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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1월
평점 :
2002년에 초판 1쇄가 나온 이 책은 2010년까지 35쇄가 나와 있다. 고치지는 않고 책을 35번이나 다시 찍어냈다는 것 같은데, 1쇄당 몇 권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35쇄면 많이 팔린 책일 것 같다.
조용헌님은 '조용헌의 고수를 찾아서,' '방외지사,' '조용헌 살롱,'등 수 많은 베스트셀러 (그러면서도 결코 얕지 않은) 책을 저술한 작가인데, 특이한 점은 제도권 인사이면서도 강호의 재야고수들과의 인연이 깊고 관심분야도 다방면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불교학으로 박사를 받고 2002년 당시 원광대학교 동양학 대학원의 교수였다는 점은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의 이런 특이함이 표면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500년을 이끈 명문가 13집안을 다루었는데, 그 기준은 '고택'의 유무라고 한다. '고택'의 존재는 한 집안의 '역사성,' '도덕성,' 그리고 '인물'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는 다시 덕을 쌓는 '적선,' 이나 '적덕'의 가치로 나타나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한 집안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는데 있어 거의 유일무이한 가치인 것으로 저자는 파악한다. "명문가 후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적선을 많이 해야 집안이 잘 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조선의 망국, 일제강점기, 해방 후 현재까지 대한민국에 있어 나쁜 점의 상당부분의 책임이 기득권층에 있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역사라는 것이 상부와 하부의 액션이 가운데에서 만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적어도 조선-대한으로 이어지는 지난 500년의 최고의 명문가들 (재벌이 아니다)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훌륭한 지도층이 있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 전통이 잘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좋은 일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해내고 있는 많은 분들에 의해서 (역시 재벌이 아닌) 이어지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에서 소개한 대만의 국사 '남희근'선생님에 의한 운명을 바꾸는 방법 네 가지가 나와 있어 소개한다. 독서인이라면 반색을 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남 선생에 의하면 운명을 바꾸는 방법은 첫째는 적덕이요, 둘째는 명리를 통찰하는 것이요, 셋째는 풍수요, 넷째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라고 한다."
위의 이론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차치하고라도 첫번째인 적덕과 네번쨰인 다독은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특히 둘째인 명리통찰과 셋째인 풍수고찰은 일반인의 범주가 아니기에 손쉬운 대안이 두 가지나 있다는 것과 이 둘은 방법의 으뜸인 '적덕'과 마무리인 '다독'이라는 것이 더욱 와 닿는다. 결국 팔자를 바꾸는 방법에는 이렇듯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정녕 천도는 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덕'을 많이 하고 '다독'을 이어서 과연 운명이 바뀌는지 시험해 보아야 겠다. 아마도 한 30여년 후면 알 수 있겠지?
끝으로 이 좋은 책의 오류, 옥의 티 같으면서도, 그렇기에 더욱 아쉬운 부분을 몇 개 옮긴다. 편집자는 유의하여 주시기를.
오류
1. Pg 282 - 김성일이 진주대첩을 이끌었다고 되어있는데, 진주대첩은 김시민 당시 진주목사가 지휘했다. 김성일은 후기 2차 진주성 전투 때 의병장 김천일 등과 함께 순국한다.
2. Pg. 283 - 의병장 고경명 장군은 임진왜란 5000명의 창의병을 이끌고 금산전투에서 전사했다. 작가가 언급하는 700의사는 조헌의 의병 숫자로써 승병장 영규의 승군과 함께 다른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두 가지 내용을 혼동한 듯. 700인의 무덤인 700의총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3. Pg. 286 - 이문열의 아버지는 인텔리겐샤 출신의 공산주의자로써 월북했다 ('영웅시대'가 이분에 대한 소설이고 '변경'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여기에는 납북되었다고 나오는데 정확한 표현은 아닌 듯.
4. Pg. 299 - 이름표기에 있어 궁도박사 교수라고 썼다가 다음 페이지에는 일본식으로 미야지마 히로시라 나와 있다. 현대식 표기에 맞게 다른 부분들은 모두 일본어 원음을 따르고 있기에 조금 눈에 띄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