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클리어 1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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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는 듯. 과거의 사건들을 중간에 차용하는 것으로 전체의 서사를 연결시키고 있다만 아직은 확실히 끝나지 않은 모든 이들의 고생. 분명한 건 이들이 전쟁이 끝나는 날까지 약 4년을 과거 전쟁이 한창이던 런던에 묶여 있을 것이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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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던 고갱의 특별전시회를 보고 바로 다음 타임의 모네 특별전시회를 본 것이 지난 주 토요일이었다. 티켓값을 따져보니 $119이면 연간 무제한으로 De Young과 Legion of Honor을 다닐 수 있는 회원가입이 훨씬 낫겠다 싶어서 유료회원이 되자마자의 일이다. 비록 우리가 익히 아는 고갱의 그림들보다는 초기의 작품들 위주였지만 '달과 6펜스'를 읽으면서 막연히 떠올리던 고갱의 모습이 제법 실체화되는 경험을 했고, 워낙 같은 테마로 그림을 많이 그린 모네라서 여러 개의 '수련'과 정원, 아시아풍의 Moon Bridge그림을 봤지만 처음으로 모네의 진본을 볼 수 있었다.  비참했던 고호,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는 늘 가난했던 고갱에 비해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모네는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요즘 같으면 작은 마을은 될 정도로 큰 장원에 여덟 명의 정원사를 두고, 본채와 세 채의 갤러리를 짓고 살 수 있었던 걸 보면, 일단 예술도 좋고 무엇도 좋지만 경제적인 성공이 뒷받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았으면 벌써 유능한 큐레이터와 프로모터가 달라 붙었었을 고호나 고갱이지만, 살아생전에는 불우했던 그들의 삶과 모네의 그것이 많이 대비되어 이런 저런 '어른'의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내침 김에 Palace of Legion of Honor에서 마침 어제 시작된 루벤스의 특별전시회 'Early Years'를 보고 왔는데, 보통 티켓값이 일인당 $28-$35씩 하니까 기름값을 생각하더라도 훨씬 남는 장사 같다. 여기에는 좀처럼 대작이나 많은 작품이 오지는 않지만 나름 찰진 구성이라서 유명한 그림을 다수 볼 수 있었고 (감상이란 말은 아직 어울리지는 않는 수준의 안목이라서) 이탈리아에서의 8년수행 후 안트와프로 돌아온 후 더욱 발전시킨 화풍, 나중에서는 재주가 좋은 화가에서 북부 바로크 화풍의 창시자가 된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요즘은 가면 특별전만 보고 오지만 사실 Legion of Honor에는 자체적으로 상당한 양의 고전미술품들이 있고 로댕의 조각과 모사품도 전시되어 있으며 곳곳에 고대 로마나 그리스, 에트루리아나 미케네의 유물들도 상당량 전시되어 있는데, 여기에 Golden Gate Park언덕에 위치한, 높이 바다를 내려다보는 곳이라서 볕이 따뜻한 날이면 하루 종일 있어도 좋은 곳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SF나 NY에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혜택과 자부심이 조금은 부러울 수 밖에 없는데, 어제도 박물관으로 가면서 지나친 호수공원을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은 2019년에는 특별한 전시회가 없지만 아마도 몇 번은 더 가서 일반전시라도 보고 주변을 돌아다닐 계획이다.  따뜻한 여름의 햇살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공기가 어우러진 SF의 여름이 꽤 좋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꼭 City Lights 서점을 가봤으면 한다.


'올클리어'로 이어지는 이야기. 역사연구와 참여학습을 위해 1940년의 런던으로 보내진 역사학자들 셋. '둠스데이북'과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서도 그랬지만 시간여행이 가능한 수준의 2060년대의 첨단과학과 온갖 변수를 다 계산하고 추진되는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아니나 다를까 또 사고의 연속이다. 일단 역사에 개입하면 안되는 조건인데 '네트'라는 일종의 시간여행의 자연법칙에 따라 개입할 소지가 있는 사건이나 행동은 여행상의 오차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방해를 받지만, 2060년대에도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바, 역사에 변화를 줄 경우 '네트'가 붕괴하거나 세계가 붕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여행을 하는 학자들은 늘 자신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역사를 바꿨을까봐 전전긍긍한다.  거기에 각종 시대에서 마주치는 그 시대의 인간들의 호의와 간섭, 방해 등등의 이유로 늘 계획한 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은데, 여기에 이들이 머물고 있는 1940년의 런던은 나치독일의 공습이 한창이다.  이야기를 매듭짓지 못하고 '올클리어'로 넘어가버리는 탓에 아직은 무엇이 잘못된 건지 알지 못한채 학자들은 죽을 고생을 하고 있고, 나는 그걸 보는 고생을 하고 있다.  다음 이야기는 오늘 오후부터 바로 시작할 것이다.


