마의 교훈은 부모님들이 새겨들을 만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피글위글 아줌마의 조언을 들은 아이 엄마들이 아줌마의 조언에 절대적으로 신뢰를 보이고 그 조언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아기가 방청소를 안 해도 내버려 두고, 말대꾸를 해도 내버려 두고, 몸을 안 씻어도 내버려 두고, 잠을 안 자도 내버려 둡니다. 적어도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그렇게 내버려 둡니다. 피글위글 아줌마를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는 것입니다. 이는 교육전문가들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자기 방식대로 아이들을 바꾸어 보려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성급한 부모들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피글위글 아줌마는 아이를 키워본 일도 없는 것 처럼 보이는데, 부모님들보다 아이들 마음을 더 잘 알고,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도 더 잘 아는 분이 될 수 있었군요. 아마도 나이는 들었어도 그 마음에서 동심을 잃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책을 보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의 부모님들과 너무나 다른 피글위글 아줌마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들의 잔소리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피글위글 아줌마의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경험했던 것처럼 아이들도 정말 즐거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리즈로 기획된 도서 같은데 앞으로 나올 2편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아, 그리고 이 책의 삽화는 한국 분이 그리셨더군요. 처음에는 이 책의 그림들을 보면서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그림들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책의 맨 앞장을 보니 그림 작각가 한국 분이시더군요. 그림만 보아도 참 즐거워지는 책이라 굳이 언급해 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글로 남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