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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혼 - 로마에서 아시시까지, 강금실의 가슴으로 걷는 성지순례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강금실 전 판사/법무장관/서울시장후보는 천주교인이다. 모태신앙이 아닌 약 7년 정도된 '햇병아리' 신자이다. 그러나 이분의 구도행은, 나이들어서 시작하는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매우 치열하고 진지하다. 나이가 들기 전, 사고가 형성되기 전에 배우는 많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반면, 진지한 어떤 고찰은 시간이 많이 지난후에야 찾아오는데, 어떤 관념이 형성이 된 상태에서는 그 관념을 깨거나, 또는 관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념'으로 정립하기위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 특히 신앙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은 저자가 성지순례단의 일원으로 이탈리아 일대의 천주교 성지들을 순례하면서 느낀 매우 조용하고 잔잔한 내면의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로마의 명물부터 지방의 작은 성당까지, 그녀는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을까? 책에 쓰인 이야기들 말고, 진짜 내면의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2009년 노대통령의 '순교'같은 서거이후 같은 노선을 걸었던 사람으로서 예수라는 믿음의 선지자와 정치의 선지자의 동기화는 그녀로서는 필연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는 세상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심지어는 제자들로부터까지 버림받은 사람이었다는 그녀의 독백에서 이를 보았다면 과장일런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대필은 아닌 것 같다. 일단 강금실 변호사는 글을 쓸 줄 아는, 꽤나 잘 쓰는 사람인 것으로 알고 있고, 진지한 내용은 살짝 'dry'할때도 있을만큼, 흥미거리를 유발하는 유머나 구성, 이런 것들 하고는 거리가 멀기에 나는 그녀가 이 책을 직접 썼다고 믿는다.
어제의 산란한 마음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잘 읽혔을 것 같다.