벌어먹을 자신이 없고 커리어를 바꾸기엔 늦은 나이라서, 무엇보다 진상커스터머 (고객도 손님도 너무 존대의 의미가 커서 피하고 싶은 단어이다)를 원만하게 달랜 자신이 없어서 요리를 직업으로 삼지는 못할 것 같다. 경제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면 해보고 싶은 것이 작은 서점과 선술집이긴 하지만 그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언제라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상당한 성공을 했다는 전제가 깔리지만 chef라는 직업도 은근히 자유도가 높아 보인다. 아니면 무슨 직업이든 큰 성공을 거두면 자유도가 높아지는 건지도 모른다. 그간 숱하게 오사카를 드나 들며 먹고 마신 기록이 품평과 소개, 그보다 더 맛깔나게 사진으로 막힌 찰나들이 모인 술과 음식과 사람들의 화보집.  역사관과 정치적인 면에서 참 맘에 들지 않는 나라지만, 사람과 문화와 음식은 싫어할 수가 없는 곳이 일본이다. 거기에 오사카는 그 기질이 한국으로 치면 경상도와 비슷해서 제법 거칠고 떠들썩하다고 하는데, 재일조선인들도 많이 살고 있어서 요리 곳곳에 우리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내 생전에 이런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바이블처럼 가끔씩 펼쳐보면서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 두 권의 책은 부끄럽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읽었다. 그나마 '콘래드'의 경우에는 SF라서 서사라도 대충 따라갈 수 있었으나 '저지대'는 대략의 유추, 여성의 입장에서 나오는 서사를 대충 본 걸 제외하고는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좀더 시간을 두고 나중에 읽으면 둘 다 make sense하는 걸 찾아낼 수 있겠으나 갈 길도 멀고 날은 저물어 가는 탓에 일단 덮어두기로 했다. 아직까지 로저 젤라즈니는 '엠버 연대기'가 최고인 듯.  


 

소설이나 보다 더 일차적인 사료 혹은 역사평론은 늘 읽지만 이렇게 survey스러운 논문같은 책을 읽는 건 꽤나 오랫만이다. 신선한 관점에서 해석된 1차세계대전의 원인이 되는 사건들이 기억에 남는다. 몰트케장군이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거나 '슐리펜안'으로 남은 슐리펜장군의 작계가 '안'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정책적인 분석이었다는 이야기, 그 밖에도 아주 우연한 일들이 이어져 아무도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던 기존의 해석과는 달리 제국의 유지하고 아우르기 위해 전쟁이 필요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사정이라던가, 독일의 팽창주의를 막기 위해 갑자기 친해진 프랑스와 영국의 관계라던가. 역사분야에 편중되어 있던 내 독서가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도 오래전의 일이라서 그런지 이렇게 역사관련 책을 읽는 재미를 맛보지 못했는데 이런 독서도 즐겁다는 걸 새삼 다시 느꼈다.


'플루타르크'라고 하면 영어로 읽은 이름이고 '플루타르코스'라고 하면 그리스냄새가 난다. 어디서는 '플루타르크스'라고도 표기된 걸 본 적이 있는데 사실은 '플루타르코스'가 맞을 것이다. 작가는 그리스인이었으니까. 로마와 그리스의 인물을 테제에 따라 비교분석하는 시도를 통해 과거에 비추어 현대를 보는 시도가 조금씩 이해되고 있다. 아직 남은 6-10권을 다 읽어야 하고, 천병희선생이 작업한 원전번역도 읽어야 하지만,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


책읽기가 느려지고 중구난방인 요즘이다. 2주 안에는 계약된 곳으로 이사도 해야 하는데, corporate management라서 그런지 뭔가 조건이 많다.  이사할 업체도 알아봐야 하고 그들의 보험여부와 서류작성도 받아야 하고, 일은 많고 돈이 나갈 일은 더 많은데 들어올 것이 없는 피곤한 한 주였다. 이번 주부터는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과 자신을 추스리는 마음으로 남은 일요일을 쉬어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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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2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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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클리어로 이어지는 것으로 결말을 짓지 못하고 넘어간다. 아마도 한 권을 두 권으로 나누었을 것인데 원작이 한 권이면 번역본도 한 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기 때문에 이건 별로. 어쨌든 2차대전 중 런던공습이 한창이던 1940년 어디엔가에 놓인 미래인 세 명의 고생이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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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 요리사 박찬일이 발품으로 찾아낸 오사카 술집과 미식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모비딕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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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이번 주, 두 번째의 술을 마시다. 이젠 책에 유혹을 당해 마시는 경지에 이르렀으니...묘사된 오사카의 선술집문화는 정말 매혹적이다. 좋은 곳은 널려 있는데 가지 못하니 아쉽기 그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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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콘래드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저 젤라즈니 지음, 곽영미.최지원 옮김 / 시공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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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고대의 전승과 SF가 잠뽕이 된 듯한 이야기. 집중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로저 젤라즈니의 책은 늘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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